想起
지하철을 탔다.
문득 떠올렸다.
그 사람을, 그 날을.
가슴이 뛴다.
왜, 그때 나의 무엇이, 뭐가 잘 못 됐을까.
난 성숙한 사람을 원했고,
그것이 내가 성숙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내가 너무 어려 안아줄 사람이 필요했기에
상대가 더욱 큰 사람이길 바랬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내가 어렸다.
바보 같게도 조심스러웠고 어렸기에
더 순수하고 온전히 다 할 수 있던 마음이,
손에 가득 담아 그대를 향해 손을 뻣다가
그곳이 허공임을 모르고 쏟아부었다.
그대의 땅에 쏟아버렸다.
바닥에 흩어져 버린 것을 주을 수는 없겠지만
부끄러웠고 얼굴이 새빨게 졌다.
그런데 새빨게 진 얼굴을 하고 손사래를 치고서
바닥에 있는 것들이 하나 하나가 소중해 안타깝고 아까워 줍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내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 모든 것을 뿌렸다는 것이 부끄러워 그 사실마저 숨기고,
도망치기 바빴다. 숨고 싶었다.
무섭고 떨리고,
내가 손에 쥐고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던,
전해주고 싶던 그 보석 같이 빛나는 것들을,
그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그곳에 홀로 서있던 나를,
기억할수록 수치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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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