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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와 나 -3

파이낸스(빚 청산) 하지 못하는 도스토옙스키에게 창작이란?

by Younggi Seo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의 우화는 마태복음(25:14-30)에 있는데 한 부자가 먼 길을 떠나면서 그의 3명의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긴다.



부자는 종의 능력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5 달란트를 주고 또 한 사람에게는 2 달란트를 주고 또 다른 한 사람에게는 1 달란트를 주고 떠난다.


5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그 돈을 활용하여 5 달란트를 더 벌고 2 달란트를 받은 사람도 열심히 노력해서 2 달란트를 더 벌었다.


그러나 1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겁이 나서 그 돈을 고스란히 땅에 묻어두었다.


주인(보통 이 주인은 신, 하느님으로 많이 해석된다)이 돌아와서 그 종들과 셈을 하게 되는데, 5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5 달란트를 더 가지고 와


'주인님, 주인께서 저에게 5 달란트를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5 달란트를 더 벌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참 잘했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 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자,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자' 하고 칭찬했다.


그다음 2 달란트를 받은 종도 와서 '주인님, 2 달란트를 저에게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2 달란트를 더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 주인은 그에게도 '잘하였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 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자,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1 달란트를 받은 종은 '주인님, 저는 주인께서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시는 무서운 분이신 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운 나머지 저는 주인님의 돈을 안전하게 땅에 묻어두었습니다. 보십시오, 여기 그 돈이 그대로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은 그 종에게 크게 호통을 쳤다.


'너야말로 악하고 게으른 종이다. 내가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는 사람인 줄로 알고 있었다면 내 돈을 돈 쓸 사람에게 꾸어주었다가 내가 돌아올 때에 그 돈에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어야 할 것이 아니냐?


여봐라, 저자에게서 1 달란트마저 빼앗아 10 달란트를 가진 사람에게 주어라.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이 쓸모없는 종을 바깥 어두운 곳에 내쫓아라. 거기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이렇게 달란트의 우화에서는 투자의 리스크를 두려워하여 투자를 회피하고 안전하게 재산을 지키기만 했던 종은 신의 노여움을 사서 신의 궁전에서 쫓겨난다.



'금융의 모험'이라는 책에서 우연히 읽은 달란트의 우화를 통해 왜 수많은 유대인계의 미국인들이 투자로 세계의 갑부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지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물론 그들이 고리대금을 하게 된 역사적 배경은 로마시대에 그 업만 할 수밖에 없었던 차별정책에 있었다. 하지만 성경에서 이미 투자하지 않고 땅에 묻어둔 달란트를 그대로 갖다 준 종을 쫓아버린 하나님의 뜻을 유대인은 줄곧 실천하고 있다. 또한 현대에 와서 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덧붙여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도스토옙스키는 채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소설가 중에 일인이다. 돈을 갚기 위해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던 고전 작가로는 '고리오 영감'을 쓴 발자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처럼 돈에 대한 견해와 금융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데 반해 관리적인 면에서 소홀하고, 오히려 룰렛이라는 도박에 한 탕 쳐서 날려버리는 데 중독된 소설가는 역사상 그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달란트의 우화를 통해 신이 종에게 원하는 '투자원칙' 세 가지는 아래와 같고 이 논리가 도스토옙스키가 먹고살기 위해 소설을 써야 했던 당면 논리이며 삶의 강박이었다는 것과 잘 맞아떨어진다.


1. 여러분의 자본 제공자가 기대하는 수익률을 능가하라. -> 출판업자가 기대하는 출판 수익률을 능가하라.

2. 그 기대 수익률을 되도록 오랫동안 능가하라. -> 출판한 책의 구독자를 오랫동안 지켜라.

3. 여러분의 자본비용보다 높은 수익률을 계속 창출하면서 성장하라. -> 출판한 소설의 구독률이 떨어질 거라는 위험(risk)의 부담을 이겨내고, 창작의 고통을 무릅쓰며 원고 마감일을 지켜라.



결국 도스토옙스키는 해당 리스크의 부담을 통해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하였고, 후세에도 널리 인정받는 대작들을 써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 리스크의 부담이 없었다면 성장도 없었다. 물론 그가 천재성으로 인정받는 인간 심리의 묘사 능력은 다른 데 있다. 그리고 투자에서 가치 창출의 전부가 되는 위의 세 가지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점은 어떠한 모험(미리 돈을 받고 출판 계약)에 대한 위험(출판 후 쪽빡차는 것)을 무릅쓰는 행위(대중에게 팔리는 창작)라고 할 수 있다.







참조

1) 달란트의 우화 retrived from https://www.hankyung.com/thepen/article/98926


2) Desai, M. A. (2017). 금융의 모험 : 세상에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하버드 경제 수업. London: Profil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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