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길은 처음 가는 길
어디로 난 길인지 어렴풋하다
누군가 밟은 길이 아니다
누군가는 쉬운 길로 가고
누군가는 험난한 길로 간다
다만 나는 나의 길을 간다
쉬운 길로 보이는 그 길도
얼마나 쉬운 지는 모른다
내가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험난한 길로 보이는 그 길도
얼마나 험난한 지는 모른다
내가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가는 어렴풋한 길의 햇볕은
다른 이가 보기에는 길을 밝게 비추는 고마운 거지만
나는 그 햇볕의 따가움 때문에 걷기가 어렵다
내가 가는 어렴풋한 길의 바윗덩이는
다른 이가 보기에는 길을 방해하는 걸림돌이지만
나는 그 바윗덩이에 걸터앉아 쉬며 숨을 돌린다
내가 가는 길의 끝은
다른 이가 보기에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거지만
나는 그 끝이 더 갈 수 없는 아쉬움이다
비슷한 길을 가는 것 같지만
내가 가는 길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닌
내가 처음 밟는 길이다
내가 처음 가는 어렴풋한 길에
앞걸음과 뒷걸음의 길 동무가 있다
죽마고우야 함께 해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