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체감하다.
20년의 새해 목표 달성
작년 이맘때쯤 세운 20년 계획 중 하나는 '책과 가까워지기'였다.
'최소 1달에 1권을 읽자!'라고 세운 20년 목표는 현재까지 15권을 완독하고, 2권은 읽는 중이다. 기대보다 더 성공적인 목표 달성은 독서가 정말 취미인 친구의 영향이 컸다. 주말에 책을 읽을 겸 카페에 갔다. 올해는 휴식과 소소한 행복이란 그림에 종종 책이 함께했다. 평일 출근 시간 만큼은 업무가 아닌 다른 곳에 집중하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붙들기도했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산책겸, 혼자만의 휴식을 위해 회사와 가까운 서점에 방문하여 책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약간의 강제적인 독서 장치로 사내 독서 활동을 추진하고 주최하기도 하여, 완독한 책 리스트를 추가했다.
말 잘하는 비법은 단 하나, '다작 다독'
작년만까지도 책과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실천했다. 지금처럼 독서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말하기와 글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자산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한 문장을 끝맺는 것도, 내 말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 매일매일 업무를 통해 글쓰기와 말하기의 부족함을 느꼈고, 이는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역량이었다. 다급함과 절실함을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책을 통해 비법을 얻었다. 유시민 작가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다작을 해야 했고, 다작을 위해 다독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서가 취미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과 달리 나에게 책 읽기는 굳이 시간을 내서 투두리스트에 추가 해야하는 일이었다.
독서와 거리두기 시작
학창 시절 문학은 해답을 찾기 위한 텍스트 읽기에 불과했다. 문학계에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작가 의도를 찾아내는 문제를 기억할것이다. 하지만 정작 지문의 원작자들마저 오답을 골랐다는 이야기는 문학계에서 꽤 유명하다. 원작가도 모르는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문학 읽기를 해왔다. 자발적인 문학 감상이 아닌 반강제적이고 목적 있는 읽기는 어른이 되어서까지 부담으로 이어졌다. 책과 거리두기는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님을 우리나라의 성인 평균 독서량 7.5권이라는 수치가 대변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 작가도 모르는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기 위해 지문 읽기를 했다면, 성인이 된 지금 어떤 태도로 문학 감상을 해야 할까?
이러한 질문은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대답해주었다. 김영하 작가는 같은 책을 읽지만 독자에 따라 제각각의 영감과 생각을 한다. 따라서 다양한 문학 감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문학 교육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내가 문학을 읽고 느낀 감상을 논리적으로 말이 되도록 이야기하면 된다고 한다. 감상에는 정답이 없으며, 읽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책 한 권을 100명이 읽으면 100명의 다른 감상문이 나오며, 다른 부분에서 영감과 인사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감상평도 정답이다.
올해 들어 책에 관심이 커진 나에게 이런저런 한 이유와 함께 책 추천을 많이 받았다. 반대로 공유되었으면 하는 팟캐스트, 혹은 책을 읽고 타인에게 추천했지만, 나와는 다른 감상평이 들었다. '인상 깊은 부분이 나와 다르네'뿐 만 아니라 이해하는 관점이 매우 다르기도했다. 사람의 배경지식과 경험이 다르니 같은 이야기라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었는데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내 의견을 자신 있게 남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나는 나와 다른 타인의 감상평들은 무의식적으로 '다양성'이 아닌 '다름'에서 '틀림', 습관처럼 '오답'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태도는 사람들과 이야기는 나누는데 영향을 주었다.
추천하는 이유를 말하지 않고,
" 이 책 읽어봐. 좋더라..",
" 이 글 인사이트 많았어, 네가 좋아할 것 같아",
"이 팟캐스트 인상 깊었어요. 시간 날 때 한 번 들어보세요."
라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다른 게 정상이에요"라는 김영하 작가의 한마디는 20여 년간 가지고 있던 문학 감상의 부담감을 내려놓았고, 나의 행동도 변화했다. 감상의 다양성은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정보량이 많은 비문학에도 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비문학은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지만 해당 정보의 인사이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알쓸신잡 영상클립을 공유하면서
"문학 감상의 다양성과 수용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고 이를 통해 독서에 대해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음. 시간 되면 한 번 봐봐 "
추천 이유과 함께 독서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에게 전송했다. 글 뿐만 아니라 같은 영상을 보고 나와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이를 비판과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사고의 확장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전환했다. 내 생각이 다양한 정답 중 하나라 되뇌였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한 진득한 독서 방법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해서 좋은 책과 상대의 의견을 요약하여 이해하는 연습이 충분하게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 문학 수업에서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지정된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적어오라고 한다. 그 후에는 저자의 주장과 근거를 같이 기록하고 자기 생각을 첨삭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는 책을 깊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말 잘하기의 기본은 다독이라고 말하는 유시민 작가의 주장과 서울대 문학 수업방식을 착안하여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기 시작했다. 깨끗하게 책을 읽기 때문에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나의 언어로 기록했다. 특히 정보 양이 많은 비문학 책의 경우 내용 구성과 작가의 의도가 머릿속에 전개도로 그려졌다.
방금 읽은 내용이지만 저자가 나의 언어로 재정리하려고 보니 다시 읽게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어떤 흐름으로 저자의 주장을 독자에게 설득시키려고 하는지 명확히 보여 책의 서론 본론 결론이 그려졌다.
20년에는 책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면 , 21년에는 책과 친해지기가 목표이다.
논리적인 말하기와 글쓰기수단으로 책을 펼쳤고, 좀 더 깊이있는 독서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내년에도 지속해보려고 한다.
독서활동으로 책의 구조, 저자의 주장과 근거를 파악했다면 더 나아가 내 생각을 덧붙여보려한다. 이러한 활동은 설득력 있는 글과 말하기를 하는데 도움이 되며 쌓여가는 지식은 무형적인 자산이 되리라 믿는다. 내 생각을 드러내는 두려움을 내려두고 브런치 글 발생 빈도가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공유한 내 생각들이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사고를 확장하는 기회가 되면 더 보람 있을 것 같다. 내년 이맘때 다시 이 글을 읽으며 회고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