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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Oct 23. 2018

그림과 글

글로부터 독립하는 그림


나는 활자러버다.

활자를 보면 아늑함을 느낀다. 독서광은 결코 아니지만 스트레스 받을때 책을 줄줄이 읽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리고 어떤 이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활자의 유혹을 많이 받는다.


학교 다닐 때도 그랬다. 과제가 막막하면 일단 도서관에 가서 관련 있다고 믿고 싶은, 그러나 실상은 주어진 주제와 거리가 먼 아주 추상적인 책을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창작이 필요할때 남의 창작물에 몸을 숨기는 나만의 창작 도피법이었다.


지금도 그림 그리기 시작할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활자를 보기는 한다.  그런데 활자를 읽으면 읽을수록 내 머리가 불필요하게 자기검열에 들어가는게 느껴진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데는 머리보다는 손이 유용하다.


 전에 같으면 이야기를 그림으로 전달해야 될 때 이야기를 먼저 끝까지 읽었다. 그리기 시작하기 전에 정보를 읽는 걸 그리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줘서 안락했으니까. 이제는 적당히 읽다가 덮어버린다. 끝까지 읽는데 에너지를 다 쓰고는 막상 그림 그릴라치면 지치고말기 때문에. 또 그림은 글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기에 그림이 글의 그림자를 꾹꾹 밟을 필요는 없다. 그 글의 뉘앙스만 파악하고 나머지는 나의 해석으로 채워서 글의 또 다른 얼굴을 만들 때 그림이 더욱 제 에너지를 발산하고 제 몫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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