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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캘리에세이

by 카이

아마도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비행기가 땅을 향해 낮아지는 그 순간, 탑승객들은 창밖의 세상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긴장과 두려움이 뒤섞인 공기가 객실을 가득 채우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마지막 기도를 올렸을지도 모른다. 비행기가 활주로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은 아마도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영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희망과 꿈을 싣고 떠났던 여정이 한순간에 정지된 자리, 그곳에서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삶이 계속될 것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마치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익숙함에 가려진 일상의 평화는 어제의 사고처럼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잃어버린 하루가 남긴 공허함 속에서 우리는 평범했던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비극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가지만, 동시에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새기게 한다. 함께 보냈던 순간들, 함께 나눴던 사랑, 그리고 결코 당연히 여겨서는 안 될 오늘이라는 시간.


슬픔이 가득한 이 날들 속에서도, 땅 위에 남겨진 가족들은 다시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 길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했던 이들의 기억을 품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시길. 하늘에서 멈춘 시간은 땅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다시금 빛날 테니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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