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식(Top-down) 습득과 상향식(Bottom-up) 습득의 왕복
세계 최초의 코드는 여성에 의해 짜였다고 한다.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에 대한 전기가 코딩 교육이 대세인 요즘 서점가에서 눈에 띈다. 그런데 이 여성학자가 내린 결론은 기계장치의 출력값은 입력값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였는데, 근래 인간의 뇌 신경망(Neuron)을 모방해서 만든 인공지능 학습의 일종인 '딥러닝(Deep Learning)'이 발달하면서 출력값에 대한 한계가 입력값으로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시대가 앞당겨졌다.
딥러닝이라는 명칭은 앞서도 말했듯이 1980년대 이미 인공 신경망이라는 기술로 개발에 들어갔었지만 현재처럼 GPU라는 그래픽 가속 CPU의 발달에 힘입어 부활할 수 있기 전에는 시들해졌었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발달과 과적합(overfitting, 별걸 다 가려내는 학습능력)의 문제 해결로 인해 근래 다시 AI의 활로에 가장 대표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했고 이것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들의 노고를 기려 명칭 자체도 딥(deep, 심층) 러닝으로 불리게 됐다.
한국에서도 대학의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관련 학과 교수가 매스컴에 나와 AI의 중요성을 실감시키려 대중에게 강연을 한지 벌써 3년이 지났다(https://www.youtube.com/watch?v=WU1GLmhTGB8).
알파고를 만든 데비스 하사비스는 본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AI 연구가 우습게 치부되던 시절, 한 교수가 발언한 '컴퓨터는 결코 인간과의 바둑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을 듣고 이후에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알파고라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컴퓨터(AI)의 개발로 그 말의 진위를 뒤집었다. 즉 수백만 장의 기보의 입력값으로 인간이 예상할 수 없었던 알고리즘의 형태의 출력값(알파고의 기보 패턴)을 생성해내어, 입력과 출력의 산술급수적인 정비례 관계를 무너뜨렸다. 하사비스는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하기 전에 이미 본인이 만든 체스게임을 동생과 대전시켜 동생이 이긴 적이 없도록 한 개발 경험이 있었다(또한 세계 체스 게임에서 2위를 한 적이 있으나, 이 대회에서 그는 왜 여기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두뇌의 능력을 이런 데 소모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체스 게임을 두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개발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 후에는 일명, '벽돌 깨뜨리기' 게임(스티브 잡스의 기획과 워즈니악의 개발로 전 세계에 출시되었던 아케이드)의 방법을 컴퓨터에게 수백 번 학습시켜 인간 고수와 대등한 수준의 게임 개발을 계속해오고 있었다(알고 보니 '테마파크'라는 게임을 제작해서 이 수익금을 학비로 충당, 케임브리지대에 조기 입학한 수재이기도 했다 ). 이때까지만 해도 하사비스가 만든 게임의 체계(알고리즘)는 어릴 적 동생과 대전시킨 코드와 같이 'if then'의 제어문의 연속인 바텀업(Bottom up)의 로직(논리)의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딥러닝이라는 기술은 이와 달리 수많은 기보, 즉 데이터의 패턴을 컴퓨터에게 학습시켜 컴퓨터가 그러한 패턴의 조합으로 인간이 고려할 수 있는 패턴의 조합을 뛰어넘는 컴퓨터만의 알고리즘을 생성시킬 수 있었고 이것이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 커제와의 대국을 연달아 격파한 까닭이었다. 그리고 알파고가 은퇴(?)를 선언한 뒤로는 인간의 바둑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50국의 자가 기보를 매일 10판씩 내놓고 있다. 이 기보를 먼저 본 스웨(時越)라는 9단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상상만 하던 저 먼 미래의 대국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알고리즘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순서를 일컫는다. 근본적으로 이것은 논리적으로 참(true)과 그름(false)을 구분하며 전개할 수 있는 과정이며, 쉽게 말해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에 해당한다. 이렇게 앞에서부터 뒤로 하나씩 하나씩 참/거짓을 구분하며 일렬적으로 이루어진 구조가 모든 시스템 프로그램의 뼈대로 구축된다. 반면에 AI의 학습은 결괏값이 위와 같은 알고리즘들에 투입한 입력값에 대응하여 나온 출력값이 아니라, 해당 알고리즘 자체(패턴)가 입력값이 되고 출력값은 이 알고리즘 패턴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컴퓨터의 학습지능이다. 그러니까 컴퓨터를 수학자로 치면 수학자는 수학 문제를 푸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논리적 지식을 통해서 하나씩 증명해나가면서 푸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앞선 수학자들이 수학 문제를 풀었던 모든 해법(패턴)을 자신의 두뇌에 대입해서 그 패턴들과의 조합으로 푸는 방식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간단히 말하면, '패턴(문제 해결의 데이터)의 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단순 직무만을 하는 직업만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리라고 예단할 수 있지만, 실제로 수학자나 판사, 검사, 대통령, 심지어 작가와 예술가까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더욱 다분하다. 왜냐하면 이제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방식으로의 바텀업의 문제풀이와 그것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하는 교육에 대비, 인공지능의 탑다운 방식의 수많은 기존의 문제 해결 패턴의 조합으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의 답안을 찾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며 인간은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도구를 만드는 능력보다 도구를 다루고 활용하는 능력이 인간이 인공지능과의 갑을 관계에서 앞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컴퓨터가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딥러닝'이라는 기술을 상용화하기 전까지는 인간의 직관적인(heuristic, 인간이 개와 고양이를 분간하는데 어떠한 재능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누적된 경험으로 인해 차이를 분간할 뿐이다.) 시각 판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컴퓨터의 0과 1을 구분하며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이를 수없이 반복하고 체계적인 이론을 세워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추론 능력을 키우기 위해 애써왔었다.
하지만 초기의 딥러닝 기술은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는데 매우 어려워했다. 인간이 비록 불과 0.0...01초 만에 판별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딥러닝의 발달을 촉진시킨 결괏값에 따라 피드백을 줘 논리구조를 재생산하는 ‘오차 역-전파’(back propagation) 개념이 없었더라면, 인간은 여전히 컴퓨터보다 앞선 추론(Bottom-up)과 직관(Top-down) 능력의 조합을 바탕으로 수학 문제를 일일이 하나씩 논증해가며 푸는 게 상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P-NP 문제 등 세계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대표적인 수학 문제들도 이제는 그런 바텀업의 논리적인 사고보다도 지금까지 난제를 풀었던 데 쓰인 해법들을 모두 긁어모아서(학습) 이것들의 조합(인공지능)으로 푸는 것이 수학자의 역할로써 어울릴 것 같다. 상식이 바뀐 것이다. 인간에게는 문제 해결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어야 하고, '문제의 발견이 목적'이어야만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컴퓨터가 이제 인간이 가장 잘하는 직관적이 능력(삶의 여러 경험적 패턴의 조합으로 대강 감으로 집어내는)을 완전히 따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시국이 지금인데, 이 능력이 이미 인간을 추월했고(인간과의 바둑 대전) 곧 이것의 수확이 가속화(특이점) 될 것이라고 인공지능 전문가가 예견한 지가 오래다. 즉, 입력값에 비해 출력값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겨우 깡통에 불과했던 기계 시스템에 '마!'라고 타이핑 쳤는데, 인류가 전멸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미래의 AI 역사에 남겨져서는 안 되겠지만, 인간이 추구해야 할 학문의 지향점에 대한 방향이 바뀌어야만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코딩 교육이 대세니 애들에게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야 하느니, 타인보다 앞서기 위해 5지 선다형 아니면 4지 선다형의 토익 문제 한 개 더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직도,
왜?
참고
1)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70528/84599585/1
2)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77909.html#csidx90fdfff764495438de11d6f78a7fb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