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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May 04. 2021

영어 수준을 조금씩 튜닝하는 법

Tweak a power of the movement in English





예전에 정확한 해석이 안되더라도 꾹 참고 끝까지 읽은 원서들, 이를테면 'Holes', 'Across the UNIVERSE', 또는 'PACHINKO', 심지어 'A HISTORY OF KNOWLEDGE' 등이 있었는데, 새벽에 영작연습을 하루 단 한 문단이라도 하고, 이후 저녁에 머리 좀 식힐 겸 앞서 말한 페이퍼북을 보면 신기하게도 행간이 완전히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 어제도 그랬고, 이제 루이스 사카(Louis Sachar)의 어린이 동화 중 수준이 제법 높은 '홀스(HOLES)'가 술술 읽히는 수준이면 '확실히' 영어 원서 리딩 초보 딱지는 뗀 느낌이다.



메타 인지력(meta cognition)



학창 시절에 범생이와 자칭 천재라고 하는 사짜를 분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아까 들은 수업 내용 중 모르는 것을 대놓고 물었을 때 바로 대답해줄 수 있으면, 평소에 뇌파 상태가 거의 알파파를 유지하는 모범생 타입이고 그 반대라면 어디서 주워들은 게 많아서 입으로만 떠들고 다니는 사짜 부류였다. 주입한 지식에 대한 출력이 바로 되는지를 떠나서, 그 지식을 본인이 알고 있는지와 모르는지를 분간하는 능력을 '메타 인지력'이라고 한다.



메타 인지력이 빛을 크게 발휘하는 시험은 주관식이나 논술형의 시험이다. 즉, 자신이 책으로만 반복해서 이해한 지식을 꺼내는 작업을 평소에 연습했느냐와 안 했느냐가 시험 점수에 큰 판도를 결정하는 유형이다. 그런데 객관식이라고 어정쩡하게 알고 있어도 쉽게 맞출 수 있다는 뜻은 아니고, 꼬아서 출제하면 오히려 객관식이 더 어렵다.



그래서 시험을 잘 대비하기 위한 연습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 서술적 형태로만 익힌 머릿속의 지식들이 장기기억화되어서 시험일(물론 인생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초단기 기억 테스트에 불과하지만)에도 꺼낼 수 있는지 알아보는 데 있다. 그것이 어떤 지식을 배운 후 막간을 이용해 객관식 유형의 퀴즈를 풀어서, 금세 사라질 만한 주입식 이론을 뇌에 좀 더 오랫동안 각인시키는 것이다. 장기기억화에 더 효과적인은 3~4일(혹은 더 오랜 기간)의 시일이 지난 후 배운 내용의 목차만을 보고 그때 배운 것에 대해 억지로 떠올려보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봄으로써 본인이 이해했는지 아니면 그냥 잠깐 암기한 것일 뿐이지를 바로 알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최고의 공부(습득)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고의 교수(강의를 하면서 이해 및 정리)법이 된다.




'빅뱅 이론' 미드 주인공인 배우 쿠널 나이어. 영국, 인도,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골고루 살아서 그런지 그의 위트는 옥스퍼드 유니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먹히는 코드다.



영어 습득 또한 이와 못지않은데, 외국인(한국인)인 경우는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메타 인지력 향상에 유용한 훈련을 한 두 방식으로 자신이 개발하여 바꿔가면서(싫증 나지 않도록), 하는 게 천리길도 한 걸음씩, 그러나 확실히 튜닝할 수 있는 길이다.



방법론은 두 가지인데, 전제되어야 할 요건이 뇌파 상태가 무엇을 습득을 해도 장기기억화하기 쉬운 '알파파'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뇌파의 종류 중 몰입 상태에 해당하는 알파파가 평소(베타파)에 흐르게 하는 이 상태만이 무엇을 하든 지간에 재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재밌지 않으면 결코 뇌에 매일 비슷한 자극만을 주는 활동에 대해서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하기 힘들다. 무언가를 매일 자신에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순간 그것은 평소에 우리가 '언어를 습득하는 것'과 거리가 먼, 말 그대로 학습이 된다. 하루 영어 문장 몇 개씩 암기를 백날 해서 달성해봤자, 그것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인내력을 향상하는 것이지 자전거 타기나 특정 운동을 잘하기 위한 훈련과는 거리가 멀게 된다. 언어 습득은 훈련이 되어서 자신이 그 언어에 최대한 익숙해지는데 초점을 둬야 단기전이라도 재미를 유도할 수 있다. 이 몰입의 상태로 바꾸는 방법은 뇌에 단순한 작업을 반복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해 가능한 영어를 소리 내어 암송하거나, 책을 소리 내어 읽거나 혹은 필사를 일정 시간 계속하면 뇌에 알파파 상태가 흐르기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런 습득 모드에 다다르면 곧바로 미드를 시청하는 게 아니라, 이제 한국말로 잘 번역된(혹은 직접 번역해서) 텍스트를 보고 그것을 영작해서 원문의 표현 구문이나 단어의 쓰임새(원어민이 자주 쓰는 영어)가 일치한 지 체크한다. 이것을 체크하는 게 원어민이 어릴 때 본인이 내뱉은 말이 스스로 맞는지 아닌지, 혹은 주변에서 많이 쓰는 말(유행하는 관용구나 매체에서 쓰는 표현)로 바꾸려고 피드백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원어민은 이 과정을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수십 년을 걸쳐서 이미 했기 때문에(그래서 원어민이다.) 자신이 하는 말과 상대가 하는 말을 이해하기 위한 유추 과정이 지난하게 이루어졌다. 외국인은 이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영어 표현에 대해서는 곧바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게 당연하고, 이 간극을 극복하려면 하나라도 제대로 머릿속에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익숙한 모국어에 대한 표현을 영어로는 어떻게 풀어내는 지를 스스로 고민하고 그것에 최대한 가깝게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추천하는 책이 있는데, 근래 다시 입문편으로 새책을 출간한 최정숙 선생님의 '기본 문형으로 익히는 영작의 기술, 미국식 영작문 수업 입문편'이다. 미국 Primary school(초등학교) 과정의 텍스트북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영작 시에 필요한 기본 문법 지식과 특히, 동사별 쓰임새에 대한 뉘앙스를 본인이 다시 설명해서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테스트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모국어와 영어식 사고의 간극(메타 지식에 대한 테스트에서 틀린 것)을 메꿀 수 있다.



두 번째 방법론은 미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영작과 달리, 미드에서 배우들이 말하는 소리만으로 자신이 그것을 이해하는지/못하는지를 테스트하는 방법이다. 자막을 지연시켜서 보는 방법인데, 먼저 미드에서 말을 하면 바로 자막이 나오지 않게 하는 기능을 이용해서 잠깐의 타이밍에 내가 이해한 바로는 '이렇다!'라고 말한 다음 그것이 맞는지의 여부를 화면의 자막으로 확인하는 것(해당 유튜브 영상)이다. 영작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글을 써봄으로써 내가 작가의 생각을 영어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거(논리성 테스트, 비감각적)라면, 이것은 귀로만 들리는 소리에 대한 해석을 직접 해봄으로써 내가 그 배우가 의도한 발화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거(순발력 테스트, 감각적)다.



이쯤 해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의 본질을 짐작할 수 있다. 본질은 영어로 말하듯, 한국어로 말하듯, 다른 외국어로 말하듯 본인이 표현하려는 발화(소리)나 메시지(글)를 각 외국어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 구문(가능하면 해당분야의 그들에게 익숙한 사운드나 활자)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어인지 영어인지 여타 외국어인지가 본질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intention)를 얼마나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익숙한 형태(외국어)로 바꿀 수 있는지가 언어 사용(communication)의 목적이다. 결국 동시 통역가나 구글 번역기가 지향하는 최종점과 일치한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속담 때문인지, 이해도 안 되는 말을 대량 인풋 하면 그것들이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조합이 되어 그 언젠가 영어든, 러시아어든, 힌디어든 어떠한 외국어라도 전부 다 들릴 거라는 사이비 같은 방법론에 현혹되기보다, 자신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말을 하려는데 혹은 글을 이해하려는데 해당 표현 구문에 대해 머릿속에 들어있는지 없는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메타 인지력).



어머, 무서워서 그래?  



오빠가 악몽을 꾸고 일어난 상태에서 동생이 던진 위의 메시지는 '괜찮아.'라는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짧은 감탄사이다. 평소 이런 시답지 않은 말이라도, 비롯된 의도(미드에서 배우가 말하는 맥락 혹은 글에서 앞뒤 문장과의 관계)를 원어민의 사고방식의 말이나 글로 표현하면 뭘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면 길 수록 영어실력의 정수인 '유추(통밥 굴리기)' 기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길어야만 마땅한 언어 실력 향상의 근간에 대한 이 타이밍을 축약해서 무작정 외워라는 영어 교육 현장도 잘못되었지만 이런 교육이 애당초 국가의 교육 기조와 다를 바 없었다면, 수학이든 영어든 학교에서 배워야 할 까닭이 있는가? 어차피 졸업과 동시에 뇌에서 무작위로 사라지는 지식의 파편에 불과하다면.



Boy, are you jumpy?








한 가지 좋은 자료가 있어서 공유합니다. 원어민들이 선호하는 각 장소(상황)별 표현(한 번에 말할 수 있는 최대 청킹량을 넘지 않는 수준의 콜로케이션) 모음입니다. 자료는 아래 사이트에 가입하면 PDF 파일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사이트(academia.edu)에서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면 'Downlaod Your PDF File'이라는 창이 하나 뜨는데 하단의 No, thanks... 구문을 선택하면 바로 다운로드됩니다.







References:

1) Chunking_and_Collocations_to_Enhance_Fluency  and Native-like Selection

https://www.academia.edu/35137921/Chunking_and_Collocations_to_Enhance_Fluency_and_Native_like_Se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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