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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Dec 27. 2018

대한민국의 현주소

부제

커레이와 커리의 맞대결을 어제 유튜브를 통해 봤다. 작살났다. 요즘 NBA 플레이어들은 더욱 노련하고 심지어 기묘하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야투율은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적중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던지는 삼 점 슛은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은 타이밍임에도 불구하고 절묘한 골로 이어진다. 특히 현재 동부 보스턴의 괴물, 커레이(흔히들, 어빙 신이라고 부름.)와 서부 골던 스테이트(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커리(최초의 리그 만장일치 MVP)는 이름도 비슷한데 서로 주고받는 삼 점 슛 대결은 이들이 과연 인간계의 선수들이 맞을까 싶을 정도의 기인들이다.  


하지만 마이클 조던이 현역으로 뛰던 NBA 스타디움의 관객들과 지금의 관객들의 모습 또한 나에겐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였다. 그때의 열혈 마니아였던 젊은 이가 지금도 그 객석에서 여전히 보고 있노라면, 그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커레이와 커리의 기묘 고공행진의 슛들도 사실 그들의 눈에는 조던이 뛰던 그때의 슛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선수들의 기량이 어느 정도 물이 오르면 그들의 플레이가 그저 단순한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NBA 경기를 보고 있는 사람들, 관중과 코치진들 그리고 감독일 것이다.


범위를 넓히자면 모든 분야의 가장 나름의 전성기는 역사 속에서 계속 되풀이되었고 지금도 단지 그것을 행하는 객체와 그 객체의 속성만 바뀐 채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새롭게 보는 관중(매번 업데이트되는 제너레이션)들은 처음인 양 환호하고 다시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다. 그것이 역사의 반복이라면 반복일 수 있다.


무엇을 말하려는 건가? 본질을 놓치지 말자는 거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시도한다면서 먹는 음식을 바꾸면서 식단을 조정한다. 하지만 음식의 종류는 나에게 투입되는 본질적인 요소와는 인과관계가 없다. 지방이 많은 음식이라서 칼로리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안 되더라도, 투입되는 영양소는 일일 권장량만큼 필요한 불포화 지방산일 수도 있다. 먹는 음식의 종류마다 어떤 영양소가 있고 하루 권장량 섭취 내에서 얼마큼 투입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몸에 살이 되기도 하고 살을 태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단백질인지 탄수화물인지 지방인지 딱히 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실상은 그런 것을 따지기보다는 자신의 기호에 맞는 맛을 더 따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먹고 싶은 대로 먹기 때문에 살이 찐다. 본질을 망각한 채...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면 커리의 삼 점 슛이 들어갈 때마다 그의 기이한 볼 핸들링과 엇박자의 타이밍에만 눈이 홀렸을 것이다. 하지만 NBA 역사 상 그런 선수는 수없이 많았다. 단지 커리처럼 ‘꾸준히’ 그렇게 슛을 넣어서 결과로 내놓은 선수는 드물기 때문에 관중들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라며 그의 플레이에 눈을 떼지 못한다. 우리는 토익점수 990점을 맞으면 대단한 듯 우러러볼 수 도 있다. 적어도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만큼은 말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토익 990점을 맞은 이는 수없이 많았다. 이런 건 스타 플레이에 낄 축이 되지 못하지만 우리는 990점이라는 점수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영어가 콤플렉스인 사람들이 넘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이것의 본질은 무엇인가? 본질은 영어로 말하고 쓰는데 익숙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둘째로 제쳐두고 일단 주최 측의 시험문제를 잘 풀기 위한 법칙을 외우고 요령을 키우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이렇게 훈련하고 연습해서 앞서 영어를 사용한다는 데 익숙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토익 시험의 문제를 잘 풀면 영어를 훌륭하게 구사한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딱히 이유를 들자면, 토익 고득점자들 대부분은 토익 시험 문제를 잘 풀기 위해 절차적 기억을 활용해 토익 구문이나 표현을 자신의 몸에 체화시키는 연습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라진 사시나 혹은 행시, 외시 등의 고시 시험을 잘 풀기 위해 필요한 기억력은 서술적 기억에 의한 단지 머릿속에만 머물고 있는 지식의 차원이면 된다.  


그것들을 쉽게 인출하기 위한 연습만 충분히 한다면 시험에서의 고득점은 결정되고, 그런 시험류 중에 영어라는 간판만 내걸고 있는 것이 토익, 텝스, 토플, 기타 등등의 시험들이다. 한국은 그런 머릿속에서만 머물고 있는 실상 응용하지도 않을 지식을 꺼내는 데 익숙한 사람들을 선발하는 시험을 상위권 평가를 위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졸속 국가 중의 하나로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항상 입력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런 공부머리만을 가진 인재들이 한국의 특권층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뭔가를 논할 때면 항상 미국발이 최고로 먹힌다. 그러니 미국의 수발드는데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는 국가다.


그러니 또한 국내 경기가 어려울수록 공무원이 최고의 직장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다. 이러한 나라에서 누군가 박차고 나와서 도널드 트럼프를 욕하고 동북아 경제권의 좁은 자리도 박차고 나가 거시적 안목에서 새로운 경제협력 구도를 내세울 사람은 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현재 미국에 신나게 터지고 있는 중국 꼴 날까 봐 말이다. 하물면 이 꼴을 보고 엊그제 YT* 시사프로 중 한 논객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중국이 미국에 무역전쟁에서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한국의 국가기반산업을 추격하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어의 상실'이다. 옛말에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덜 아프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두 강대국의 정황을 이 말이 대유법으로 일치하지 않더라도 중국은 미국에 먼저 터지고 있는 격이다. 한국도 곧 터지지 않을 법이란 없다. 트럼프의 예측할 수 없는 경제정책에 어느 국가도 미국의 패권 앞에서는 무역 관세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지금의 대미 무역 간 손실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이 길러지면 중국이라고 한국에게 다시 꼬장 안부린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 이 늦춰진 중국의 추격에 한국은 아직은 안심할 단계라며 경제적으로 낙관할 전망을 내놓는 외신기사를 보면 나의 식견과는 너무 동떨어진 시각을 가졌구나를 느꼈다. 중국은 적어도 이젠 10년 내에는 미국이 아직 너희 따위냐 하며 우습게 볼 수 있을 국가가 아니라는 것은 미국도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한테 안되는 게 딱하나 있다면 미국과 같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들의 발굴이었다. 지금은 알리바바의 마윈에 의해 시너지가 터진 중국은 인재풀 창출도 대규모로 감행하고 있다. 모방할 걸 다 모방했다면, 남은 것은 그 모방을 토대로 조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단계이다. 중국이 앞으로 진일보 나아갈 스텝은 새로운 창조 단계이다.    


내 생각엔 적어도 제2, 3의 마윈과 같은 CEO들이 중국에선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딱히 그런 새로운 생각을 기반으로 벤처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줄 수 있는 생태계가 없다. 대기업에 CEO로 스카우트해 온 해외 유학파 인재들을 제외하곤 한국이 새로운 가치를 비전으로 미국과 중국의 IT(정보 테크)나 BT(바이오 테크) 사업에 견줄만한 문화가 조성되어 있는가? 규제만 가하면 가했지.


그저 한국에서 대학 나오고 한국에서 곱게 자랐으면 공무원이 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게 남들(남들이야 해봤자 한국 내의 본인이 속한 학군이다.)에게 비교해서 기도 안 죽고,  장가나 시집가서 말년을 곱게 보내는("이런 눈치 주는 생태계는 세계 최고다.") 유일한 성공 루트이다. 이런 프레임을 짜주고 여기에 구속하게끔 교육시키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조선 시대에서부터 반복된 과거시험에서 순위대로 등용되고 관직에 몸담고 나라의 녹봉이나 받아먹는 프레임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이 나라의 현주소이다. 그땐 자격에 제한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렇게 양반이 되기를 갈구했었던 서민들부터 백정까지, 모두가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었다는 건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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