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이 먼저냐, 내용이 먼저냐?

영어에 대한 고찰(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by Younggi Seo




메타 지식은 어떠한 지식의 이면에 걸친 형식(지식의 지식)을 말한다. 학습자에게 메타 지식은 학습자가 해당 지식을 실제로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언어에서 메타는 문장의 이면에 어떠한 순서로 나와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문법(가령 품사인 경우, 명사 자리엔 주어, 목적어가 와야 하고 서술어 자리엔 동사, 보어 자리엔 뭐.. 기타 등등)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글을 쓸 때만큼은 이 형식의 어순에 맞춰서 나열해야 다른 사람이 봐도 당신이 쓴 의도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문법, 즉 '형식' 논리다.



이 형식 논리에 익숙하면, 책을 볼 때 내용을 이해하는 게 수월하다. 매번 이해의 갈피를 이야기의 흐름(맥락)을 쫓으면서 추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형식 논리가 현대 영어의 문법과 일치하면 일치할수록 현대 시대에 출판된 책들을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테면, 요즘 애플 TV에서 유행하는 드라마, '파친코'의 원서를 본다고 치자. 그 원서의 배경인 일제 식민지 시대의 한국 문화와 정서를 모르고서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에도 개의치 않고 원어민들은 충분히 이해한다. '파친코'는 드라마로 만들기 이전에 이미 미국에서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작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내용에 해당하는 소설의 스토리는 과학으로 치면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이미 익숙해진 패턴들의 집약('*딥러닝')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자율주행차 속 인공지능이 수많은 사진과 도로 상의 물체를 경험치로 학습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들이다. 원어민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들의 언어의 특정 패턴이든, 독서를 통해 익힌 문장들의 패턴들이든 외국인보다 수없이 많이 듣거나 읽어서 이미 누적되어 있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어떠한 패턴들이 쌓이면 그것들을 일반화(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쌓인 소리와 문장과 같은 패턴들이 어느 순간 간략히 축약되어 기억저장소에 자리매김(장기기억화)하게 된다.



위의 같은 언어 학습이 두뇌의 가소성과 언어 학습에 대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익혀진 모국어 기반(English First Language)의 학습 결과다. 탑다운(Top-down) 과정으로 위에서 밑으로 작은 문제를 하나씩 바로바로 해결해오면서 지난한 과정(이것은 Bottom-up)을 거치지 않고, 일단 몰라도 뇌에 던져놓고 언젠가 풀리는(아핫!) 과정이 반복되는 순환 구조이다. 이렇게 학습이 가능한 것은 언어 자체가 모국어야 하고, 이 모국어에 노출되어 입출력이 쉽게 이루어지는 환경이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환경적인 요소를 배제하더라도 언어학자들이 말하는 외국어를 익히는 데 필요한 언어 노출 시간이라는 것이 개인차에 따라서 최소 몇 만 시간 이상 필요하다.



이 그림의 이해를 위해서 일단 당신의 두뇌에 던져놓자(?)



이에 반해, 외국인은 '형식'을 먼저 학습한다. 암묵적인 규칙(어순)이나 어법(심적 상태) 등을 먼저 수없이 학습하여 이것이 몸에 체화될 정도가 되면 영어 원서를 읽더라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통용되는 규칙에 맞춰서 모두가 수긍하는 해석을 할 수 있다. 이 정도 수준에 다다르는데 필요한 시간은 위에서 말한 영어가 모국어인 원어민이 자기 나라말을 몸에 체화시킨 시간에 비하면 몇 천 분의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적은 시간의 학습의 임계치가 요구되는 영어가 어려운 까닭은 '딱딱한' 문법 학습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데 있다. 뇌가 선호하는 인풋의 형태가 아니다. 초반에도 말했듯이 뇌는 특정 환경이나 문제 상황에 노출된 이후, 뇌의 사용자의 의식과 관계없이 무의식적으로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작동한다.



이 뇌의 잠재력이랄까, 아니면 가소성(지 마음대로 현실을 왜곡하는 스티브 잡스의 현실 왜곡 능력이 아니다.)을 통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신의 지식(메타 지식)을 기반으로 조합하고 추리하고 결국 의식적으로 발화(증명)하게끔 되어있다. 천재들은 이 뇌의 역량을 최대치로 활용한 사람들이다.



언어학습도 본인(특히 수학 체질이라면)의 의구심과 불안함으로는 못 견딜 거 같더라도, 상당 부분 이 무의식적인 자동 학습(딥러닝)을 통해서 스스로 학습(**강화 학습)된 자신만의 영어의 메타 지식(그릇될 수도 있는 해석력)이 실제 영문법을 통해서도 똑같이 적용(정확히 해석)되는지 반추하고 피드백해야 한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있어 가장 효과적인 언어 학습은 닭(형식)도 아니요, 달걀(내용)도 아닌, '양계장'(?)이다.



학교에서 아무리 딱딱하게 느껴지더라도 영어 문법 수업을 통해서 익힌 기초 영문법(형식)을 공부하고 이 수준에 맞는 원서(내용)를 읽어보자. 그러면 자신이 정확히 해석하는 게 맞는지 스스로 피드백하는 ***인출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해석역량을 강화 시킬 수 있다. 이것을 반복하다가 어느 정도 수준이 오르면 좀 더 포괄적인 영문법 책을 학습(쭈욱~ 그냥 한 번에 점검 차원으로) 연습문제도 푼 뒤(인출), 다시 그와 비슷한 수준의 영어 원서를 보면서 앞서 했던 리마인딩(정확한 해석 여부의 피드백)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의 수준을 높여가면서 계속 반복한다. 개발 과정의 용어로는 '****애자일(개발 프로세스를 반복하면서 기민하게 제품의 기능을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와 같이 수준을 단계별로 올리면서 자신의 해석 능력을 고급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계속 반복할 수 있다.



일단, '노인과 바다' 정도 수준(렉사일 지수 890L)의 원서의 해석이 변역과 비교해서 나무랄 데 없다면, 이때부터 출력을 위한 연습을 한다. 본인이 번역한 문장을 보고 거꾸로 한 문장씩 영어로 영작해서 맞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그 나물(내가 영작한 영어)에 그 밥풀(원작 영어)이면 드디어 영어식 사고로 말할 수준이 된 것이다. 일단 리딩(인풋)의 양이 엄청나고 스릴러류(통속 소설)를 통해 속독이 가능하여 읽는 속도가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보다 빠른 수준이 되면 리스닝도 자연스럽게 들릴 수밖에 없다. 리스닝이 자연스럽게 되면, 스피킹을 위한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왜? 본인이 듣고도 이해하지 못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출력(영작과 말하기)은 인풋에 달려 있다. 아니, 인풋이 넘치면 넘치는 양만큼 출력이 저절로 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외국인에게 있어 영어 공부는 바텀업 방식(문법 학습 어느 정도)과 탑다운 방식(원서 읽기 후 제대로 해석하는지를 살피는 과정)의 순환 반복을 통해 스스로 강화 학습할 수 있다. 인공지능 용어로 자기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고 하는데, 이세돌과의 대결 이후 만들어진 알파고 동생 인공지능인 '*****알파제로'가 이 강화 학습으로 현재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는 대전 게임(바둑, 체스, 장기, 기타 등등)의 최강자가 되었다고 한다.


참조

인공지능 용어

*딥러닝(Deep Learning) 적용 사례

**강화학습(Reinforce Learning) 정의

*****알파제로 기사


학습 용어

***인출 (기억의 정의 부분)


개발 용어

****애자일 기법 (워터폴 기법과 비교)





매거진의 이전글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된 영어 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