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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Jan 15. 2016

늙는다는 건

세월이 빛바래 진다는 것


잠이 간혹 온다. 업무 중이라서 아니면 뭔가가 지루하기 시작하면 한 번씩 고개를 끄떡이며 잠시 꿈나라의 상태와 교류한다.


그 잠깐의 졸음이 현실과 교차하는 순간 어릴 적 들렸던 노래와 그때의 심상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서른세 살이니, 대강 계산해보니 그때 들렸던 노래는 십수 년 전이다.


십수 년 전의 내가 가졌었던 세상에 대한 이미지와 지금을 살고 있는 내가 착안하고 있는 세상의 느낌이 대비된다. 늙음이란 그 대비의 정도가  이질적일수록 정도가 크다는 건 아닐까. 그러니 25년 전에 하얀색 마분지에 그렸었던 그림이 얼마나 빛바래 졌는지의 척도가 늙음이다.


나이가 들수록 빛바랜 그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 그림을 통해 똑같은 심상을 환기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될지 몰라도 사람은 매일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과학기술로 인해 현실 속의 이미지들은 수없이 변화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늙는 게 아니라, 그 빛바래 진 기억과 느낌을 되살리는 데 애쓰기 때문에 순간의 시대유감에서 세월의 격차를 느낀다. 애써 그때의 기분을 간직하려니 쉽게 까먹어야 할 옛 추억들이 계속 자신을 갉아먹는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매일 세수하듯이 눈과 귀, 감각 그리고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남긴 수치심은 기억에 머물고 있으면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생기를 위해서는 매일 머릿속을 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 새로운 감각으로 마주치는 정감들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십수 년 뒤에 잠깐 졸 때 지금의 기분 좋음을 떠오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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