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행성을 돌다가 지구로 투척된 날
"삐리리 삐리 리리, 삐리 리리."
"철컥, 삐이잉 퍽, 덜커덩."
"철퍽, 철퍽, 철퍽."
"84.... 130, 38"
내가 만약 외계인이라서 부산의 한 납골당 묘지에 투척되어 이제 막 유에프오에서 걸어나왔다면, 여기를 뭐라고 여길까?
알 수 없다. 외계인인데 뭐라고, 지구인들이 이 행성에서 어떻게 기원했는지, 그들이 사는 행성의 삶을 알 수 있지 않는 한 그들의 시선은 가늠하기 힘들다.
인간의 시선은 숫자로 환산시켜야 존속이 가능한 세상에서 구태여 감성으로 삶을 색다르게 보는 세상으로 따라가고 있단다. 감성의 힘이 나의 삶을 얼마나 잘 살았을지 나타내어줄 수 있는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았었는지에 대한 지표를 보여줄 수 있다면 구태여 인간은 정량적 데이터에 의존하는 사회에 기이할 필요가 없다.
정성적인 가치가 정량적인 수치보다 우세한 날이 앞으로라면 굳이 외계인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다른 행성에 알 수 없는 시선을 피해 투척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지구 내에서도 얼마든지 외계인을 외계인 같잖게 만들 수 있고 단지 이것은 믿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 사회의 문제는 대부분 현실과의 접촉이 단절되는 데서 기인한다. 사회성과 집단에 현실을 불어넣고 막연히 희망적인 사고와 편향된 추측을 몰아내는 데는 경험적 정보, 데이터와 숫자로 제시된 정보만 한 게 없어 보인다.
"감성 세대다. 우뇌 사고형 인재가 각광받을 것이다. IQ는 숫자에 불과하고 EQ가 대세다"라는 문구는 수십 년 전부터 떠들었었다. 그 가운데 한국이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다는 말 역시, 대부분의 우뇌형 인재로 구성된 사회와 중간을 허용하는 어정쩡하고 미지근한 문화가 근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다 잠 오는 소리들이다. 한국이 그나마 지금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 오른손잡이의 젓가락 문화로 인한 빠른 '암산력'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세계에서 유대인 갑부 집단을 형성할 수 있는 것도 코란을 머릿속으로 통째로 암기할 수 있는 '기억력' 덕택이다. 우뇌의 감성을 경시하는 풍조가 서열만 강조하는 학력사회를 조성한 게 아니라, 좌뇌의 암기력을 간과하고 있는 문화가 사실 머리가 아닌 암기와 노력으로 공부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풍토를 조장한 거다. 사실 머리 좋다는 소리도 뛰어난 기억력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말이다.
우뇌를 활용한 기억법, 어디까지 내세울 거냐? 과연 이미지가 넘쳐흐르는 현대사회에서 이미지를 통해 영어단어와 수학공식을 외우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을까? 기억력의 대가들이 밝히는 기억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과장된 이미지가 아니라, 그것들을 일리 있게 연결시킬 수 있는 논리성과 개연성의 여부라고 했다. 이쯤 해두면, 결국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도 수학이라는 현실적인 잣대 하에서 이루어진 좌뇌와 우뇌의 통합적인 사고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용 및 참고 서적 : Sunstein, Cass R. 저 <와이즈> 위즈덤하우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