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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Nov 19. 2018

그림책 작업

러프 스케치 인 프로세스


8월에 계약을 하고 11월 중순인 현재 러프 스케치 진행 중이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속도가 느리다 보니 마음이 급했었다. 빨리 이미지화하고 싶은 꽤 여러 개의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떠다니고 있어서  하나하나 빨리 진행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진도가 너무 느려지는 거다. 


나는 사실 모든 요소들을 꼼꼼히 계획한 한 개의 작품보다 요소들이 비록 치밀하지 못하더라도 속도감 있게 만드는 걸 좋아한다. 그려봐야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계획해봐야 소용없는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어떤 작업 방식이 더 낫다 아니 다를 떠나서 내 성격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뭐,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불안함을 느끼는 초보자의 마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내가 꽤 보수적이어서 너무 고심하다가 보면 갑갑할 정도로 점잔 떠는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작은 것들에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내 마음과는 별개로 출판사에도 여러 가지 스케줄이 있다 보니 피드백이 느려져서 작업 진행이 쳐지고 진도가 정체되어 있어 나도 힘이 빠졌었다. 답답해서 편집자님을 재촉하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4주 만에 피드백을 받았다. 나는 쉬운 여자라 꼼꼼한 피드백에 금방 마음이 풀렸다.ㅎ 의견을 보고 동의하는 부분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 이런저런 의견을 교환하고 하니 다시 뱃속이 간질거린다. 아, 어차피 나의 마음이 너의 마음일 수 없고 세상 일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이 참에 내 조바심도 고쳐먹기로 했다.


'봄이야 어디 갔니' 초본처럼 그림책 한 권을 내 맘대로 그려내는 건 온전히 취미생활 같은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출간을 위한 편집자님과의 의견교환으로는 배우는 재미가 있다.

 그림책의 물리적인 특성이라던가 효율적인 이야기 전달법이라던가 독자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 들 일지 하는 것들이라던가. 글 자리와 그림의 관계라던가.

물론 반드시 이런 공식을 잘 따라야 좋은 그림책이 되는 건 아니다. 공식에 벗어난 훌륭한 그림책들도 많다. 때로는 아마추어의 어수룩한 멋은 프로의 완성된 아름다움보다도 흉내내기 어려운 법이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그림책을 이루는 필수적인 요소들에 대해 인지하고 작업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 요소들을 알면서도 포기하는 것과 모르고 빠뜨리는 건 뉘앙스가 다르니까. 그리고 또 지금 그림책에는 필요 없어도 다음 그림책에서는 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첫 창작물인 만큼 결과물을 빨리 보고 싶은 조바심을 버리고 시간을 아주 그냥 막막 탕진해보자.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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