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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May 19. 2021

"Hey, caveman-."

존 그리샴, 찰스 솔, 루이스 새커 셋의 공통점은 뭘까?


You know, I make a living learning how to read people, Mike.
 사람들 마음을 읽어서 돈을 벌어, 마이크.

                                                                   - Harvey from Suits


부제에서 물은 것의 정답을 단박에 아는 사람은 스릴러를 좋아하거나 DC나 마블 코믹을 좀 아는 사람일 거다. 그리고 루이스 새커는 누군지 모를 수도 있는데, 그는 'Hole, 구덩이'라는 소설로 뉴베리(아동문학상의 최고 권위) 상을 수여한 작가이다. 셋 다 '전직 변호사 출신'들로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스릴러, 코믹, 그리고 아동문학을 쓴 작가들이다.


사실 만화는 '슬램덩크'(이것에 대해 다음 글에서 말하고 싶은 소재가 있기는 하나) 빼고는 큰 감흥이 와 닿은 적이 없어서 찰스 솔이란 작가는 '전직 변호사 출신 작가'를 급검색해서 짜깁기한 거고, 이해가 되든 안되든 몇 번은 회독한 루이스 새커의 '홀스'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이 책을 산 지도 어연 20년 가까이 된 거 같기도 하다. 본인이 소장한 원서가 2001년에 찍힌 거라면 아마 그로부터 일, 이 년 뒤에 샀을 테니 말이다. 책이 출판된 것은 1998년도, 내가 중학생 때다. 2003년도에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는데, 근래에 원서가 거의 완벽히 해석이 될 때쯤에 한 번 봤다. 원작보다 세밀한 감정씬과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독백이 없어서 큰 재미는 없었지만, 소설의 큰 흐름을 단 번에 알기에 도움이 되었다.



여하튼 스무 살 무렵에 영어 귀 뚫겠다면 무작정 돌려봤던 영화 중에 'A Walk to Remmember'와 'Good Will hunting' 그리고 그런 휴먼 드라마 류의 원서('River boys', '21', 'If you catch me, you can', 'the CATCHER in the RYE' 등)들이었다. 내용도 영어 초보가 한국어로 미리 이해하지도 않고 바로 이해하기에는 무리였을 뿐만 아니라, '굿윌 헌팅'은 영화 중에도 대사(보스턴 방언 포함)가 고난도이다. 그런데 그 영화를 장면을 쫓아가면서 보기를 최소 5번은 되었으니, 그 당시의 인내력이면 개념에 대한 선행학습 없이 수학 문제집 1권 정도는 풀어낼 수는 있었을 거다(부적절한 비유인가?).



둘 다 영화 속 사운드 트랙이 감상적인 음악들이라,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가 추억으로 남을 인생 무비들.



그런데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영작 연습(문장 단위 → 문단 단위)을 하고 이제 어느 정도 영어를 이해하는 해석력에 속도가 붙자, 다시 본 '홀스'의 주인공 스탠리의 독백에 대한 세세한 이해가 전부 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재미'가 붙기 시작한 거다. 20년 전쯤에 처음 봤었던 이 '홀스'에 대한 기억을 상기하면, 영어라는 언어는


도대체 어떻게 한국말처럼 문자의 나열만으로도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만을 가지게 했었다. 번역하지 말라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글자 그대로 보고 이해하려는 무지 속(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에 빠져 있어서 도대체 이 소설의 행간 이해는 왜 항상 '삽질'만 하는 걸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삽질을 년수로 18년 동안 간간히 한 번씩 책을 뒤쳐볼 때마다 조금씩 줄어들더니(작가가 뭐라고 떠들어 대는지 이해되는 범위가 커지더니), 결국에 나이 서른일곱 먹고 영어가 정확히 이해가 되자 우리나라 문학류처럼 행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마나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글의 내용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비록 영화는 원작의 많은 장면을 건너뛰었지만)처럼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기 시작한 거였다. 비로소 재미가 느껴졌고, 도서관에서 대여하여 오디오북 음원을 복사할 수 있었던 별책부록의 오디오 CD 음원을 통해 쉐도잉까지 하면서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기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작가는 이 책에 단순히 어린이들이 사회에 내딛기 전에 미리 알려주면 좋을만한 교훈들만을 이야기를 통해 깨달을 수 있게 하지 않았다. 니체의 한 유명한 격언을 약간 인용한 게 느껴지는 글귀(The last thing he wanted to do after killing himself all day on the lake was to get in a fight with a boy called the Caveman. ← That which does not kill us makes us stronger.) 



뿐만 아니라, 어른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인이라면 기억하기 힘든, 어릴 때의 유치한 감정(하지만 진심)까지 소설 속에서 그리고 있는 거였다.


He imagined what is would be like if he became good friends with all of them, and then for some reason they all went with him to his school, and then Derrick Dunne tried to steal his notebook...

그는 (그룹 D의) 애들이 좋은 친구들이 되었을 거라고 상상했다. 그러면 어떤 이유에 의해서 그들 모두 스탠리와 함께 그의 학교로 갈 거였다. 그리고 (그를 괴롭히는 악당) 데릭 듄이 스탠리의 공책을 훔치려 시도했다면,


"Just what do you think you're doing?" asks Squid, as he slams his hands into Derrick Dunne's smug face.

"이봐, 무슨 짓하려는 거야?" Squid(오징어)는 양손으로 데릭 듄의 뻔뻔한 얼굴을 향해 손으로 내려치자마자 묻는다.

"Caveman's our friend," says Armpit, grabbing him by the shirt collar.

"원시인(스탠리 별명)은 우리 친구라고," 데릭 듄의 셔츠 칼라를 붙잡으면서 Armpit(암내)이 말하다.

 

'Stanley played the scene over and over again in his mind, each time watching another boy from Group D beat up Derrick Dunne. It helped him dig his hole and ease his own suffering. Whatever pain he felt was being felt ten times worse by Derrick.'

스탠리는 그 장면을 계속 반복해서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매번 (자신이 속한) 그룹 D에서 다른 애들이 데릭 듄을 두들겨 패는 것을 말이다. 이게 그가 구덩이를 파는 것과 그가 마음속에 상처로 지닌 고통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다. 지금 그가 느끼는 고통이 뭐든 간에 데릭이 그에게 줬던 감정이 열 배는 나쁘다.  








Reference

Sachar, L. (1998). Holes. New York: Random House Children's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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