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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Aug 28. 2022

인간이 추구해야 할 지상과제란

The intelligence paradox-3





책 개관(After Reading)



세 번째로 다시 보는 책, '지능의 역설'이다. 앞서 두 번째 개관에서 요약하기를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치관과 단 한 명의 특출함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했었는데, 여기서 단 한 명의 특출함이 아니라 '일반적인 지능(IQ)'이 높은 사람들로 정정한다.



이 책을 세 번째 집어서 나머지 장들을 읽으니, 본인이 이 책의 골자라고 간주했던 생각이 저자가 말하려는 바와 다른 부분이 몇 가지 더 있었다. 하나는 인간은 50대(생물학적 유전) 0대(육아와 같은 공유 환경의 요인) 50(가정 밖에서의 사건 및 체험으로 형제자매를 다른 존재로 만드는 비공유 환경의 요인)의 법칙에 따르면, 가정 내에서의 양육(환경)은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될지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언급했다(그러므로 이전 섹션에서 필자의 친구, 민재가 말한 환경이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를테면, 인간의 인성과 관련된 형질ㅡ정치적으로 진보주의자인지 보수주의자인지, 얼마나 이혼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은 대부분 유전율이 0.50으로, 즉 50% 정도는 유전으로 결정된다. 다시 말해, 앞서 말한 '50대 0대 50의 법칙'에 적용돼서 일단 50% 정도는 유전에 의하고, 다음으로 공유 환경은 그 영향이 0%이며, 나머지 50%는 비공유 환경의 영향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큐도 이와 똑같다고 말한다.



근래 들어서 유전에 대해서 오해하는 것들 중 하나가 지능이나 키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다는 것이다. 환경(교육 및 사회화)이 더 크다고 주변의 광고나 사례(부모는 다 키가 작은데 자식은 키가 큰 경우, 부모는 전부 박사 출신들인데 애는 공부를 못하는 경우)를 통해서 유전의 비중이 작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한 추적조사를 통해 11세 이후가 되면 지능에 거의 변화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11세 때의 지능은 80세 때의 지능과 무척 강한 상관관계가 있단다.



지능이나 키는 세상 사람들의 오해(혹은 자유의지론)와 달리 대부분 유전으로 결정된다(그러므로 이전 섹션에서 본인이 말한, 의지가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 또한 틀렸다.). 여기서 필자는 세 번째로 이 책을 읽기 전에 화두로 잡은 질문의 답을 찾게 되어 아주 흥미로웠다.



그 질의응답에 대해 말하기 전에, 지능이 높다고 천재성(talent)의 발현과도 비례한다는 것만은 아니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양자역학 이론으로 천재성을 인정받은 리처드 파인만이라는 물리학자는 아이큐가 높은 편(122)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천재들의 평균 지능지수(IQ)도 보통사람들보다 약간 높은 115~130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서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하마터면 일개의 독특한 재능으로 볼 수 있었던 높은 지능을 가진 이들을 단순히 '아이큐가 높은 사람들'만으로 일컫는다고 정정했다.


본인이 가졌던 의문은,

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선조들의 일반적인 DNA(생존 번식)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종종 하는가?


*여기서 말하는 부자연스럽다(이상하다)는 의미는 사람이라고 하는 종은 진화의 과정에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즉, 종족번식을 위한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설계를 외면하는 사례가 아이큐가 높은 집단군에서 많이 나타났고, 이 부자연스러운 기호와 가치관을 소유하는 것이 지능과 비례하다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다시 본인이 했던 질문을 책의 소재로 바꿔서 말하면,

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뇌에 부여된 '제약과 한계'를 벗어나 부자연스럽고 때로는 생물학적으로 어리석은 기호와 가치관을 가지기 쉬운가?



특정 형질의 유전율과 그 적응도('생존과 번식'에서의 중요성)는 일반적으로 반비례한다고 책의 저자가 말한다. 즉 적응도가 높은 형질일수록(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것일수록) 유전율은 내려가는 것(내려가되, 인간의 습성(DNA)으로 계속 대물림되어야 한다.)이다. 왜냐하면 생존과 번식을 위해 꼭 필요한 형질이라면 그 종에 포함되는 모든 개체가 그 형질을 가장 적당히 가장 유효한 형태로 갖추지 않으면 곤란(왜? 종이 소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기 때문이다. 진화의 논리에서 그런 중요한 형질에서 개체 차이가 나오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일반적으로 모든 신생아는 태어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동일한 생존과 번식에 관한 설계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생존과 번식에 있어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형질(→일반 지능, 신장, 인성 등 기타 책에서 높은 지능을 가진 이들이 심심찮게 높게 나타내는 항목들)에 한해 개체 차이가 나오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적 유전학의 기본 원칙에 따르면 일반 지능의 유전율이 극히 높다는 사실은 일반 지능이 생존과 번식에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Kanazawa, 2020).



책에서는 인류 진화의 무대가 된 시기(약 16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를 '플라이스토세'라는 원시시대로 일컫는데, 이때의 시기는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와는 달리 '극도로' 안정적인 기간이었다고 한다. 즉 100만 년 이상이나 거의 환경이 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사바나 원칙'이 등장하는데, 우리 조상들이 평생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수렵 채집 생활을 한 것처럼 그들의 조부모나 아이들 그리고 손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한다.



이때 굳어진 심리 메커니즘은 '극히'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은 다양한 적응적 진화를 인류의 설계도('* 서판' 가설) 각인시킬  있었다. 이를테면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많은 칼로리를 얻을  있었으며 오래 살고 아이도 많이 낳을  있었다(그래서 현대인들은 다이어트를 행하는  자체가 요요(본능) 또한  수밖에 없는 순환 행위 것이다.).  포식자에게 습격당하기 어려운 곳에 거처를 정한 사람도 덕분에 오래   있었으며 아이도 많이 남길  있었다(그래서  높은 빌딩을 짓고자 하는 욕망은 그만큼 자신의 안정된 위치를 나타내기 위한 본능이다.).



*빈 서판 가설 :  진화심리학의 사회화란 이미 뇌에 입력된 것을 반복하여 보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말에 대립하는 이론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인간의 진화는 머리 아래쪽까지로, 뇌에는 영향이 없으며 인간은 텅 빈 서판처럼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렇기에 사회화에 의해 그곳에 필요한 문화를 써넣는 일이 가능한 것이고 또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화 심리학계의 다윈론자인 윌리엄 D. 헤밀턴의 말을 인용하면, "인간의 본성인 서판이 공백일 리가 없다. 그것은 이제 막 해석되고 있는 참이다"라고 했다. 진화심리학이란 인간의 본성인 서판을 해독하는 학문이다(Kanazawa, 2020). 이 책의 저자는 진화심리학자다.



통상 진화라는 것은 천천히 진행되고 수만 년부터 수십만 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러므로 문제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그것을 해결하는 심리 메커니즘이 진화할 틈이 없다. 이게 저자가 주장(엘리트들이 왕왕 생물학적 진화와 관계없는 부자연스러운 행위(자연 도태설)를 더 많이 한다는 어느 행동경제학자의 책 제목과 동일)하는 바의 근본 원인이다. 오늘날 우리가 수없이 많은 심리 메커니즘을 진화에 의해 습득하고 있다(빈 서판이 아니라, '새로운 서판'을 쓰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은 조상들의 환경이 얼마나 일관되게 안정되었는지를 대변해주는 것이다.



진화의 속도는 학계 용어를 빌려 '도태압'의 강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말인즉슨 특정 형질이 무언가 적응상의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더 나아가 생존과 번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를 뜻한다는 것이다. 특정 형질의 진화 속도는 그 적응도에 비례한다. 즉 그 형질의 획득과 번식 능력과의 관계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류의 뇌에 각인된 설계도에는 생존과 번식에 있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을 수밖에 없다(어마어마한 시기의 차이로). 그리고 인간이라는 종의 진화 속도는 그 적응도에 비례하기 때문에(적응이 빠르면 빠를수록 진화 속도도 빠르다), 적응을 빨리 하기 위해 필요한 예외적이고 우발적인 사건을 스스로 진압하는 능력(→일반 지능)은 약 159만 년 동안 느린 속도로 진화해온 안정적인 생존에 익숙한 진화의 관점으로 볼 때는 아주 특정 영역에만 국한되는 유전자이다. 아직까지(← 도가 아니라, '는'을 쓸 수 있는 날이 오면, 머지않아 지능이라는 특정 형질이 설계도에 쓰일 거라는 것을 의미한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인 것이다.



원시 시대에 만약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벼락이나,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났다고(159만 년 동안 빈번하다면 적어도 규칙적으로 꾸준히 일어나야 한다.) 하면, 그리고 그것들이 생존과 번식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면 무엇인가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거나 추리하는 능력이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이 진화의 과정에서 선택되었다면, 오늘날 그것을 '일반 지능'이라는 불리는 아이큐에 가깝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하지만, 선택되지 않았기에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보편적인 인류의 습성과는 거리가 멀다).



진화에 의해 생성된 심리 메커니즘 중에서 일반 지능이 한층 더 중요하게 된 것은 과거 1만 년 동안 생활환경이 격변한 탓이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이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예외적이고 새로운 것이기 때문인 것이다. 즉 일반 지능이 중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진화의 역사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Kanazawa, 2020).



불과 몇십 년 전부터 감정지능(EQ)이 대세니, 다중지능이 일반 지능보다 해석하기가 더 유의미하다는 등 여러 책에서 본 적이 있지만, 이 일반 지능(IQ)이라는 것도 체중과 발 사이즈 등과 마찬가지로 언제 재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날 수도 있는 단지 상대적인 지표일 뿐이다. 그리고 여러 과목에서의 측정 편차를 미리 감안하여 최종적으로 평균을 낸 종합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아래에 책에서 발췌한 각 지능별 분류명을 편의상 부르기 쉽게 붙인 미국의 지능 통계 수치다(이 책의 저자가 특별한 의미는 없고 보여주기 위해 실었다.).


아주 영리함(IQ>125 = 미국 인구의 약 5%)

영리함(110<IQ<125 = 미국 인구의 약 20%)

보통(90<IQ<110 = 미국 인구의 약 50%)

둔함(75<IQ<90 = 미국 인구의 약 20%)

아주 둔함(75<IQ = 미국 인구의 약 5%)



필자는 지능이 재능의 범주에 포함될 수는 있으나, 더 넓은 관점에서 볼 때 재능을 꽃피우기 위한 어느 정도 받혀줘야 하는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아이큐가 낮다고 아주 사회적 성공을 못한다는 결과론적 해석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이큐가 높다고 해서 책의 저자가 말한 대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어려움을 겪는다고 일반화시킬 수도 없다. 앞서 언급한 리처드 파인만의 아이큐도 위에서 영리함의 구간에 속하나, 아주 영리한 구간에 속하는 미국의 엘리트(통계적으로 30대 초반에 종신교수가 되는 케이스가 여기에 많이 속해있다.)들보다 똑똑했다.



또 일론 머스크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태생의 미국의 기업가를 보더라도 그렇다. 그의 어머니는 모델이었고 아버지는 타협이 불가능했던 군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 엄청난 독서력으로 고등교육(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MBA와 물리학 석사학위까지 취득, 논문은 교수도 인정할 정도로 칭찬받은)까지 받을 정도로 물려받은 유전자와는 다른 아웃라이어(outlier, 이상치)의 높은 지능의 소유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을 결혼했고 자녀들을 가졌으며(일반적인 인류의 진화론에 탑승하는), 행간에 시험 탑승한 우주비행기(spaceX)에서 여승무원에게 간음을 제안하기도 한, 책의 저자가 밝히는 아이큐가 높은 집단 군의 패턴을 나타냈다.



필자가 처음부터 말하고 싶은 바는 이제부터다. 지금까지 지능의 역설이라는 책의 내용을 너무 길게 썼나? 전 인류의 빅 픽쳐가 있다면 그게 바로 앞서 말한 '서판(선조 때부터 이어져오는 설계도)'일 것이다. 여기에 이미 자신의 DNA를 따를 수밖에 없는 자유 의지도 있고 실천강령도 있고 문화적 프레임(일종의 '밈')도 있다. 하지만 운이 좋게 사람에 따라서는 계산기를 하나 더 물려받은 사람이 있고, 혹은 주판을 물려받았거나 아니면 그냥 일반적인 서판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을 거다. 현대사회에서는 사실 계산기 하나 더 갖고 태어난 사람이 생존(번식)이라기보다는 타인보다 더 풍요로운 삶의 기반을 닦는데 유리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 계산기 하나 더 본인의 유전자에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것을 잘 두드려서 남들보다 일찍 두각을 나타내는 게(이를테면 30대 초반에 정교수로 부임하던지, 사업가로서 성공을 하던지) 본래 자신이 갖고 있는 설계도의 목적(안정적으로 생존과 번식을 유지하는)과는 아직까지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치시키려면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이 일관성이 있어서, 진화의 관점(설계도 양식)을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선조시대의 150만 년의 시기만큼은 '일반 지능(IQ)의 필요성이 두드려져야(계산기 비유처럼)' 인류의 지상과제를 바꿀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세대가 몇십 만 번은 바뀌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본성으로 각인된 그 선조들의 습성을 버릴 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 습성을 버릴 수 없다면, 현대사회에서 인류가 지상과제로 삼아야 하는 문제는 이 습성을 역으로 활용해야 살아남는 데 이롭다는 것이다. 그러면, 먼저 무엇을 해야겠는가? 서판에 새겨진 자신의 본능을 정확하게 알고 그것에 반하는 현대인(보통 이상의 아이큐 소유자)들의 일상적인 행위를 되짚어 보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 책이 마케팅 교과서 혹은 일개의 뇌 최적화를 위한 지침서로 쓰일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용 및 발췌

Kanazawa, S., Gim, J., & Gim, J. (2020). 제3장/지능이란 무엇인가. In 지능의 역설 (2nd ed., pp. 92–107). essay,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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