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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Sep 05. 2021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비법

[커넥트북]마지막 몰입 + 최후의 몰입

마지막 몰입

이 책의 저자는 짐 퀵입니다. 빌 게이츠, 윌 스미스, 스탠 리, 노박 조코비치 등 25년 넘게 정치, 스포츠, 연예계 수많은 사람들의 잠재력을 깨워준 브레인 코치라고 해요. 기업이나 대학뿐만 아니라 백악관에서도 강연을 하는 그런 인물입니다. 엄청난 사람이죠?



그런데 짐 퀵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기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유치원 때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선생님이 밖에 소방차가 지나간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창문으로 우르르 달려갑니다. 짐 퀵도 키가 작아서 의자 위에 올라가 소방관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다른 아이가 의자 다리를 건드려서 그만 의자에서 떨어집니다. 창가에 있는 라디에이터에 머리에서 피가 날 정도로 세게 부딪혀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미 짐의 뇌는 손상을 입었습니다.


그때부터 눈에 띄게 움츠러들고, 주의가 산만해지고, 기억력도 엉망이 되었다고 해요. 학교 생활은 정말 시련 그 자체였습니다. 선생님의 설명도 이해할 수가 없고, 글을 이해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때부터 짐은 남 앞에서 발표하는걸 극도로 꺼리게 됩니다. 수업 내용을 전혀 이해를 못하니까 어떤 선생님이 짐한테 ‘뇌가 고장 난 아이’라고 합니다. 이게 짐한테는 큰 상처가 되면서, 자기 스스로를 그렇게 낙인찍게 됩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대학에 들어가요. 대학이야말로 새롭게 출발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짐은 정말로 열심히 노력해요. 그런데 성적은 고등학교 때보다 더 안 좋아지죠. 현실을 직시하고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친구한테 이야기하니까, 그 친구가 주말에 짐을 자기 집으로 초대합니다. 거기서 펑펑 울면서 친구 아버지한테 그동안 자기한테 있었던 ‘뇌가 고장 난 아이’ 이야기를 해줍니다. 친구 아버지가 짐에게 ‘너는 학교에 왜 다니니? 넌 뭐가 되고 싶어? 하고 싶은 건 뭐야? 갖고 싶은 건 뭐니? 나누고 싶은 것은 뭐야?’ 질문을 하는데 정말 하나도 대답을 못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종이에 자기 버킷리스트를 적습니다. 친구 아버지가 그걸 쭉 읽더니, 양손을 30cm쯤 벌리고 ‘이만큼만 더 가면 모든 소망을 이루겠구나’ 하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손가락을 그대로 머리 양쪽에 갖다 댑니다. 이 간격은 뇌를 의미하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자기 서재에서 자기계발서들을 왕창 꺼내 가지고 짐한테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보라고 줍니다. 근데 짐은 책 한 권을 끝까지 못 읽는다 그랬잖아요? 아, 나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아저씨가 짐의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소리 내서 읽어요. 그게 동기부여가 돼서 한번 해보기로 합니다. 정말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운동도 안 하고 친구도 안 만나고 완전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어느 날 탈진해서 쓰러져요.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또 머리를 다칩니다. 병원에서 이틀 만에 깨어났는데, 그때가 진짜 인생의 최악의 시간이었다고 해요.


병원 간호사 머그컵에 아인슈타인 사진이 있었는데, 그 옆에 ‘문제를 발생시킨 사고 수준으로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적혀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아 내가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습 속도가 느리니까 더 열심히 해보려고만 했지, 학습하는 방법을 배울 생각은 안 했던 거예요. 그때부터 ‘학습 방법을 학습한다’ 이거에 정말 꽂혀서 성인학습이론, 다중지능이론, 뇌과학, 자기계발, 교육심리학, 속독, 기억술, 이런 쪽으로 파고듭니다. 뇌는 어떻게 작동할까, 뇌를 제대로 작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 매달리면서 집중력도 올라가고 기억력이나 이해력이 몇 달만에 금세 좋아졌어요. 그러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마인드셋이 바뀝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속이 상했다고 해요. 학습 방법을 학습하는 것, ‘메타 학습’을 학교에서 진작에 가르쳤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자기 스스로 뇌가 고장 난 아이라고 자책하며 고통 속에 살지 않았을 텐데, 선생님들은 항상 집중해라, 더 열심히 해라, 이런 말만 해줬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얻은 노하우를 주변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기 시작합니다. 그걸 20년 넘게 해오다 보니 스포츠 선수나 스타들, 또 세계적 기업의 CEO와 임원들에게 두뇌 코칭을 하는 사람이 된 거죠.


그렇다면 그 20년 동안 정리한 방법이 뭐냐, 짐 퀵은 본인이 만든 모델을 리미트리스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제한을 버리고, 마치 초능력을 얻은 것처럼 자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입니다. 이 모델엔 세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마인드셋mindset 입니다. 이게 WHAT 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념이나 태도, 가정입니다. 둘째는 동기motivation 입니다. 이건 WHY에요. 행동을 취하는 목적이자, 행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여기서 나옵니다. 마지막 셋째가 방법method 입니다. 이건 HOW겠죠. 뭔가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정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마인드셋을 설명하면서, 짐은 LIE, lie라는 약자를 씁니다. 그대로 읽으면 거짓말이란 뜻이죠? 풀어서 Limited Idea Entertained, 마음속 제한적 신념이라는 뜻입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고, 그보다 한참 못한 존재로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걸 LIE라고 이야기해요. 여기서 벗어나야 스스로 만든 한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잠재력을 가두는 일곱 가지 거짓말, 지능은 타고나는 것이다, 우리는 뇌의 10퍼센트만 쓴다, 실수가 곧 실패다, 아는 것이 힘이다, 새로운 것은 쉽게 배울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천재는 따로 있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왜 이것들이 사실이 아닌지 설명합니다.


두 번째, 동기에는 공식이 있습니다. 동기는 목적 X 에너지 X S 세제곱, 여기서 S 세제곱은 small simple steps를 줄인 거예요. 목적은 삶의 결정을 이끌고, 행동하게 하고, 목표를 형성하고, 방향감을 제공하며, 의미를 창출합니다. 또 목적은 당신이 세상과 나누고 싶은 것, 당신의 열정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다음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아보카도, 블루베리, 브로콜리, 다크 초콜릿 같은 뇌에 좋은 브레인 푸드 10가지부터,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뇌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팁들이 있습니다. 공식의 마지막 습관 설계에는 습관의 중요성과 습관을 만드는 방법, 아침 루틴 등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리고 동기와 연결해서 몰입, flow도 이야기해요.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의 여덟 가지 특징과 스티븐 코틀러의 몰입의 4단계, 온전히 집중하기 위한 조건과, 몰입을 방해하는 악당들이 나옵니다.


세 번째, 방법은 뭔가를 이루기 위한 절차나 과정입니다. 또 방법은 학습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 즉 메타 학습입니다. 여기서는 집중, 학습, 기억, 속독, 사고, 다섯 가지 영역에서 가속 학습, accelerated learning과 메타 학습의 원리를 배웁니다. 이 다섯 가지를 모아서 퀵 러닝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여러 단체에 교육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 단어를 하나의 이야기로 서로 연결시킨다든지, 아니면 독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눈으로 읽으면서 속으로 따라 읽는, 속발음을 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여긴 여러 가지 내용들을 얕게 다뤄서, 대충 이런 스킬이 있구나 정도는 알겠는데 책에 나온 설명만 보고 따라 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어쨌든 한계를 뛰어넘는 데는 이 세 가지 요소, 마인드셋, 동기, 방법이 모두 필요합니다. 마인드셋과 동기만 있으면 영감inspiration이 됩니다. 그런데 이 영감을 어떤 방법으로 풀어야 될지 모르는 거죠. 동기와 방법이 겹쳐지는 부분은 실행implementation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마인드셋이 없으면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데까지만 이를 수 있겠죠. 마인드셋과 방법이 겹쳐지는 부분에는 관념ideation이 있습니다. 여기선 야망을 불태울 에너지가 없어 야망이 마음속에만 머물게 됩니다. 세 가지가 모두 겹쳐져야 한계가 없는, limitless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이 모델이 리미트리스 모델인 거죠.


최후의 몰입

두 번째 책은 최후의 몰입입니다. 이건 한국인 저자분들이 쓰신 책이에요. 제갈현열, 김도윤 두 분이 쓰셨는데, 두 분 모두 광고홍보계 경력이 있으시고, 지금은 두 분이 공동대표로 교육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사실 이 책이 눈길을 끈 것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인터뷰한 내용으로 몰입을 파헤쳤기 때문인데요, 금메달리스트 서른 세명에, 올림픽 감독 세명까지 총 36명을 인터뷰했다고 합니다.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우연히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집중력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거예요. 거기서 기업의 교육 담당자가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구성원들이 직장에서 좀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런 인터뷰를 했는데 그게 왠지 거슬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몰입해야 하는 시대구나, 그런데 몰입을 ‘해야 하는’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나? 몰입은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거 아닌가? 주도적으로 몰입하는 게 아니라 주입식으로 몰입하는, 몰입이 강요되는 것 같은 모습에 반발심이 든 거죠.


의무적인 몰입이 과연 가능할까, 그래서 번아웃이 생기는 게 아닐까, 고민하다가 반대로 주도적 몰입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주도적으로 몰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자 하다가 우연히 평창 동계올림픽 광고를 보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인터뷰해보자까지 가게 됩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해서 얻은 결론은 주도적 몰입,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몰입하려면 먼저 몰입하는 이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금메달리스트들이 입을 모아 말한 목적은 시간의 질적 향상을 통한 더 나은 존재로 발전하는 것, 이었다는거죠. 모든 사람에게 하루는 24시간이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한정된 시간을 누가 더 밀도 있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도 더 올라간다는 말입니다. 최고의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주체는 오직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친구도 가족도 취미도 동료에 대한 배려도 모두 버리고 자신에게만 몰입해야 최고의 성취를 얻을 수 있는 거죠. 


저자들은 인터뷰에서 나온 공통적인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첫 번째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선수는 금메달을 목표로 하지만, 어떤 선수는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에 만족하기도 한다. 둘은 훈련에 얼마나 몰입하는지가 다르다. 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는 것이 최종 목표, 목적 목표라면, 고등학교 때는 국가대표가 되겠다, 대학교 1학년 때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겠다, 대학교 3학년 때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 처럼 단계적으로 성취하는 과정 목표가 필요하다, 이런 내용입니다. 


두 번째는 '몰입을 위해 무엇까지 버릴 수 있는가'입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철저하게 나만 생각한다. 이기적인 것 같지만 팀 스포츠에서도 철저하게 자신의 인생에 집중해야 한다. 착한 1등은 어디에도 없다. 독해져야 한다. 좀 냉혹하기도 하면서,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하고는 좀 느낌이 다르죠. 정말 세계 최고를 밟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시련이 오더라도 시련을 통해 더 담대해져야 한다. 지금 하는 스포츠 종목에 흥미가 떨어졌더라도 거기서 올리는 성취에 취해야 한다. 이런 메시지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슬럼프입니다. 슬럼프를 겪는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 증거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운동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쉬는 것, 또는 다른 취미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좋고, 어떤 선수들은 심리상담사와 대화하면서 안정을 찾는다고 해요. 그리고 몰입을 방해하는 또 하나가 불안감인데, 이건 어떤 한순간에 몰아서 찾아오는 슬럼프와 다르게 정말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까지 떨쳐낼 수 없는 고질병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언제 이룰지 기약 없는 목표, 목표의 불확실성 때문에 생기는 거죠. 자기 능력에 대한 불안감, 부상에 대한 불안감, 주변의 기대와 압박에서 오는 부담감, 이런 걸 털어내기 위해, 선수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루틴입니다.


루틴은 선수들이 불안함을 잠재우고 자신을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기 위해 취하는 고유한 동작을 뜻합니다. 저는 농구를 좋아하는데, 자유투를 던지기 전에 꼭 공을 두 번 튀긴 다든지, 어떻게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선수마다 취하는 패턴이 있거든요. 그런 게 루틴입니다. 긍정적인 징크스죠. 경기날엔 꼭 방청소를 하고 간다든지,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한다든지, 첫발, 자신 있게, 같은 특정 문구를 반복해서 이야기한다든지, 어떻게 보면 강박증인데, 강박으로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 금메달을 따면 이번엔 허무함이 찾아옵니다. 자기 인생의 목표였던 금메달을 목에 걸 때까지는 좋았는데, 그 즐거움과 승리감은 대부분 몇 달, 짧으면 며칠 만에 사라지고 ‘그럼 이제 뭐하지?’가 되는 거죠. 운동선수로 이룰 수 있는 최상위 목표를 달성했는데, 인생의 3분의 1도 채 안 지났기 때문에 허무한 시기를 겪는 겁니다. 그러다 올림픽을 2연패 해보겠다, 하는 선수도 있고 지도자의 길을 걷거나, 아니면 아예 운동이 아닌 다른 쪽에서 새로운, 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살게 되죠. 


네 번째 키워드는 자기애입니다. 흔히 금메달리스트 정도 되면 당연히 자기를 사랑하지 않겠냐 하지만 크게 두 부류로 갈린다고 해요. 먼저 자기애가 정말 강해서 목표에 몰입하는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 자기애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자기가 성취한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는 부류입니다. 평소엔 남들 앞에 나서지도 잘 못하지만, 경기에서는 당당해지는 거죠. 이 둘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슬럼프에서 벗어 나올 때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자기애가 강한 선수는 경기 결과가 안 좋은 시기에도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며 아낍니다. 슬럼프에서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수 있죠. 하지만 자기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결과가 부진하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그걸 극복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가 환경인데요, 여기엔 누구나 최고의 환경을 원하지만 결국 그런 환경을 얻어내는 것도 노력이고 실력이다, 또 선수들이 만났던 좋은 코치와 나쁜 코치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어 보기

두 책을 이어서 보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두 책 제목이 비슷하다고 했죠? 마지막 몰입, 최후의 몰입. 최후의 몰입은 표지에 떡하니 Final Flow라고 쓰여있어요. 미국에서 이런 표현을 쓰는지는 모르겠는데, flow가 몰입이니까 그냥 이렇게 쓴 것 같아요. 문제는 마지막 몰입입니다. 이 책은 원래 제목이 limitless에요. 짐 퀵이 만든 모델이 limitless 모델이고, 마인드셋, 동기, 방법 세 원이 합쳐지는,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영역이 limitless 잖아요?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은 몰입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이 책에 몰입이라는 표현이 언제 나오냐, 기억하시죠? Limitless 모델에서 동기, 안에 소 챕터 하나로 몰입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나옵니다. 그러니까 원서 제목이 뜻하는 건 이 모델 전체인데, 번역본이 나오면서 모델의 아주 일부가 책 제목이 된 거예요. 게다가 ‘마지막 몰입’이라는 표현은 책을 다 읽어도 안 나옵니다. 저는 이 책 제목이 왜 마지막 몰입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우리나라에 번역본이 나오면서 제목의 의미가 전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꽤 있는데, 제가 저자라면 기분이 나쁠 것 같습니다. 짐 퀵이 지금 자기 책 제목이 Last Flow나 Final Flow 같은 걸로 바뀌어서 한국에서 팔리고 있다는 걸 알까요?


어쨌든, 자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limitless 모델에는 세 요소가 있습니다. 마인드셋, 동기, 방법. 최후의 몰입 책에서는 어떤 모델이 따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금메달리스트의 몰입 스토리에서 어떤 공통적인 키워드나 패턴을 찾은 거잖아요? 그런데 어쨌든 금메달리스트도 자기 한계를 계속 뛰어 넘어서, 자기 분야를 극한까지 배운 사람들이잖아요? 최후의 몰입 책에 나온 키워드들이 limitless 모델하고는 어떻게 겹치는지 한번 매칭해 볼게요.


우선 마인드셋,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갖고 있는 신념에 따라 자기 잠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금메달리스트들도 아주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바로 슬럼프입니다. 슬럼프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자신의 한계를 경험해서 인데, 그 한계점이 자기 역량보다는 마음의 문제로 발생하는 경계선이라는 거죠. 결국엔 그 한계를 넘어서 금메달을 딴 사람들이거든요? 성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에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지고, 그렇게 해서 나온 안 좋은 결과를 자기 한계라 여기게 되고, 그러다가 자존감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바로 슬럼프입니다.


또 하나 최후의 몰입에서 마인드셋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책 초반 목표인데요, 애초에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사람과 국가대표 수준에 만족하는 사람은 훈련의 밀도가 다르다, 이 부분도 자기 정체성이나 신념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요소는 동기죠. 동기는 목적 곱하기 에너지 곱하기 S 세제곱, small simple steps 였죠. 최후의 몰입에서 여기 해당하는 부분은 첫 번째 챕터 목표, 두 번째 챕터 몰입을 위해 어디까지 버릴 수 있는가, 그리고 네 번째 챕터 자기애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후의 몰입은 몰입에 필요한 요소로 목표를 계속 강조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 목표는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을 빼고는 다 버려야 한다. 이런 표현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몰입에서는 그렇게 개인주의를 강조하지는 않는 게 차이점입니다.


세 번째 요소는 방법입니다. 마지막 몰입에서는 이 부분에서 가속 학습, 또는 메타 학습의 원리가 나오면서 집중, 학습, 기억, 속독, 사고, 다섯 가지 영역에서 방법론이 나오거든요. 이 내용은 뇌를 훈련시키는 방법이라 봐야 하는데, 최후의 몰입은 운동선수들을 인터뷰해서 나온 책이잖아요? 아예 다른 맥락이죠. 그걸 감안하고 굳이 매칭을 하자면, 마지막 챕터 환경에서 훈련 환경과 코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정리해보면 이 두 책이 주제도 다르고, 풀어나가는 구조도 완전히 다르지만, 안에 있는 여러 키워드들은 매칭이 많이 됩니다. 금메달리스트들도 결국 자기 한계를 넘어선, limitless의 영역을 체험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당연히 책 내용에 비슷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을 거고요, 그런데 두 책 모두 몰입 그 자체에 대한 책인지는 읽으면서 좀 갸웃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마지막 몰입은 애초에 몰입에 대한 책이 아니고, 최후의 몰입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특정 순간에 일어나는 단기간의 몰입이 아니라 굉장히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몰입을 다룬 것 같습니다. 운동 경기 중에 몰입의 순간에 상대방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든가, 이런 내용은 하나도 없어요.


아무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분들, 그러면서 자기 한계를 뛰어넘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커넥트북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d7CCs2zB_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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