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 읽기는 생각보다 꼼꼼해야 한다.

제발 속지 말자. 발음도 중요하고 단어도 중요하지만 문법은 더 중요하다.

by Younggi Seo




유명한 스릴러 작가인 시드니 셀던의 소설 '게임의 여왕'의 원작, '마스터 오브 더 게임'이라는 원서를 세 번 통독할 계획을 잡았었다. 일단 한 번은 스릴러라는 특성상 모르는 단어가 꽤 나오더라도 소설의 스토리를 쫓다 보니 다 읽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볼 때부터는 읽기 전에 한 챕터씩 모르는 단어 리스트를 몇 번씩 훑어보고 소설을 읽는 방식으로, 세 번째 볼 때는 소설을 먼저 한 챕터씩 다 읽고 단어 리스트를 본 뒤에 다시 읽으면서 유추가 안된 단어를 확인했다. 모든 문장을 꼼꼼히 이해하면서 읽으려고 하니, 코딩에서의 재귀 함수와 같이 특정 챕터만 계속 반복해서 읽게 되었다.



어쨌든 렉사일 독서 지수는 올해 2월부터 매달 한 번씩 측정했는데, 목표로 하는 1500+ 지수가 다다르기 전에 이직에 성공하여서 일단은 영작과 병행하여 기존에 읽었던 원서나 미리 구매해놓았던 원서들을 틈틈이 읽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본래 이 렉사일 지수가 적어도 뉴욕타임스(1380)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은 되면, IELTS 아카데믹 버전을 재응시할 예정이었는데, 이제 입사일 1주일을 남겨두고 가볍게 모의고사 여러 번 쳐볼 예정이다.


우상향 중인 나의 렉사일 지수, 무려 4개월 동안 163 상승했다!



우리가 주식을 투자하기 전에 투자하는 기업의 가치나 경쟁사보다 얼마 큼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등 그 기업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를 간략하게나마 파악하고 투자하는 사람... 거의 드물다. 대부분은 주변에서 혹은 어떤 경기 이슈나 동향을 통해 갑자기 매수한다는 소문을 듣고 덩달아 투자한다.



우리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어떤 원서를 볼 지 모를 때, 누군가 이 원서를 보고 특정 영어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았다고 하면 그때 제아무리 온라인 서점에서 그 책을 사려고 해 봤자 며칠 뒤에 재고가 없다고 환불 요청을 받는다.



주식도 언론에서 상승장이라고 말한 시점은 이미 상승곡선을 타고 내려올지 계속 오를지를 두고 봐야 할 시점이고, 영어 원서도 이미 문법도 떼고 미드도 줄기차게 봐서, 원서의 배경지식이 모국어로도 충분히 쌓여서 그 원서가 술술 익히는 실력의 소유자가 읽었다면, 영어 시험 점수에도 말마따나 꽤나 큰 상승폭을 가져다 왔으리라.



하지만 이제 막 영어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아, 누군가 이 영어 원서를 생전 처음 봤는데 토익도 고득점 나오고, 토플도 만점 받았다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이면 당신의 영어 시험 점수나 주식 투자는 쪽빡차기 십상이다.



여러모로 영어 원서나 미드를 보는 것은 기본기(문법과 해석 능력)의 함양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 그 메타 지식(영어를 이해할 수 있는 근간)을 통해서 자신의 뇌에서 필터링된다. 이 필터링(이해하여서 뭔가 기억되고 출력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에 해당하는 체(문법과 해석 능력)가 형성도 되기 전에 남이 읽는(산)다고 같이 따라 사면, 당장에 자신의 머릿속에 뭔가 들어오는가 싶을지(상승장) 몰라도, 조금 지나면 이걸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남들 파니까 같이 팔아버리면 결국 자신에게 남는 것은 본전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영어를 가장 빨리 숙달하는 것은 주식투자를 하기 전에 투자 용어(단어 리스트)나 차트 보는 것(문법)을 기본적으로 암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문법에 대한 개념과 구문을 미리 암기하는 것은 원서(주식으로 치면, 경제와 차트, 이슈, 심리 모두를 두루두루 이해하는 과정)를 볼 때 외웠던 문법의 개념과 일치하는 구조의 문장이 나왔을 때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지를 알고,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영어 원서를 문법의 개념도 없이 무작정 한국어 읽듯이 읽어나가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정독은 필수다. 정독을 하는 까닭이 앞서 말한 본인이 (문법을) 아는 만큼 (정확한) 이해를 하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이다. 즉, 기초가 문법이라면 이 기초를 바탕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응용할 수 있는지 다른 용례(원서)를 통해서 피드백하기 위함이다. 정확히 안되면, 일단 건너뛸 수는 있어도 오지랖 넓게 이 원서를 다 이해하면서 읽었구나 자만해서는 안된다.



정확하게 문장 단위로 해석이 가능하면, 그때부터 말을 할 때 유창성과 연결되는 글 읽는 속도를 높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미 수십 번 정확하게 해석하는 연습을 특정 원서를 가지고 했고, 그것을 검증된 해석본을 통해 확인했었다면 이제 그 해석력의 속도를 점점 높여야 한다. 그렇게 속도를 높여서 읽는 원서의 종류가 토익 시험 문제지일 수도 있다. 만약 그 토익의 문제지를 해석하는 속도가 리스닝 테스트의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 이상으로 가능하다면토익 리스닝의 만점이 가능하다.



토익이냐, 토플이냐, 아니면 특정 원서냐에 따라서 그 분야의 말을 빠르게 해석하여 자신의 뇌에 패턴화 시킴으로써 출력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네이티브들에게는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영어 자체가 모국어이기 때문에 알아듣는 데 일차적으로 필터링(해석력)이 필요 없을뿐더러, 이미 자신의 모국어로 특정 구문이 패턴화 되어 있으므로 문법 따로 해석 따로 할 필요 없이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영어가 외국어(ESL, English Second Language)인 외국인에게 이 중간 매개(영어 ☞ 모국어)의 경험이 누락된 분야의 영어에 대해서는 똑같은 외국어일 뿐이다. 결코 처음부터 자신의 모국어처럼 잘 들리는 영어 뇌가 외국인의 뇌에 있을 리가 만무하다.(하지만, 해석이 굉장히 빠르게 이루어져서 아예 이 과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숙달시킬 수는 있다. '동시 통역가의 역량'이다. 제발 속지 말자. 영어의 기술은 영어를 처음부터 영어 자체로만 이해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숙달이 되었기에 이것이 가능한 것이다!).



'영어를 절대 공부하지 마라', 이처럼 달콤한 마케팅 문구를 개발한 저자가 사실은 부럽다. 정말 약장수가 아닌데도 약을 판 것과 다름없는 그 저자의 소리 영어의 예찬은 어느 정도 수긍한다. 하지만 영어를 특정분야에서 원어민들보다 더 잘하는 한국인들 치고 처음부터 해석하지 않고 영어를 잘한 사람은 절대 없다. 그리고 그들은 매일 영어 공부를 한다. 그래서 영어가 그들에게 제2의 모국어처럼 느껴질 수는 있어도,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의 모국어만큼 쉽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수준은 그 사람의 모국어 수준에 비례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매거진의 이전글형식이 먼저냐, 내용이 먼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