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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Sep 05. 2021

어머니가 끓으신 청국장이 그리워질 때면

거기에 삼겹살 한 점 밥숟가락에 얹혀서 먹으면...






아침에 이불 빨래를 한다고 잠깐 24시간 무인 워시 세탁소를 들렸다. 엄마와 함께 온 딸이 앉아 있는 테이블 건너편에 안마기에서 안마를 받고 있는 아주머니 앞으로 테이블 의자가 예뻤다. 갖고 온 이불을 넣은 건조기의 타이머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겸, 어제 도서관에서 빌린 '엘리트 세습'이라는 책을 훑어보았다.



10분 정도 읽으면서 이 책에서 내가 어떤 걸 주안점을 두고 읽어야 할지 긁적인 후, 정수기의 물을 마시려고 정수기 앞에서 물을 종이컵 하나에 받았다. 그 옆으로 '카페 비스킷'이라는 과자가 두 개 보였고, 커피 뽑아 먹을 동전이 없어서 물과 이것을 먹으면서 건조기가 다 돌아갔는지 확인했다.


 

이른 아침같이 일어나서 세탁도 했거니 현재 기거하고 있는 원룸 앞에 서울에서나 볼만 한 아담한 카페에 들렸다. 8시 30분에 오픈하는지 알았는데, 9시 30분부터 시작이란다. 그래서 아침 먹고 다시 오겠다며, 주변에 아침을 때울만한 곳이 있는지 차를 타고 한 바퀴 빙 돌았다.



근래 웨이트 트레이닝을 다시금 제대로 하려고 먹는 것도 챙기려는 생각에 스테이크가 당겼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부터 어느 식당이 개장했으리라. 그나마 근처에 롯데리아가 있어서 들려 와규 버거 바로 주문 가능하냐고 물어봤는데, 기름 얹히고 데우는데 30분 걸린단다. 에라이, 청국장이나 먹어야겠다.



이때쯤 되니, 서서히 향수병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미친 거 아닐까? 같은 한국땅에서 공기를 마시고 있고, 엄마가 해주신 청국장이 그리워질 수가 있다니. 아마도 본인이 15살에서 20살 사이에 엄마가 간간히 도자기 같은 하얀색의 뚝배기에 청국장을 팔팔 끓여서 식탁에 놓았을 때였을 것이다.



청국장의 냄새가 안 나게 하는 어떤 가루를 탔다고 하셔서 냄새는 안 났으나(이 당시만 해도 2000년대 초반이었으니 청국장은 전통음식의 아이콘이으며, 본인도 Y세대(1983년생)다), 그 국의 맛은 신세계였다. 알알이 보이는 메주콩이 곁들여진 국물 맛은 구수한 된장보다 일품이었다.



거기다 목살도 함께 얹혀 먹으면, 아버지의 밥 먹으면서 하는 잔소리는 어느새 고기 씹는 소리의 ASMR로 대체 가능했으니, 일석이조의 저녁 밥상이었던 것이다. 한국인의 밥상은 바로 이거니라~ 하고 지금 터미널 내의 기사식당에서 청국장을 먹고 있으나, '아줌마, 청국장 맛은 나는데 우리 어머니가 끓으신 그 맛을 찾기는 힘드네요.'라고 마음속으로 속삭이고 있다.






이 청국장을 한 숟갈 뜨면서 향수병에 젖으려고 이 글을 긁적이는 게 아니다. 본인은 지금 2021년에 사는 젊은 세대들과 이른바 나 같은 Y, Z세대(필자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영어로 '으-쥐-'라고 발음했다. 하지만 우스개로 영어 선생님들의 '제트' 발음을 따라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G'와 'Z' 발음도 명확히 구분 못하는 영알못 세대들은 계속 양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국 발음은 여전히 /zed/다.)


  

젊은 세대와 어르신 세대의 사이에 끼인 두 세대의 모든 문화를 혼재하고 있는 나 같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필자의 생각에도 딱, 현시점이 본인이 완전히 구세대로 전락하는 2020년 이후의 새로운 뉴 밀레니엄 시대로의 과도기에 서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출판된 '엘리트 세습'이라는 책을 읽노라면, '능력주의'는 현재 정점에 도달해 엘리트들을 양성하고 채용하는 모든 기관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고 말한다.


능력주의가 만연해질수록 엘리트들은 점점 더 큰 압박(더 많은 능력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오히려 일에 파묻혀 여가시간도 제대로 못 갖는)을 받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최고 지위에 오른 사람들마저(저자는 미국 예일대 수학 학사 졸업> 런던 정경대 경제학 및 수리경제학 석사 1년 만에 졸업> 옥스퍼드 철학과 박사 졸업> 동시에 예일대 로스쿨 JD 졸업> 하버드대 교환학생 2년의 코스를 거친 엘리트 산물 그 자체다.) 자신들을 형성한 치열하고 경쟁적인 교육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가 기득권 가정 출신인 자신들의 과도한 특권을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들에게 혜택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품는데,  밀레니얼 세대들이 오히려 능력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저자 또한 지금의 능력주의(한국의 학벌주의는 그것에서 파생된 능력주의 문화) 실력대로 공정하다는 속임수라고 역자의 머리말 제목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오히려 능력주의를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이라고 제기하는 것이 이전 편에 업로드하였던 유튜브 영상에서의 연사(일론 머스크와 페이팔을 함께 창업하고 떼돈 번 엘리트)와 같은 테크놀로지의 최전선에 있는 지식인들이 세계의 돈이 창출되는 원천과 부의 세습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래, 그렇니깐 요즘 세대와 같이 부모세대들보다 경제적 지위를 얻기 힘들고 돈을 더 많이 벌기 힘든 세대들의 돌파구는 능력주의를 통해 자신의 지위와 부를 환원하는 것에 매달리기보다 그러한 귀족 시대부터 이어져 온 엘리트 세습을 타파할 수 있는 기술의 진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삼겹살, 청국장 얘기하다가  특권과 능력주의, 엘리트 운운하는지, ', 이놈아. (뒤통수)! 운전 제대로 못해!'라고 지르고 싶었다면 이제 결론을 내리겠다. 워시 코인 세탁소에서   집어먹은 카페 비스킷(델로스나 로터스와 같은 수입과자의 달달한 맛이 오래 지속되는) 먹고 청국장을  숟갈 먹으니, 청국장 맛이 구수하기보다는 약간은 쌉쓰리했다. 언젠가부터 모닝 핸드드립 커피 한잔달달한 간식에 길들여져   같은 밀레니얼 세대조차 다시 찾는 청국장 맛은 이질적이고 공감할  없는 맛이었던 거다.


제아무리 서구에서 초엘리트 코스를 밟고 한국에 귀국한 젊은 유학생들이라 해도 취업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태 속에서 한국인은 서양에서 비롯된 엘리트 세습과 같은 혹은 단군 시대부터 이어져온 파벌문화와 같은 귀족 시대로부터 파생된 능력주의 문화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먹는 게 그 사람을 만들고 거기서 그 사람의 생각(자유의지)이 비롯된다는 의학적 지식을 통해 똑같은 음식을 먹지 않고 같은 배경에서 자라지 않은 이상, 우리는 온전히 타인을 평가할 수 없다.


능력주의 자체가 함정일 뿐만 아니라, 타인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잣대와 시스템은 모두 허상이라는 것은 이미 아래 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갑자기 기억이 안 나는데, 회사에서의 업무 평가에 대한 허상에 관한 책이었고, 회사의 평가는 오직 팀의 문화에서만 입증 가능하다는 책이었다.)에서 증명되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시선은 결코 나의 시선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부터 평가 내리는 점수는 엘리트 세습에 의해서 유지되어온 재산과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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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에 관한 저서와 그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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