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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gi Seo Aug 27. 2022

당신의 심성과 본성은 다르다

The Intelligence Paradox-2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가깝게 지냈던 민재라는 친구와 한 번은 걔 집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 현재는 얘가 여의도의 한 손해보험사에서 어엿한 계리사가 되어 있을 테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잘 살고 있다.



그런데 그때 논쟁의 시발점이 된 주제는, 인간의 성공은 자신의 자유의지(본성)에 따라서 결정될까, 아니면 환경에 의해서 좌지 우지 되는 가였다. 전자의 주장은 내가 끝가지 밀어붙였고, 후자는 인웅이가 지켰다. 둘 다 외동아들이라서 누구 하나 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논쟁을 했던 거 같다.



뭐, 지금 와서 근거야 생각이 나겠냐만은 논쟁이 사그라들고 친구 방에서 나오자, 인웅이 어머니께서 넋 놓고 보고 계셨다. 아마도 우리 둘의 말다툼을 말리려야 말릴 수 없었던 격렬한 애들의 말들을 경청했었으리라. 민재와 나의 그 논쟁의 불씨가 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한 번 더 개관하는 이 책, '지능의 역설'은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치관과 단 한 명의 특출함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도움을 줬다.



한편, 이십 대 후반에 첫 직장을 입사하기 전에 읽었던 일본인이 지은 책, '가설력'에서 과학에서 진리를 판명하기 위한 잣대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명한 구절이 있다. 내용인즉슨, 일반인 누구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우주의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허구인지, 사실로 증명이 가능한 가설인지는, 증명이 가능해야 한다고 한다. 즉, 내가 블랙홀에 들어가면 하이퍼루프처럼 살아서 나와서 다른 우주 세계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허구한 날 떠들어봐야 실제로 이것이 거짓인지 참인지 증명을 할 수 없다면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뿐이다. 거짓이라도 증명이 된다면 그 말은 '가설'인 것이다.



민재가 인간의 성공은 환경에 의존한다라고 주장한 논제는 증명을 하려면 수십 년 동안의 추적조사가 필요하고 다양한 표본 집단군에서 통계조사를 해야 한다. 또한 내가 환경에 개의치 않고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도 성공 가능하다고 우겨봤자, 이것에 대한 데이터(근거)가 없다면 아무리 논리적으로 주장해봤자 가설이 아니라, 또 '시나리오 쓰고 있네.'밖에 안된다.




책 개관(While Reading)



'지능의 역설', 이 책의 저자는 서로 자신의 말을 믿으라고 실천적 정언명령(칸트 아님)을 때리는 초등학생 수준의 토론처럼 독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촉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메시지가 증명이 된 사실(데이터)만을 전달한다고 머리말에 언급했다(생각의 전환은 독자의 몫).


그러면, 그 메시지는 무엇인가?
'지능과 인간의 가치가 일치하다는 상식이 반드시 옳지만은 않다'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메시지를 어떻게 증명하는가?

재능이 높은 사람의 사실(각종 통계조사)만 수집(증거)해서 지능과 인간의 가치관이 비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줌.



저자는 '합리적 선택 모델'이라는 기존의 심리학의 가설에 '내생 변수화'라는 인간의 가치관과 기호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밝히는 데, 민재가 말한 환경이 저자가 언급하는 인간의 가치관이다. 즉, 종교나 사회적 인식 그리고 더 넓게는 문화적 패러다임 등 인간이 옳다고 생각하는 상식을 말한다. 이러한 규율이나 틀이라는 환경이 없이는 인간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고 민재의 주장을 다듬을 수 있겠다.



책의 중심 소재인 지능은 여기에 반해, 이러한 가치관에 수렴(즉, 합리적 선택 모델에서 비롯)하는 상식 선상의 인간의 특성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지능이 높을수록 앞서 말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가치관이나 성공에 더 가깝다는 상식에 어긋나는 게 많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저자는,


재능과 인간의 가치를 분리해라고 말한다.  


일례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손번식)에서 실패하기 쉽다고 한다. 다윈 진화설과 동일선상의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은 태어날  깨끗한 백지상태에서 출발한다는 ' 서판' 가설을 부정한다. 오히려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져온 인류 선조들의 DNA 그대로 물려받아서 본능으로 지니고 있다는  현재 심리학계의 정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은 지금까지 인류가 으레 해오던 행동양식과 상식에서 어긋날 수가 없고,  암흑기의 선사시대에 비해 6~6.5%의 기간에 불과한 현대사회에서 인류는 새로운 서판에 자신의 행동양식과 DNA 아로새겨 넣고 있 타이밍이다.



내가 민재에게 주장했던 (자유) 의지의 강력함을 앞서 말한 인간의 본성에 입각한 선조들의 유전자(자손 번식의 능력)의 발현이었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통계를 낸 데이터를 통해서 본 유의미한 메시지는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오히려 지금까지 이어져온 통념이나 상식(패러다임)에 어긋나는(사회적 관계에 부적합한) 행동을 지능이 낮은 사람들보다 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똑똑한 사람들이 충절을 지키면서도 바람을 더 피우는 경향이 있거나 자식을 가지지 않으려고 하려는 등 사회적 가치관(자연스러운 행동)에 반하는 역겨운 행동을 하는 경향이 짙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전하려는 게 이 책을 쓴 까닭이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사실이며, 이것이 우리가 아직까지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단단한 인간의 가치관과 기호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그러한 이상치(outlier) 들을 보는 것은 자뭇 이해 못 할 수도 있다고까지만 말하고 마친다.



인간이 사회적 교육과 환경을 통해 선한 사람으로 자라나게 할 수 있다고 믿든 말든, 중요한 건 이제 '지능이 높다’라는 것은 인류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통념과 가치관에 반해 특이할 수도 있고, 이것들이 지금은 자손 번식이라는 인간의 첫 번째 존재 까닭과도 어긋날 수 있다. 왜냐하면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지능의 요체는 새로운 것에 얼마나 쉽게 적응할 수 있냐에 맞닿아 있고, 그 새로운 것이 이제는 불과 몇 년 전의 것이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하는 시대여서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본인이 민재에게 다시 인간의 자유의지가 성공의 5할이라고 말하려고 한다면, 나머지 5할은 자동화된 시스템 환경(양육이 아니라 외부환경)에 의해 통제될 수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인간의 본능은 이 5할이라는 외부환경에 의해서 통제되어서, 지능이 높거나 낮더라도 내재된 본성에 의해 자손번식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을 수 있다고 책에서 말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직도 누가 맞는지는 증명할 수 없으므로 여전히 우리의 말다툼은 시나리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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