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ggi Seo Nov 07. 2021

가설력 < 컨텍스트 분석력(상황 대응력)

3차와 4차 산업 혁명을 가르는 기준, 컨텍스트(Context)




정말 오래전 광고 슬로건이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음성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메시지의 파장이 얼마나 강력했으면  초등학교의 시험으로 출제된, 침대는 어디에 속하느냐에 문제에 대해 가구가 아니라 ‘과학으로 적었다는 일화는 더욱 중독성 강한 스토리 텔링이었다.



시험에서 만점을 받기 위한 답안 작성은 출제자가 원하는 답안 한 가지만을 정답으로 요구한다. 수학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 머릿속에 수많은 문제풀이에 대한 해법, 다시 말해 기존의 공식과 개념원리가 파생된 이론(참과 거짓을 판명할 수 있는 가설)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하고, 이것을 기억하기 위해 수많은 문제풀이를 통해 문제를 보는 순간 머리가 아니라, 손이 먼저 풀기 시작하는 수준의 인재들을 필터링하는 시험이 한국으로 치면 대입 수능시험이다.



그런데 그런 수많은 가설을 머릿속에 적재하고 있더라도 3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을 가르는 기준에 부합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엊그제 서울대에서 연구 개발하여 서울시에 첫 번째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이루었다. 탑승자가 완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사고에 대한 걱정이 없는 수준(4단계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도로에 활보하려면 기술의 개발보다 상황판단력, 즉 맥락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 중에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고 가정해보자. 심리학(혹은 윤리학)에서 일종의 ‘*트롤리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전방에서 차가 돌진해 오는데 차를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 핸들을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꺾어서 차에 타고 있는 고객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이때 오른쪽에 네 명이 있고 왼쪽에 한 명의 사람이 서 있다면 자율주행 차는 핸들을 어느 쪽으로 꺾어야 할까? 3차 산업혁명에서는 그래도 적은 사상자를 내는 한 명이 다치는 왼쪽으로 핸들을 꺾어야 한다. 이것이 자율주행 차의 일반적이고 정적이며 객관적이고 절대적이며 정해진 규칙이다. 여기에는 컨텍스트 따위는 없다(박창규, 2018).



즉 의사결정 시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만일 그 한 명이 우리 엄마거나 첫눈에 반한 여성이라면? 혹은 왼쪽에서 훨씬 많은 여러 명의 추가 사상자를 낼 수 있는 버스와의 연쇄충돌사고의 가능성이 있다면? 사고 시 내가 부담할 보험료는 어떻게 되는지, 탑승자인 나는 얼마나 다칠지 등(이것이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결정 내리기 힘든 인간만의 휴리스틱 판단력이다.)도 고려의 대상이다. 만일 무인 자율주행차가 이러한 컨텍스트를 고려한 의사 판단이 가능해진다면 4차 산업혁명이 되는 것이다.



모든 의사 결정은 컨텍스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해진 답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추구 가치는 개인적이고 동적이며(변하며) 상황적이고 주관적이며 상대적인 것들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항상 보편타당한 일관된 결정을 선택하는 것이 3차 산업혁명의 무인 자율차라면, 컨텍스트를 고려한 판단이 가능한 것이 4차 산업혁명의 무인 자율주행차인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컨텍스트 유무’에 따라 3차 산업혁명일 수도 4차 산업혁명일 수도 있다(박창규, 2018).



아직까지도 대입이나 모든 시험의 평가 항목은 컨텍스트는 결여되어 있고, 지금까지 이런 시험을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출제기관이 원하는 인재 역량에 부합하는 것은 3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로 하는 즉, 딱 한 가지의 정답만을 내놓아서 문제에 대한 상황 정리를 추구하는 것과 동일하다. 이에 반해 앞으로는 머릿속이든 수집한 데이터든 제아무리 수많은 가설(정립된 이론)이 있더라도 그것을 시시때때로 변하는 상황에 맞게 해석할 수 있고,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는 시대가 지금 도래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인 것이다.



그러니, 침대의 분류를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적어서 제출한 그 초등학생의 답안을 시험 출제자의 의도에 반하는 학생의 미성숙한 수준을 나타내는 답안만으로 웃어넘길 게 아니었다. 그 에피소드를 통해 앞으로 시대에서는 정확한 답을 내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문제를 출제한 시기의 맥락, 적어도 그때 유행한 광고를 반영하고 있는 또 다른 답안을 도출한 그 학생의 창의성이나 용기에 더 큰 점수를 줘야 할지도 모르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그런데 수능 만점이, 서울대를 목표로 삼는 게 대한민국 자녀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당면과제인가…



* 트롤리 딜레마 :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전차의 상황으로 다섯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할 수 있는지를 도덕적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문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 AI 시대야말로 AI로는 할 수 없는 일을 찾는다. 그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 짐 로저스



참조

박창규. (2018). 4차 산업혁명 시대 콘텐츠가 왕이라면 컨텍스트는 신이다 (pp. 91-93). n.p.: 클라우드나인.

매거진의 이전글 가설력의 중의적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