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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가영 Jan 03. 2021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해서 다행이다.

20.12.32일에 한 해 되돌아보기

매년 12월 31일 가족들과 텔레비전 앞에 둘러않아 타종을 들으며 새해를 맞이했다. 올해 시작과 끝은 코로나로 당연시하던 타종 연례행사가 없어지면서, 얼떨결에 2020년이 끝이난 느낌이다. 새해를 맞이했다기보다 12월 32일이 된 기분이었다. 못내 보내지 못한 2020년을 되돌아보고 2021년을 반기려 한다.


이십여 년 인생을 되돌아보면 평생 타인에게는 관대했고, 나 자신에게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제시했다. 자존감이 낮았던 태도는 연말마다 반성하는 시간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올해만큼은 부족했던 점보다 잘한 점을 먼저 되돌아보며 나에게도 관대해지려 한다.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경험해서 다행이다.
- 2020년, 칭찬받아야 할 경험들 -


1. 운동 시작하기 (필라테스)

올해 초 입사 후, 일이 적응될 때쯤 맡겨지는 업무는 자연스레 점점 가중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내 기준, 빡빡한 업무 일정은 반복되는 야근으로 이어졌다. 업무 스트레스는 점차 쌓여갔고,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끼쳤다. 퇴근 후 삶은 휴식해야겠다는 일념 하에 유튜브를 보기만 했다. 하지만 유튜브는 단순히 킬링타임용이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바쁜 와중에 참여한 독서활동은 반강제로 독서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건강'을 주제로 한 책 선정은 행동과 심리를 뇌과학을 다룬 내용이었다. 그중 스트레스 관련 내용은 내 상황과 직결되어 유심히 읽었다. 그중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유산소 운동은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있어 정신과 처방 치료로 쓰인다. 는 이야기가 뇌리에 꽂혔다.

 

평소 체력이 약한 모습을 많이 본 지인들은 지속적으로 나에게 운동하라고 조언을 해줬다. "졸업하면, 취업하면, 너무 비싸다, 바쁜 거 좀 지나면 해야지.."등등 온갖 이유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뤘다. 구기종목 스포츠는 게임의 일환으로 좋아했지만, 몸에 좋다고 추천받은 웨이트, 요가, 필라테스는 정적이고 재미없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유산소 운동이 과학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는 더 이상 미룰 핑곗거리가 없었다.


앞으로의 업무 일정을 생각하면 평생 운동을 못할 것 같았다. 다행히 이 날 정시퇴근이었고 곧 장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1:1 진단과 단체 수업으로 그동안 무심했던 내 몸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골반, 등 , 목 모두 굽어진 상태로 십수 년간 굳어진 몸은 단시간 내 바로잡기에 어려웠다. 문제점을 인지한 것만으로 큰 수확이었고 운동 횟수가 늘어갈수록 몸의 변화가 느껴졌다. 운동은 평상시 나의 자세를 고쳐놓았고, 평생 못 입을 줄 알았던 허리 s사이즈를 입게 되었다. 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유산소 운동은 '내가 이렇게 땀이 많은 사람이었나?'를 의심할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오롯이 나 자신과 호흡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날숨에 업무 스트레스와 근심거리를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퇴근 후, 유튜브 보는 시간에 운동을 하니 반나절을 더 사는 느낌이 들었고 운동 후,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건강한 것이 돈을 모으는 것이다'라는 말을 뼈저리게 체감할 수 있었고, 지인들이 나에게 진심으로 운동을 추천한 마음이 무엇인지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잦은 야근과 코로나로 인해 수강 시간을 채우진 못했지만, 여건이 마련되면 앞으로 꾸준히 운동할 계획이다.

2020년 가장 잘한 일은 운동을 시작한 일이라고 단연 말할 수 있다.



2. 책과 친해지기 & 브런치 글 발행

돌이켜보면 일 년에 1권도 잘 읽지 않은 부끄러운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1달 1권 목표 이상으로 15권을 완독했다. 독서량에 집착하기보다 독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러 활동들을 참여했다. 그중 다독을 통해 다작 실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브런치도 이용하고 있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글을 발행한 점도 다독과 다작을 위한 시작이므로 셀프 칭찬하고 싶다.

책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 독서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 계기 이전 브런치 글에 작성해두었다.

2020년 독서 리스트

3. 사람들에게 따듯한 사람으로 기억된 점과 긍정적 바이브를 전파한 점

올해 첫 정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나의 평가를 직,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중 자주 들었던 이야기는 "내가 입사한 이래로 회사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들 했다.

나의 어떤 성향 때문에 그리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하고, 사람 간 관계에 있어서 좀 더 이타적으로 생각하려고 한 노력을 봐주신 게 아닐까 짐작된다. 또 회사분들이 긍정적인 면을 더 집중해서 봐준 것 같아 참으로 감사하다.


4. 사회생활 시작

올해 초 입사하여 좋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얻고 배울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한 해 동안 무사히 일한 점에 정말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반성할 점을 많이 되짚어보았다. 하지만 올해는 칭찬할 점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


5. 운전연습으로 활동반경 넓힌 점

30대 언니 오빠들이 20대에게 해주고 꼭 해주고 싶은 말 중 항상 '운전'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운전을 하면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경험하는 것도 만나는 사람도 많아진다고 말들 한다. 19년도부터 운전 연습을 했지만, 미숙한 탓에 혼자 다닐 수 없었다. 올해부터는 주말마다 자연을 찾아 외곽을 누비며 운전 두려움을 서서히 없앴다. 어렵고 무서운 운전이었지만 꾸준히 연습 덕에 새로운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또, 운전을 시작하면서 집순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전에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으면 항상 서울로 향했다.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사람 많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게 싫어서 최대한 집에 붙어 있으려 했던 것이었다. 운전으로 활동 반경의 제약이 없어지면서 나는 집에 하루라도 가만히 못 있는 사람임을 알았다. 시끄러운 공간이 싫었던 것뿐 사람이 없고 한산하고 자연이 둘러싸여 있는 외각을 좋아하는 밖순이였다.

유명 관광명소가 아닌 사람없는 지역 찾아다니기


6. 다양한 것을 시도해본 

나의 특징 중 하나는 하나에 빠지면, 한 가지만 하고, 한 가지만 먹고, 한 곡만 듣는다. 맛집을 발견하면 이후 외식은 똑같은 그 식당의 그 메뉴이다. 따라서 서울에서, 혹은 집 근처에서 먹는 음식이 정해져 있다. 사람들과 만날 때는 연어초밥, 함박스테이크, 혼자 먹을 땐 칼국수. 디저트로는 스타벅스 차이티라떼로 나의 취향은 한결같았다. 지겹지 않냐는 말에 단지 또 먹고 싶을 뿐이고, 다른 식당에 가서 먹는 음식이 내가 꽂힌 음식보다 맛없으면 너무 실망스럽다고 답했다. 올해는 타 지역에 방문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내가 고집했던 음식이 아닌 다른 음식들을 맛보기를 도전했다. 내 성향을 알고 있는 인생 선배들이 단도한 태도로 끌고 간 것도 한 몫했다.


물론 내 취향과 다른 것도 많았지만 내 최애 음식이 바뀌었을 정도로 더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도 했다. 물론 이십여 년간 지속해온 성향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았다. 아직도 다른 사람들이 식당과 카페를 추천한다면 아직도 주춤 망설인다. '지금 아니면 언제 시도해보겠어?', '새로운 맛, 더 맛있는 맛을 발견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이 새로운 길을 향할 때 기대하는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거의 10년간 고집했던 스타벅스 차이티라떼에서 다양한 밀크티를 맛보기 위해 새로운 맛집을 검색하고 방문한 것은 나에게 있어 큰 변화이다. 이제는 밀크티 맛을 비교하고 맛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맛집탐색, 지인 추천 등으로 새롭게 도전해본 음료들


20월 12월 32일 시점 한해를 되돌아보고 글로 기록하다 보니 다른 해보다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올해 큰 전환점은 취업이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새로운 장소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새로운 음식들을 먹을 수 있던 발판이 되었다. 이 경험들은 나 자신에 대해 더 알게 했다.

올해 초 취업 준비하던 시절만 하더라도 자기소개서 작성의 막막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의 성향, 장점과 단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과 관련한 질문에 사실과 소설 그 중간을 대답했다. 하지만 2020년에 경험들은 나와 관련된 물음에 더 생생히 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넌 어떤 사람이야?"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한마디로 정의하지 못하지만 이제는 나에 대해 이야기로 소개할 수 있다. 21년 더 풍성한 경험으로 인해 1년 뒤 칭찬 회고록 리스트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제야 한 해를 끝맺는 기분이다.

WELCOM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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