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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Nov 04. 2018

Anne with e

이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간절히 기대하고 크게 실망하고 또 간절히 기대하는 이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여자.


스웨덴에서 스톡홀름으로 상경하기 전 시골에 처박혀 있을 때 같이 공예학교를 다니던 겨울 늑대 같이 생겼던 남자애를 1년 동안 따라다닌 적이 있다. 나는 그 애도 나에게 반하게 하겠다며 그 지질한 친구들만 한다는 책으로 연애하기 방법을 취했다.  그때 '권력의 법칙'이라는 책이 겨울 늑대를 유혹하기 위한 참고서로 간택되었고 단락단락 빨간 줄을 그으며 공부하고 그 애에게 실습하고는 했으니까. 나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었다. 그 책 내용 중에 꽤 교훈적이다고 생각했던 충고 하나가 '상대를 바라볼 때 나의 존재를 의식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쉽게 풀면 들이댈 때는 자의식 따위 버리라는 것. 정말로 내가 야무지게 들이대고 평상시의 템포로 돌아온 다음날에는 뜬금없는 문자가 오기도 했으니 믿거나 말거나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종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힘껏 좋아했더니 실패 후에도 그 어떤 후유증도 남지 않았고 그때의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연애수업의 시작과 작은 성공들, 그리고 최종 실패의 끝을 아우르는 전 과정은 아직까지도 나의 마음속 보물로 남아있다.   


연애는 인간관계든 그림이든 10번 실패했지만 11번째도 실패할 수 있다. 그래도 몇 번째로 기록되지 않는 비공식적인 작은 성공들은 분명히 있다. 그 작은 성공들이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줘서 계속 기대할 수 있게 만든다. 지루한 것보다는 기대하는 게 낫다.


어떻게 보면 Anne of the greengables는 자기 개발서 같기도 하다. 하긴 모든 성장소설이 그렇지 않나. 그래서 인기가 많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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