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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Oct 03. 2021

혁신은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가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이번 주는 북리뷰가 아니라 영화 리뷰입니다.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작품을 만들면서 제 책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에서 여러 아이디어들을 얻었다고 권명국 감독님께서 초대해 주셔서, 타다의 팬이었던 아내와 함께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보고 왔습니다. 정식 개봉은 10월 14일이네요.



영화 시작 전 권명국 감독님의 짧은 멘트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영화 작품을 만들 때도 혁신과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처럼, 사회에서도 혁신과 새로운 시도가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 하셨습니다.


타다는 그 당시에도 찬반 논란이 많았던 사회적 이슈였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훗날 영화까지도 나오게 되었겠지요. 이 영화는 타다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타다 구성원과 고객, 드라이버, 타다에 우호적이었던 국회의원이나 정부 측 인터뷰가 담겨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택시업계 인터뷰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영화의 목적 자체가 문제 해결에 매달리는 스타트업의 모습을 덤덤하게 전달하는 것이라 그랬을 것 같은데, 타다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다 보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타다를 응원하는 마음이 듭니다. 더 나아가 타다 서비스를 중지시킨 택시 업계와 정치인이 답답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원래 타다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공감하면서 볼 테고, 타다를 반대했던 입장이시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냥 어느 쪽 편들지 않고 평이한 영화 리뷰를 쓰려했는데, 어차피 개인 브런치니까 영화 보면서 들었던 여러 생각을 그대로 써봅니다. 


 





온 가족이 중국에서 차량 공유 앱만으로 차 없이 3년 동안 살았습니다. 2016년 말 한국에 돌아와서도 6개월 동안 차가 없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택시를 몇 번 탔었는데, 중국에서 이용하던 차량 공유 서비스에 비해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었습니다. 가까운 거리를 가면서도 '이번에 걸리는 택시 운전사는 좀 괜찮아야 할 텐데'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차가 생긴 이후로는 거의 택시를 타지 않다가 타다가 출시된 이후에 아내와 같이 써보게 되었고, 중국에서도 만족하며 탔던 차량 공유 서비스보다 더 나은 기사 서비스에 아내와 딸은 첫 탑승부터 타다의 팬이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택시 업계에서 시위를 하며 타다가 논란거리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스타트업 대표 대상으로 타다를 지지하는 서명 설문을 받아서 저도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다금지법이 통과되었고 얼마 뒤 타다를 탈 수 없게 되었죠. 그렇다고 제가 타다 대신 택시를 탔느냐, 절대 아닙니다. 적어도 최근 2년 정도는 택시를 탄 기억이 없습니다. 



타다 관련해서 택시 기사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느냐, 보호해줘야 한다 의견도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우리 동네 주변에 식당, 카페 올해 들어 망한 곳 다섯 군데는 본 것 같습니다. 경제도 어렵거니와, 음식이 맛이 없으면 식당은 망하는 거죠. 그렇다고 불공정하다, 불쌍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남의 돈 벌어야 하는 사람은 고객을 만족 못 시키면 망하는 겁니다. 망하는 식당이 많으니 프랜차이즈 업계를 없애고 회사들도 사내 식당을 운영 못하게 하자, 누군가 이런 주장을 하면 어이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타다한테는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타다는 불법 아니냐, 예시가 잘못됐다 하실 수 있는데 타다는 불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1심에 무죄가 나왔고, 타다금지법을 새로 만들어서 (엄밀히 말하면 개정) "불법으로 만들어야" 했죠. 불법은 아니지만 법의 허점을 악용한 것 아니냐 하시면 어떤 근거로 '악용'이라고 표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의도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려 했던 것도 아니고, 타다가 아무 노력 없이 남의 돈을 빼앗아 간 것도 아닙니다. 자본력을 이용해 저가에 후려친 것도 아니죠. 1심 판결에도 나와있듯이, 택시보다 가격이 비쌈에도 고객이 선택했을 뿐입니다. 택시보다 훨씬 만족도가 컸으니까요.


식당인 맛없는 곳만 망하지만 택시 업계는 운전 잘하고 친절한 택시 기사도 피해를 입었다, 식당 하곤 다르다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게 택시 업계의 문제입니다. 좋은 택시 기사와 나쁜 택시 기사를 차에 타기 전까지 구분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래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더라도 본인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없다, 오히려 운전을 급하게 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이 태우고, 승차 거부해서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는 게 더 낫다, 그게 택시 업계의 문제입니다. 택시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제발 택시 업계가 저 문제를 스스로 좀 해결해 주길 바랬지만 몇십 년째 조금도 나아진 게 없습니다. 거기에 타다라는 대안이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죠. 택시 업계는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타다를 죽였습니다. 타다를 죽이고 나서 택시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느냐, 아니라고 봅니다. 고객의 니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소득을 왜 걱정해 줘야 하죠? 택시가 무슨 공무원 일자리인가요? 


그리고 실제로 택시 기사가 피해를 보았는지도 의문입니다. 그 당시 이재웅 대표도 "타다를 반대하는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수입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혹시 줄었다면 그것이 택시요금을 택시업계 요구대로 20% 인상한 것 때문인지, 불황 때문인지, 아니면 타다 때문인지 데이터와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택시 업계의 반응은 '그런 건 모르겠고 아무튼 너네 때문에 피해가 크단 말이야'이었죠. 그 당시 안타깝게도 자살을 하신 택시 기사분이 계셨고, 그 사건이 정치권 움직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정말 수입이 크게 줄어서 그런 선택을 하신 건지, 타다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이 조장한 공포감, 불안감에 등 떠밀려 그렇게 되신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혁신 과정에서 기존 업계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는 건 항상 있는 논란이니까 그렇다 쳐도, 제가 가장 공감할 수 없는 부류는 '차 불러주는 게 무슨 혁신이냐, 원래도 콜택시 있었다'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로는 '배달 앱이 무슨 혁신이냐, 전화로 주문하면 된다', '메신저 앱이 무슨 혁신이냐, 문자랑 뭐가 다르냐' 같은 게 있습니다. 


택시 업계는 운전 똑바로 해달라, 대화하기 싫을 때 말 좀 걸지 말라, 라디오 들으면서 혼잣말로 욕하지 말라, 아주 기본적인 고객 니즈도 수십 년간 해결을 못해온 사람들입니다. 이나라 택시 기사들은 가망이 없다 모두 포기했을 때 타다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그게 혁신이 아니면 뭐죠? 그냥 차가 좀 더 큰 거 아니냐, 향수 뿌리고 기사가 좀 더 친절한 것뿐 아니냐 한다면 그 쉬운걸 왜 택시 업계는 수십 년간 못했죠? 배달 앱이 혁신이 아니라면 왜 모두 전화 주문 안 하고 배달 앱을 쓰죠? 누가 억지로 강요했나요?


혁신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터미네이터라도 나와야 혁신이라고 쳐줄까요? 그 터미네이터가 나오면 지금 배달 앱이나 타다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숫자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텐데 그때는 무슨 이유로 터미네이터 출시를 막을 건가요?



타다를 금지한 법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지 2주 만에, 총선을 앞두고 정치 논리로 급조되어 만들어졌습니다. 중간에 장병규 의장님 인터뷰가 기억이 납니다.


"타다금지법이란 표현을 더 이상 안 쓰면 좋겠다. 그 법은 원래 타다 활성화법, 모빌리티 활성화법이었다. 그리고 모빌리티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영화를 본 후에 제 아내의 평은 이렇습니다.


"너(저)가 운전하는 차보다 더 편했는데 영화 보는 내내 타다 없어진 게 아쉬워서 눈물이 날 뻔했다."


"대표님(영국인)이 한국에 출장 오시면 자랑스럽게 타다를 태워드렸고, 대표님도 다른 나라 우버보다 훨씬 서비스가 낫다고 하셨다. 이제 코로나 끝나면 다시 한국에 오 실 텐데, 왜 타다가 없어졌는지 설명하기 너무 쪽팔린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브런치에 쓰는 제 생각이고, 영화 자체의 메시지와는 관계없습니다. 영화는 '타다'라는 서비스를 옹호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시도하는 스타트업'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박재욱 대표와 구성원 인터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기억나는 대로 쓴다면,


"법에 할 수 있다 쓰여있었고, 국토부 관계자와 여러 번 회의를 하면서 이건 가능할 것 같다 답변을 받아서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법을 고쳐서까지 문제를 삼는다면 앞으로 누가 정부와 사회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게 권명국 감독님이 하고 싶은 말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 일하는 분들, 스타트업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한 대기업/공무원 분들은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타다를 한 번이라도 타보신 분들은 본인이 사랑했던 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만들었고, 왜 이제는 탈 수 없게 되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드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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