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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May 15. 2021

<슈츠> 미드 삼매경 II

다양한 의미의 구동사(phrase verbs)를 익히기에 최적인 콘텐츠




"Go away."
잘 처리해.

"Go away."
저리 가요.


"You should cut him loose."
너는 그와 절교해야 해.

"You haven't yet cut him off?"
너 아직 그 친구와 연락 끊지 않은 거야?

"He cut me off."
그가 나에게 끼어들었죠.

"The deal was cut."
그 계약은 성사되었어.

"If you can't think for you, you aren't cut out for this."
그런 생각도 못한다면 일이 적성에 안 맞는 거지. 


영어를 영화 한 편의 특정 한 장면만을 보고 익힌다면, 같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위와 같이 다양한 의미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해석이 있어서 그렇지 한국어 번역 자막이 없다면, 더더욱 아리송할 것이다). 그래서 언어에서 '맥락'은 중요하고 영화에서 본 표현을 써먹기 위해서라면 단지 영화 한 편만을 보면 안 되고 그 영화의 소재와 관련된 수많은 다른 에피소드의 영화를 보고 같은 말임에도 저 맥락에서는 저런 의미이고, 그 상황에서는 그런 의미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자신의 일상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그 같은 표현이 떠오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 한국어로 말하는 데, 말하려는 내용을 머릿속에서 작문하지 않고 본인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내뱉듯이 언어의 표현은 글자를 쓰고 외운 것을 기억해내어 내뱉는 과정이 아니라, 영화 속에서 보았던 비슷한 상황의 그 같은 맥락에 어울리는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어야 영어가 절차적 지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즉 원어민이 말할 때의 뇌에서는 한국인과 달리, 듣고 말하는 것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브로커라는 특정 부위(측두엽)만  빨갛게 활성화되듯이 한국인도 영어로 의사소통할 때 오직 맥락만을 끄집어낼 수 있다면, 표현을 기억해내고 문법을 따지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두뇌의 풀가동 없이 자연스럽게 발화할 수 있다.



글로 쓰고 외우면서 뇌를 자극하면서 영어를 익히는 것은 영작을 위한 선행 학습에 해당한다면, 미드를 보면서 같은 표현을 다양한 상황에서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을 익히는 것은 말하기와 실질 청취력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훈련이다.


또한 '슈츠'와 같이 특정 분야('법률 자문과 법정 드라마')에 대해 여러 편에 나눠서 관련 표현을 다르게, 그것도 한 편에서 두루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면 그 같은 분야의 영어 청취력을 향상하기에 적당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슈츠'라는 미드를 알 게 된 것도, '프리즌 브레이크'와 같이 한창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할 때, 한국의 어느 신문 기사를 통해 어떤 칼럼니스트가 재밌게 보고 있는 미드라며 소개하는 글귀를 읽었을 때였다. 그 당시에 봤더라도 세상 물정 따라가기에는 한참 거리가 먼 인간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프리즌 브레이크도, 슈츠도 처음 방영된 시기가 한참 지난 이때야 넷플릭스를 통해 보게 되었다.


슈츠에서 주인공 마크의 여자 친구 역을 맡았던 메건 마크리는 영국의 왕세자인 해리 왕자가 결혼한 여배우라는 것도, 한국에서 이 미드가 장동건을 주연으로 리메이크됐다는 것도 오늘 구글링을 해본 뒤 알게 되었다. 심지어 해리 왕자와 결혼한 메건이 근래에 오프라 윈프리 쇼에 그와 함께 나와서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문제를 언급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는 것까지 말이다.



어쨌든 '슈츠'라는 이 미드는 이미 시즌 9개가 방영되었던 터라, 그것도 한 시즌 당 평균 1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어서 짬짬이 보면서 행간을 즐기더라도 완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드라마의 특징은 '위트'인데 2011년부터 방영된 이 엔터테인먼트의 압권은 한국의 청년 백수들이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이 잘 안되면 로스쿨에 도전하게 만들게 할 정도(본인이 지금이라도 가고 싶을 정도로;)로 최상위 클래스 변호사의 화려한 면과 동시에 신임 변호사들의 하루살이 같은 직장에서의 생존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변호사를 꿈꾼 수많은 청년들은 전자의 환상을 품고 로스쿨에 도전했겠지만, 드라마의 업계 최고(high profiled) 유명 변호사 하비의 멘토(선배)인 제시카가 그의 목을 조르기 위해(회사 대표로 키우기 위해) 무료 변호 사건을 맡아 달라고 지시하기 전에 주고받았던 대사의 진위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I don't know you've noticed it,  but we're in the middle of an economic meltdown."

불황인 거 몰라?


"Companies aren't exactly lining up to spend money on attorneys right now."

기업들이 변호사들 돈 주려고 줄 서지 않는다고.


위에서 'meltdown'은 제철소의 용광로와 같이 녹아내림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I am having a meltdown.'이라고 말하면 흔히들 정신적으로 충격을 먹었음을 표현한 '멘붕이다'와 같은 의도를 자아내는데, 여기서 'melt'는 같은 에피소드의 중후반에 주인공 마크가 하비 선배에게 자신이 맡은 사건의 증인인 한 여성이 증언 요청을 수락했다며 너스레를 떨 때는,


"She melted."

'완전히 넘어왔죠.'


와 같이 표현했다. 딱 이 표현에서만 한정하여 의미 그대로 해석하면 마크가 여성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는 건지, 뭔가를 수락받았다는 건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경험적 이해(Contextual Comprehension)'가 언어에서 중요하다. 말 자체에 집착할 필요 없다는 말이다. 영어는 한국어처럼 융통성 있게 말을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가 할 수 있는 있는 조사 형언이(그나마 be동사의 '~이다'라는 뜻이 조사에 가깝다.) 없기 때문에 말이 나오는 프로세스('맥락')가 중요하고 이것이 곧 '논리'인 것이다. 미국의 이 로펌 사회(법정)만을 한정해서 보더라도 서양은 동양보다 겉모습을 통한 첫인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형식'이 내용보다 중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이 현대에 와서 재정립된 현대 논리학보다 덜 배운다 손치더라도 그가 내세운 삼단논법이라는 형식은 그 안에 어떤 말이 들어 가든 간(의미상 오류라고 하더라도)에 쉽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세계이고, 이것을 기초로 형성된 사회가 자본주의이며, 가장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에서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영어로 제작된 매개체를 보고 들을 때는 내용에 휘둘리기보다 형식(정황)을 따지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짐작한다.


아~ 그리고, 'Law'를 발음하기를 미국에선 '로'라 하기보다 '라~'라고 한다는 것을 알면 더 잘 들릴 것이다. 하버드대 나온 어느 한국인(책 제목임)이 쓴 영어 교양서적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미드에서 등장한 'connections'은 인맥이라기보다는 번역된 자막처럼 소속감이나 연줄, 친인척이라는 뉘앙스가 풍기며, 비즈니스 업계에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서로 알게 되는 인맥 관계는 'network'로 쓰이기도 한다. 정보보안 분야에서 개인정보 법률이 포스트 코로나 이후 대세라, 곧 치를 CISSP와 ISMS 심사원 자격을 위해서 쏠쏠한 법률 용어의 배경지식을 안겨주는 미드에 또 빠져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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