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란 단순히 짐을 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옮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낯선 얼굴들과 예상치 못한 인사를 주고받는,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 되기도 하다. 얼마 전,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이사를 결심했고,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삿짐센터 직원, 인테리어 사장님, 입주청소 업체 사람들, 방충망을 교체하러 온 분까지. 모두 고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았다. 땀을 흘리고, 무거운 짐을 나르며, 먼지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상 속에서도 그들은 웃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표정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들에게서 느껴진 건 단순한 친절함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분명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일을 대하는 태도에는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땀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몸을 쓰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고, 누군가의 삶에 온기를 더하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땀은 그저 흘러내리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사실, 나 역시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터에 들어섰다. 더 이상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다루는 일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을 움직이며 땀을 흘리는 일이었다. 낯설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일이 마음에 들었다. 몇 년 만에 흘리는 땀은 불편함이 아니라 해방처럼 느껴졌고,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현장에서의 삶에 익숙해져 가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사무직으로 전환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정중히 거절했다. 이제는 안다. 땀이 흘러야 비로소 내가 진짜 일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땀 속에 내가 살아있다는 감각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이사를 통해 만난 그들의 웃음 속에서, 나는 문득 나 자신을 보았다. 하는 일은 서로 다를지 몰라도 마음을 담아 일하는 태도만큼은 같았다. 나는 이제, 땀을 흘리는 삶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오늘도 내 손에 쥔 일의 무게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