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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Nov 03. 2018

Anne with e

이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메아리에게 비올레타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이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여자.


어린 시절에는 주위의 모든 것들이 살아있다. 티비가 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는 것 같고 그림자가 혼자 움직인다. 왕년에 아끼는 물건을 (나는 할머니가 사주신 필통이었다) 침대 속으로 끌고 들어가 잘 자라고 이불을 덮어줬던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내가 그림책을 그리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릴 때면 어린 나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느꼈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다른 방식을 택한다. 어른이 된 나의 생활 속에 남아있는 어린 나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는 지점이 있다. 지금은 알지 못하는 세상의 비밀을 어린 시절에는 알았을 수도 있겠다는 것. 어린이의 마음을 회복하면 세상을 좀 더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것.


정말 메아리가 살아있고, 골짜기가 살아있고, 물건들에도 생명이 있는 것 아닐까. 경건하고 신성한 것을 쫒는 것보다는 재미있고 낭만적인걸 찾아다니는 게 인생의 참 뜻 아닐까. 이런 쉽지만 어려운 세상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앤 이라서 이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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