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의 운용화(operationalization concept) 측정
새해부터 약 한 달간, 아이엘츠 아카데믹 버전 시험을 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시험 준비만 해왔다. 1월 한 달 내내 학원 수업을 듣고 2월은 주입했던 내용을 반추하고 소화시키는 기간을 가지는 와중에, 보통 유학생들이나 이민자들이 필요로 하는 이 시험이 겨냥하는 게 뭔지 깨달았다. 참 다행히도, 나는 꽤 이르게 시험의 방향성을 알게 된 것 같다. 2월 20일과 21일 양일에 치를 시험에 앞서 더욱 명확한 지향점(큰 그림)을 가지고 앞으로 2주간 시험 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아이엘츠 시험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서 요구하는 영어 시험 능력 평가가 겨냥하는 것에 대해 알려주겠다.
위의 도식,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아마도 지금은 모르겠는데, 본인이 생각키로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에서 명제라는 단원의 첫머리에 '역'과 '이' 그리고 '대우'라는 개념을 설명할 때 본 듯하다. 문장 개념의 등치와 병치 그리고 상치(?) 같은 개념이 사실상 서양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논리의 근간이며, 서양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뼛속 깊이 이 논리적(형식적) 잣대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책이 있다.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보면 저자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점을 여러 개의 가설로 분류해서 각 가설의 참과 거짓을 저자(리처드 나스벳)의 제자들을 직접 실험대상으로 한 사례들을 통해 증명한다. 여기에서 동양인 학생들이 서양의 그들보다 평상시에 약한 것이 어떠한 개념을 범주화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닭, 소, 모이, 풀을 보여준다. 그리고 관련 있는 대상끼리 나눠보라고 하면, 이들은 닭과 모이, 그리고 소와 풀로 나눈다. 왜냐하면 닭은 모이를 쪼아 먹고 소는 풀을 뜯어먹는 관련성(자신들의 문화에서 흔히들 생각하는 연관성)에 근거해서 고르는 경향이 동양인에게는 크기 때문이다. 거기에 반해 미국인들은 닭과 소, 그리고 모이와 풀로 나눈다. 상위 개념인 동물과 먹이라는 분류항목으로 일반화(범주화) 시켜서 개념을 나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단, 이것은 평상시에 자국의 문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전제 하에서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설명한 사례이며 실제로 동양인도 서양의 학문을 이미 많이 받아들인 현대에 와서는 어떠한 큰 범주에 따라서 하위 개념(구체화)으로 나뉘는 데 어색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별나게 한국인들이 영어를 쓰는 데 있어서 몇 가지 착각하는 게 있는데, 이것이 위의 개념의 운용화(범주화 ←→ 구체화) 기술과 연관이 있다.
보통 유학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나 대학원생들의 영어 어휘 수준은 아이엘츠 아카데믹 시험 버전의 수준을 버금갈 정도로 수능시험에서 어려운 어휘를 많이 배우고 또한 그러한 어휘력을 치켜세워주는 곳(내가 아이엘츠를 수강한 곳에 그런 수준의 단어들 중 정답을 맞히는 데 필요한 단어들의 뜻, 동의어를 쪽지시험 형태로 매주 테스트했다. 참 다행이다;)이 많다. 이것이 아이엘츠 작문 시험에서 보통 샘플 답안으로 제시되는 총 9점 만점에 7~8점을 받는 에세이의 어휘 수준과는 동떨어진(?) 간극을 형성한다. 본인은 이 간극을 어떻게 비유하고 싶냐면,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휘두르는 격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러니깐, 닭 잡는데 필요한 칼은 네이티브들이 자주 쓰는 표현과 간결하지만 힘 있는 단어들이라면, 소 잡는데 휘두르는(?) 칼은 네이티브들도 언감생심인 현학적인 단어들과 맥락에 맞지 않는 추상적인 표현들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유학하기 전에 필요한 열심히 공부한 네이티브 12학년(고3) 수준의 언어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이들 시험에서만 착각하는 것이 아니다. 학구열이 높은 동양인 학생들은 맥락의 여부와는 관련 없이 수없이 외운 어려운 단어들을 논문을 쓰는 데에서도 십분 발휘된다. 특히 한국인 학생들은 고급 어휘력이라는 장벽에 가려서 닭 잡는데 필요한 칼('개념의 운용화')을 찾는 데(이게 '글의 구성력'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글의 구성은 서론-본론-결론의 전개 방식을 얘기하나, 고득점을 받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글의 구성력은 범주화[상위 개념으로 추상화]되어 표현된 제시문을 자신의 사례를 들어서 얼마나 명확(Clear, 평가기준)하게 구체화할 수 있느냐 혹은 이것의 역)에만 엄청난 수고(별 것 아닌데도, 끝까지 동양인이 잘하는 '관계에 따른' 분류 개념을 버리지 못하고)가 필요한 것이다.
어제 유튜브에서 한 토플/아이엘츠 작문을 강의하는 네이티브가 피해야 할 어휘의 예시로 든 아래와 같은 단어들을 보면,
plethora
myriad
alleviate
amalgamate
불필요하게 어렵게 말하는 단어가 영작에서 큰 점수를 받는 게 아니라, 간단하지만 힘 있는 뉘앙스를 지닌 단어( 이 유튜브를 끝까지 청강하면 7개 정도 들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예일대 언어학과 교수, 반스가 쓴 '영어 스피킹 기적의 영단어 100'을 추천 )들이 영작에서 큰 점수를 받는다면서 아래와 같이 쓰라고 한다.
many
many, countless
reduce, diminish
join, fuse
그렇니깐,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다고 영작을 잘한다는 보장도 없으며, 현학(오래된 단어에 정작 요즘 네이티브들 사이에서는 잘 쓰이지도 않는)적인 관점의 단어 외우기에 매몰되거나, 외국물을 먹었다는 이유로 믿고 배우는 강사로부터 오히려 감점의 원인이 되는 단어들만 전수받기 쉬운 게 한국식(네이티브가 보기에는 관련성, 즉 어떤 기준에 의해 분류되어 있지 않은 이 논리 개념이 없는) 영어교육이다.
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설명하지 못하면 당신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 아인슈타인
영작을 시작할 때 한국인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초등학생 이하인 어린아이조차도 내가 쓰(말하)는 글을 읽어줘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사례를 드는 것이다. 일단 제시문(일반화된 사례)을 보고 그 개념과 비슷한 내 주변의 사례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학원가에서 나눠주는 템플릿(판박이 전개 방식)을 이용하는 게 우선이다. 어차피 네이티브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지니지 않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네이티브 국가에서 출제한 시험관의 사고방식과 경향을 알지 못하는 이상 그들의 글 전개 방식을 따라가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고급 어휘력에서는 그 누구보다 뒤지지 않게 알고 있는 상위 1%의 영어 구사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끝까지 그것을 써먹으려는 욕심에 서두에서 언급한 '개념의 운용화(operationalization concepts)'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게 아이엘츠나 토플을 준비하는 유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몇 개월, 심지어 몇 년을 걸려도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리딩과 리스닝은 단기간에 점수의 향상이 이루어지는데, 스피킹과 라이팅은 1점 이상 상승하는 게 어려운 까닭이라고 짐작된다.
아래의 네모칸의 글은 아래의 제시문(statement)을 보고 영작한 글이며, 후자는 샘플 답안(캠브리지 IELTS)으로 제시된 글이다.
The Essay Statement
Some people believe that it is best to accept a bad situation, such as an unsatisfactory job or shortage of money. Others argue that it is better to try and improve such situations.
Discuss both these views and give your own opinion.
In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age, people have debated whether bad situations should be faced with acceptance or resistance. I am in favor of the latter, particularly when it involves employment and careers.
As long as people live without economic troubles, they manage to pursue the higher values of life they aim for. Even though it is true that garbage collectors are not as recognized and receive much lower pay than doctors, unless these collectors did their own duties, some diseases would become outbreaks. Hence people should treat those positions equally as minimal components of the whole system. [Closing sentence, 제시문과의 연관성 부족]
On the other hand, society has another aspect to regulate people when it comes to hard work. As people have introduced state-of-the-art technology, they have tended to lose their moral or own inheritance. No one wants to follow the instructions of machines, no matter how developed. Regarding this issue, human beings have duty to keep their private values like overcoming unfulfilled job or a scarcity of money [돈의 희소성??].
In the long run, the people who are able to flexibly control the way a job position works might survive better in the near future. To be specific, those who may be master over cutting-edge technology like AI [? 무슨 약자인지 모를 수도 있음], Blockchain, and Cloud services could earn higher yearly salaries. It is inevitable that people must accept speedy changes in modern society.
Therefore, a wide range of chances exist to upgrade such situations with dignity. Many people argue that diligent work is the first-priority. Nevertheless, I firmly believe that making efforts, while overcoming suffering circumstances, should be much more suitable in the upcoming era. [제시문의 내용과 관련성이 동떨어짐. 제시문은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라는 건데, 작자는 그러한 상황의 직업을 유지하는 게 미덕인지, 그렇지 않은 게 다가오는 시대(?)에 걸맞은 건지라는 엉뚱한 논지를 제시를 하고 있다...]
Some people believe that it is best to accept a bad situation, such as an unsatifactory job or shortage of money. Others argue that it is better to try and improve such situations.
Based on my knowledge, some people choose to accept the fate that they have to undergo the bad situation as they believe that good things might come out of it. Their solution is simply to just go with the flow because they think that they will learn something new along the journey. For example, a student received a grade B for his Physics examination. However, he only needs one more mark to get an A. If a student requires to receive a mark percentage of 70% to get an A, this student got a 69% on his paper. As the teacher looked through the questions with the whole class, he notices that the teacher accidentally marked his correct answer to wrong. So, realistically, he should get an A. However, he choose to leave his grade as a B because he believes that his current grade will be a motivation for him to improve and work harder get a better grade in the next examination. Hence, this explains why some people choose to accept the bad situation.
Besides that, it is also mentioned that others argue that is better to try and improve such situations. I believe the reason they act that way is because they feel a bit paranoid that the situation will become worse if they do not do so. For instance, a person had to undergo a shortage of money. Logically, they will feel a little paranoid that at one point, they might have to experience an empty pocket and had to live in the streets. Regarding that matter, they figured out a solution to imporvise such situations by getting an extra or part-time job. This solution will help them to gain extra money to pay their daily expenses such as water and electricity bills. This means that their problems are solved and they are now worry-free.
In my honest opinion, I strongly suggest that one can choose to act in both situations according to situations. When facing a problem, think of the best solution to solve it. If the situation requires you to simply ignore it, then just do so. There is a no need in figuring out a way to improve those situations as it will take up your time and cause stress. However, if the situation requires you to take action quickly, by all means do so as you might not know what are the consequences if you ignore the problem.
In a conclusion, the main important thing when facing bad situations is to analyze the problem, then only you can react to them. Not all bad situations needs to be ignored and not all needs to be improved. Think wisely to get the best solution for all of your problems.
위의 두 글에서 본인이 쓴 글은 일단 제쳐두고, 샘플 답안으로 제시된 글에서는 한국인에게는 놀라운 점이 두 가지가 등장한다. 우선 대한민국의 영작 강사들이 하나같이 서론에서 제시하라는 글쓴이의 주장(thesis statement)이 없다. 그리고 영어권 국가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똑같은 말의 반복이 'believe', 'extra', 'paranoid', ‘undergo’ 등 연속으로 등장한다. 한국에서 영작 수업이라고 가르치는 내용은 최소한의 실점을 피하기 위해서 제시한 원칙일 뿐 너무 얽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큰 개념에서 논지의 전개가 주어진 제시문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일관성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굵직굵직한 방향성을 원어민은 자기네들 언어이기 때문에 어떠한 표제어(thesis statement)나 전환어(transitional words)가 없더라도 주제와 동떨어지게 글을 전개할 확률이 낮다.
만약 앞서 말한 것을 샘플 답안의 글쓴이가 지켰더라면 7점이 아니라, 그 이상의 점수까지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고, 캠브리지 교재의 '8점짜리' 샘플 답안을 보더라도 오히려 수준 낮게 느껴지고 간결했다. 그러니 제 아무리 영어 단어를 장황하게 쓰거나, 심지어 영작의 원칙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묵살되더라도 '개념의 운용화'라는 사고방식이 몸에 배어있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본인이 쓴 글은 제시문에서 구체적인 사례라고 든, '쓰레기 청소부들이 의사보다 처우나 연봉이 낮다고 그들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질병이 창궐할 수 있다는 것'은 주어진 제시문과 관련성이 없다. 그런데도 이후 AI(인공지능)를 언급하며 본인의 주장을 옹호하는 네 번째 문단에서 말미에 제시한 클로징 문장은,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제시문의 주제)과는 어떠한 기준으로 나의 주장을 연관시켰는지 알 길이 없다(Off the topic). 필자가 생각하기를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서 우대받을 수 있는 직종의 산업군(AI, 블록체인, 클라우드 서비스)의 기술을 숙련시키는 것이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제시문)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불만족스러운 직업의 한 예로써 사례를 든 게 아니라, 그러한 직업군과 대조될 미래의 직업(개연성이 떨어짐)의 예로 거론한 거라서 명확한 논리라고 보기 힘들다.
결론에서도, 불만족스러운 상태를 개선시키는 노력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적합하다며 한 번 더 동양인('나')의 사고 습관인 본인이 생각한 관련성에 따른 분류로 제대로 된 개념의 운용화(사례 → 논제로의 추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에세이를 한국인 강사에게 첨삭받았을 때는 주제와의 개연성이 부족하며, 주장과 그 이유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평과 함께 5.5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받았다. 또한 제시문과의 연관성이 떨어지지 않으면 6.5점을 예상한다고 하였으나, 'ediket'이라는 영문교정 서비스 사이트에서 하버드대 교육학을 석사 졸업한 네이티브로부터는 '4~5점'을 예상 점수로 받았다(쓰~벌;).
문장의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사소한 문법(단복수, 부정어 위치, 수 일치)이 간혹 틀리더라도 메시지가 구체적이어야 한다. 『미국식 영작문』의 저자가 말하듯이, "에세이에서는 구체적인 단어가 많을수록 논리적이고 잘 쓴 글로 평가합니다. 구체적인 단어는 실질적인 증명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글을 발전시키기에도 용이하고요... You should take care of yourself.(너 몸 관리 좀 해야 돼)라는 문장은 You should eat fresh vegetables and do exercise every day.(너는 매일 신선한 야채를 먹고 운동을 해야 돼)라고 고쳐 쓰는 게 좋죠. 그래야 '어떤 채소를 어떻게', '어떤 운동을 어떻게'와 관련된 내용으로 구체화해 글을 확장시킬 수 있으니까요. 반면 첫 번째 문장은 '몸 관리'에서 글이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최정숙, 2020).
고급 단어가 추상적인 개념을 아무리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글의 구성력(→개념의 운용화)에 있어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쉽게 표현한 주제 문장(Topic Sentence)에서 이어지는 근거 문장(Support Sentence와 Supporting Details)에 논리적(혹은 '억지로'라도)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인이 아이엘츠 영작 시험에서 최소 6점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템플릿(전환어나 signal words라는 형식어를 사용한 글의 전개)을 각 제시문의 유형별로 맞춰서 쓰는 것을 권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논지(글의 흐름)의 전개에 있어서 힘들이지 않고 각 전환어를 기점으로 내용(idea ← 사례)만 집어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 '개념의 운용화'라는 사고방식을 통해 아이엘츠의 리딩과 리스닝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는지 다뤄보겠다.
참조|
1) Cambridge Eng Lang Assessment. (2019) Cambridge IELTS 14 Student's Book with Answers.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 최정숙. (2020). 미국식 영작문 수업. (초판 pp. 130). 서울: 동양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