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밤낮 없이 일하고 있는 스물 넷 아름이에게
아름아, 피곤하지?
바다 건너 상하이까지 가서 ‘열일’하느라 고생이 많아.
취업 하려면 인턴을 해야 한다기에 상하이까지 가서 열심히 일하고는 있는데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니 마음이 불안할거고, 매일 같이 늦은 밤까지 일하느라 몸이 지쳐서 늘 피곤한 상태인 것도 이해가 되고. 정규직 전환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매일 같이 야근이 이어지면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감이 있을 것도 예상이 되고.
언니도 인턴을 하고, 취업을 하고, 매일 같이 새벽까지 일을 하고, 그 과정에서 회의감을 겪고 퇴사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어. 현실적인 취업의 길을 고민하는 아름이에게 언니의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래.
어렸을 적 언니는 ‘우리 집은 넉넉한 형편이 아니다’라는 것을 늘 마음 속에 새기고 있었어. 그래서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고생한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였던 것 같아. 물려받을 돈이나 명성이 없었던 언니에게 명문대는 안정적으로 많은 돈을 버는 가장 튼튼한 동아줄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절실한 마음으로 공부해서 그토록 소망하던 명문대에 진학한 후에 대기업 입사에까지 성공했어.
대기업 합격 통보를 받은 순간의 기분은, '이제 끝났다. 그런데 앞으로는 무엇을 하지?'이었던 것 같아. 힘겨웠던 취업 준비의 기간은 끝이 났는데, 앞으로는 무슨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어. 그토록 바라던 안정적인 월급을 가지게 됐으니 기뻐야 하는데, 기쁨보다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눈 뜬 장님이 된 것 같은 불안감이 몰려오는 기분이었지. 10년 동안 성적, 입시, 취업이라는 숙제는 A+라는 학점을 받았는데, 다음 과목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 결혼, 육아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래서 무작정 일단 입사를 하고, 정신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다음 과목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동안에 신기한 일들이 일어났어. 언니가 공부하는 동안 인생을 즐기던 친구가 언니보다 월급도 적고 안정적이지 않은 직장에 갔어도 천직(天職)을 찾아서 훨씬 더 행복하게 일하기도 하고, 대학 시절 취업에는 관심 없어 보이던 동기가 잘 나가는 화장품 회사의 CEO가 되기도 하고.
이제 와서 뒤돌아 생각해보면, 취업만이 모두의 공통된 답은 아닌 것 같아. 긴 시각으로 생각했을 때 우리 모두는 언젠가 회사 바깥으로 나오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회사 안에 들어가는 것(入社)이 아니라 나만의 생존력을 갖추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 될 테니까. 명문대, 좋은 ‘스펙’, 대기업이 취업과 일의 진행을 좀 더 편하게 해주거나 일시적인 생존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 이점이 영구적인 나만의 생존력이라고 착각하는 순간에 어차피 도태되게 되는 사회이니까.
그러니까 아름이도, 명문대/대기업 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긴 시각으로 준비해서 아름이 만의 생존력을 갖추고 ‘창직(創職)’자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해.
'실패의 자유'는 막내살롱 주인장인 저의 20대를 돌아본 자전적 독립출판물입니다.
서른 살 언니가 된 제가 20대의 저에게 꿈, 사랑, 취업, 회사생활, 이직 등에 대한 조언을 남기는 편지글로,
'월급봉투의 두께가 행복의 크기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깨달음의 산물입니다.
앞으로도 모든 취업준비생(예비 막내)과 직장인(현직 막내)의 행복한 회사생활을 위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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