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그 원타임.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팬 활동은 중학교 시절이었다.
당시 학급 내에선 크게 신화, g.o.d, 동방신기 팬으로 나뉘었고, 그중 어느 팀의 팬인지와 누구의 팬인지를 모두가 서로 아는 분위기였다. 나는 한 팀을 택하라면 신화 쪽이었지만, 너무너무 좋아하는 마음과 진심 어린 팬심이 어떻게 드는 것인지는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웹서핑을 하던 중에 우연히 한 원타임 멤버의 팬 보정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해 푹 빠져버렸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진이 기억날 정도로 강렬한 순간이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이듯 왜 그 사진에 그렇게 빠졌는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지만 그 우연한 순간을 시작으로 인생에 다신 없을 열정적인 팬 활동을 하게 됐다. 시작할 때엔 몰랐지만 그때는 원타임의 그룹 활동이 끝나갈 즈음이었고, 오랜 팬들은 나이대가 제법 높았다. 단짝이었던 초등학교 동창에게 적극 영업해 함께 팬 커뮤니티 활동을 했는데, 우린 그중 가장 어린 팬이었고 서로의 팬심을 인정해 주고 방송국에 갈 때면 우리를 챙겨주며 함께 활동하던 언니들은 딱 10살이 더 많았다. 언니들은 우리를 '애기들'이라고 불렀다.
나는 우리 중학교에서 유일하게 원타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단짝 친구는 옆 학교에서 유일하게 원타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주류로서의 소속감은 없어도 비주류여서 받는 주목도 있었고, 그들의 마지막 콘서트에 갈 때에는 십시일반으로 반 친구들이 플래카드 만드는 것을 도와주는 등 대립 구도 밖에서 얻는 혜택도 있었다. 반대로 이해를 못 하겠다는 반응이나 외적인 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실력파 그룹을 좋아하는 취급을 받기도 했는데, 나는 그들의 음악도 좋아했지만 외적인 것들 또한 진심으로 멋있다고 여겨 좋아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유일하고 싶어 그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일하다는 기분 자체가 꽤 나쁘지 않기도 했다. 내가 이토록 좋아하는 그룹을 비로소 찾아냈는데, 거기에 유니크함도 담긴 것 같아 그랬던가.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이제 내 주변은 결혼의 물결이 한 차례 지나갔고 임신과 출산의 물결이 몰려오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나는 MBA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학부 때 못해본 교환학생을 가보겠다고 스페인에서 잠시간 지낼 준비를 하고 있다. MBA를 기점으로 다른 버전의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업그레이드가 아닌 '다른' 버전) MBA 진학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나서는 또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무엇이 바뀌었을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이 열린 결말을 만들기 위해 힘들게 노력한 거긴 해도 이렇게까지 열려 있는 것이 너무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혼자서 열렬히 원타임을 좋아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어쩌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보다 하고 마음이 편해진다. 모든 게 바뀐 듯 하나도 안 바뀐 것 같은 것이 재밌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