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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Nov 24. 2021

제아무리 외워봤자, 기계보다 얼마나 잘 외우겠냐?

대상화 짓기의 다양성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특히 6학년 때, 한 친구와 문학 전집에 대한 독서 경쟁이 없었더라면, 지금도 여전한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는데 많은 중증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학교 교과서를 통해서만 대상화 짓는 것 이외에도 다행히 문학이라는 다른 매개체를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자아의 시선으로 대상화 짓는 데도 익숙했기 때문에 정형적인 교육의 인재상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플라톤의 이데아(idea)와 같은 의미인 가수 서태지가 이름 지은 교실 '이데아'와 같이 학생들은 다시 교실 속으로 들어가 똑같은 동굴 속(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의 벽면에 비친 그림자(획일적인 이론)만을 보고 대상화를 해야 한다. 위드(With) 코로나 시기를 통해 2년 정도 집에서 다양한 서적(특히 고전이나 세계 문학)의 독서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매뉴얼대로만 알려주는 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을 탈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이제 종국으로 치닫고 있다.



교과서에서 대상화 짓는 것이 세상을 아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일부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여러 대안 교육을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유학이 가장 보편적이다. 사람은 자신이 사는 곳에서의 환경을 탈피하지 않고서는 본인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고(思考)의 한계를 직시하기 힘들다.



대한민국이 정말 불쌍한 것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서의 한국인의 이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중간의 속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애매모호함'에 대한 사고력을 강점으로 키우는 교육에 대해서는 일단 제쳐두고 일등 지상주의의 경쟁에만 매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능 잘 쳐서 논술고사 보고 인 스카이대 하면 뭐하나? 서울대 나오고 미국 유학 가서 미국 최고의 엘리트 연구 산하기관에서 박사 후 과정 밟은 경제학자가 말하는 내용이나, 대학 문턱도 밟지 못한 부자들이 나와서 말하는 내용이나 그 나물에 그 밥풀이면 왜 사서 고생하나?



문재인 정권 막바지 들어 상위 2%에게 종부세(종합부동산세) 거두니, 거기에 포함되었지만 부동산 투기는 안 한 국민에게도 세금 걷는다고 '국민이 ATM이냐?'라고 시위할 정도의 시민 의식이 깔려있으면 부자들이 한결 같이 말하는 독서를 통해서 부자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왜 실천 못하나?



서울대 나온 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나와서 미국에서 잘 나가지 못하면 한국의 포털 사이트 대표 거들려고 한국에 일하러 오나? 돈 아까운 거 둘째 치고, 엊그제 대한민국 대표 포털 사이트의 C자 들어가는 레벨의 새로 뽑힌 젊은 관리자 두 명이 하버드 로스쿨 나온 서울대 동문들이던데, 필자는 그들이 생각키로 "내가 '네이년' 대표되려고 하버드 로스쿨 나왔나."하고 한숨이나 안 쉬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어야 정상 아닌가? 그리고 한국의 대표 IT 기업의 CEO는 왜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고 변호사 출신이어야 하는가라는 댓글들에도 공감된다. 이게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려면 정부 규제 빗장 풀기 싸움이 기술 혁신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건가?




각 개인의 패러다임(paradigm,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은 하나의 소우주와 같다. 필자가 중고등학교 때 즐겨 봤던 영화 잡지, '씨네 21'의 영화평론을 읽자면 도대체 이 작자들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며 질타하고 싶었다. 그들이 말하는 게 일반적인 대중의 지식수준에서 이해가 되리라 믿고 어디서 듣지도 못한 개념을 끌어와(외국물 좀 먹고 해외 평론에서 번역해서 그대로 가져온) 글을 쓰면 좋은 글인가? 땡이다!



적어도 글을 쓸라치면 그 작가가 지금 어떠한 상황이고 당시의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자신들의 글이 당위성을 지니는지에 대한 자잘한 스토리 텔링이라도 하고, 영화에 대한 잡변을 늘어놓아야 무슨 의도로 영화 평가를 하는지 감이 잡힐 수 있다. 그 당시 그렇게 필자가 관심 가졌던 영화에 대한 자신들만의 사색을 난해한 필체로 써내려 놓는 들, 나의 패러다임이 그 필자들의 패러다임의 테두리에 어느 정도 겹치지 않는 이상 그러한 글들은 청년 시절의 나에게는 소음에 불과했던 것이다.



가령 부자가 되려면 부자들이 권하는 책들을 이해할 정도로 읽고 그것을 자신의 생활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 말 그대로 부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으로 이해 관점이 옮겨지려면 적어도 부자들의 공통적인 언어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보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그것의 매개체가 학교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대상화 짓기와는 또 다른 세계관을 통해 대상화를 짓는, 독서이다.




학생들이 교과서라는 텍스트의 추상적인 이론을 객관적으로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에 대한 평가에만 매몰되면 그러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고, 그것은 교육의 본래 취지인 인간의 계몽이 아닌 모두가 똑같은 하나만을 지향하는 획일화에 가깝다.



낚시하는 방법을 알려주자는 교육의 취지, 얼마나 듣기 좋은 소리였는가? 이해찬이 교육부 장관이었던 필자의 고등학교 수능시험 개편화 시절, 연필을 특출 나게 잘 깎아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광수 만화의 한 컷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교육 현실은 학생들에게 똑같은 것을 떠먹여 줘서 똑 부러지게(!) 재현할 수 있는 순위로 줄을 세우고 있다.



오컴의 면도날 이론과 같은 단순함의 미학이 필요한 시기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아닐까? 근육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삼대 운동(스쾃, 데드리프트, 벤치 프레스)을 비롯한 머신 운동으로 키운 큰 근육과 여기서 비롯되는 기본기이다. 그 기본기가 닦여져 있으면 모로 가든 도로 가든 그것은 자신의 적성과 취향에 따라서 본인이 직접 설계(생각의 생각법)할 노릇인데, 한국은 아직 그 기본기가 수많은 독서를 통해 비롯되는 여러 관점에서 대상화를 짓는 방법의 터득이 아니라, 주변에서 인정받는 평가기관으로부터 특정 관점에서만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두뇌의 기계적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게 여전하다. 이른바 '같은 알고리즘의 노예' 양성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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