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광고에서 공효진 배우가 본인은 수집형 배우라고 했는데 나도 그렇다. 나도 수집형 작가다. 그림책을 만들 때는 구성요소가 많은 만큼 온갖 것들을 수집한다. 김철수빵 만들 때는 제일 먼저 빵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어린이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남자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빵 요리 관련 그림책을 수집하고 음식 그림을 수집했다.
나는 창작을 나를 표현하는 도구로 여길 때 약간 부담스러움을 느낀다. 대신에 창작을 세상을 배우는 도구로 받아들이면 더 몰입할 수 있다. 내가 모은 것들을 잘 버무려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내 안에서 소화시켜 이렇게 세상을 이해했다' 하고 결과물을 내놓으면 가히 뿌듯하다. 그리고 또 하나! 무언가를 쓰기 위한 독서는 두배 세배로 몰입되고 감동적이다.
그림과 글은 핑퐁 같은 관계다. 글을 읽거나 써서 생각을 결론짓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처음에 결론지었던 생각이 부서진다. 부서진 생각을 모아서 글을 다시 결론짓고 그걸로 다시 그림을 그리다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진다. 결국에는 모든 글과 그림이 다만 과정 속에 있을 뿐이고 나는 내 편의상 어느 지점에다가 마침표를 찍을 뿐이다.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배 속에서 용암처럼 끓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 키치스러운 욕망이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참 멋이 없어서언젠가 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면 무엇이 후회스러울까? 하는 심장 떨리게 무서운상상을 알게 모르게 자주 되새기고는 한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만든 것이 베스트셀러이냐 아니냐는 곧 죽을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을 것 같다.의외로 나의 타고난 인색한 마음이 후회스러울 거 같다. 이건 진짜 좀 고쳐야 되는데 말이지 안 고쳐지는 걸 보니 부끄럽지만 내 속마음은 아직 깊이 깨닫지 못했나 보다.
그림책 작업은 과정 하나하나에서 살맛 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타인의 감동적인 생각을 읽으며 벅차오르는 순간도 즐겁고 그 감동을 내 이야기에 녹여내는 것도 즐겁고 과연 내가 이 이야기를 견뎌 낼 수 있을까 막막하다가도 이야기를 뚫고 나갈 때의 뿌듯함도 즐겁다. 내가 그래서 역설적으로 건강염려증 증세가 깊다. 오래 살고 싶다.
베스트셀러 그까짓 거... 응...?!되면 좋고 안돼도 이미 좋잖아 응?
... 그런데 일단 아직 죽을 때는 안되었으니까...나도 너무 좋고 타인들도 너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헛된 환상을 향해열과 성의를 다 할 수밖에 없다. 집착하며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 아기 엄마는 칼을 뽑았으면 아무리 양파가 매워도 키득거리며 끝까지 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