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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Nov 06. 2018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이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빨간머리앤 공모 덕분에 나의 오랜 관심사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신경림 시인의 시 '파장' 마지막 구절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즐겁다에 고개를 마구마구 끄덕였던 마음.


어렸을 때 친구들과 있으면 한없이 망가지고 멍청해지고 싶었던 마음.


지질함이 흠뻑 묻어나는 친구들이 나오는 성장 드라마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마음.


이 마음들은 내가 가진 지질함을 이해받고 싶어 생겨난 공감대일 것이다. (특히나 타고난 인색한 성격은 참으로 구제불능이고 나를 종종 외롭게 만든다.)


그런 이유로 영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인기녀에게 파티에 함께 가자고 데이트 신청을 할때 지지리도 못생기게 그린 초상화를 자신있게 건네주며 함께 가준다면 이보다 더 많이 그려줄 수 있다고 뻐기는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나는 나폴레옹의 이런 분별없는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다. 나는 이런 것은 잘맞고 이런 것은 잘맞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세상에서 정확하게 분리해내지 못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왠만한 사람들, 물건들 그리고 이야기들은 다 귀여운 구석을 가지고 있다.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은 식이다. 아. 근데 너무 뻔한건 좀 닭살돋기는 한다. 어쨌든 자의식이란 것의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억지스럽다고 느낀다. 대신 몸으로 세상을 겪어보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적게 생각하고 많이 움직여서 생기있고 싶고

못생김을 즐기고 싶고

지질함을 숨기지 않음을 자랑하고 싶다.


이런 감흥이 들어 못생긴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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