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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Feb 11. 2024

리더의 말상대

작년 온라인 아트플랫폼 신사업을 준비하던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진척 상황 보고 중에 리더 분이 나한테 '말상대가 없다'고 조언을 주셨다. 그때 우리 법인은 주로 개발자들로 이루어진 10명 정도의 팀이었다(대부분 내가 새로 채용한). 그나마 연차가 있는 편인 개발팀장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전부 5년 차 이하였다. 플랫폼 개발에 대해서는 개발팀장과 논의한다 쳐도 신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람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다.


리더는 말상대가 필요하다. 말상대란 문자 그대로 리더가 말을 섞을 만한 사람, 말이 통하는 상대를 의미한다. 일 시키고, 보고 받고 이런 거 말고, 사업 전반에 대해 리더와 비슷한 수준과 관점에서 대화할 수 있는 상대를 의미한다. 말이 통하려면 적어도 특정 영역에서는 CEO가 아는 만큼 혹은 그 이상을 알면서도, 특정 부서를 대표하기보다 회사 전체 관점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CEO가 던지는 우문에 현답을 해줘야 하고, 때로는 CEO에게 먼저 화두를 던질 수도 있어야 한다.


말상대는 여러 형태가 있다. 우선 조직 내부에 말상대가 있을 수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CEO에게는 CSO(전략), CHO(인사), CFO(재무)가 말상대이다. 만약 CSO가 회사 비전과 전략에 대해 CEO와 대화가 안 통하고, CHO가 CEO와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면 다른 실무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CO로서 자격 미달이다.


조직 외부에도 말상대가 있다. 컨설턴트는 말상대이면서 아예 문제의 일부를 맡겨버리는 대상이다. 컨설턴트에게는 회사의 현황과 리더의 고민 등을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해결책을 제안받게 된다. 반면 멘토나 코치의 경우 문제의 해결을 맡기기보다, 대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이 정리되도록 돕는다. 대화의 행간을 읽으며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핵심이다.  


리더로서 양질의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좋은 말상대가 필요하다. 말상대는 새로운 옵션을 찾도록 도와주며, 이 결정이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법무, 재무, 세무, 인사 등) 파악해 준다. 처음엔 리더의 직관으로 방향을 정하더라도 말상대와 이야기하면서 이 옵션의 장단점이 명확해진다. 무엇보다 좋은 말상대는 리더의 고독감을 줄여준다. 나 밖에 모르는 일이고, 나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압박을 줄여준다. 건강한 마인드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것이 말상대의 역할이다.


또한 조직 입장에서도 말상대는 중요하다. 리더의 말상대가 결국 그 사람의 후임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좋은 CSO, CHO, CFO는 당연히 CEO 후보가 된다. 심지어 조직 외에서도 컨설턴트가 본인이 말상대 해주던 고객사 리더 자리로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리더와 말이 통한다는 것은 결국 더 성장하면(때로는 지금 당장도) 리더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듯이다. 그러니 조직에서도 리더의 말상대 들을 잘 관찰하며 넥스트 리더 후보풀로 관리해야 한다.


이미 조직의 정점에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리더는 누군가의 말상대 이기도 하다. 당신은 누구의 말상대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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