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데블스플랜2를 보면서
넷플릭스 데블스플랜2를 재밌게 보고 있다. (시즌 1부터 팬이었음)
참가자들이 서로 경쟁하고, 때로는 연합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업의 성과관리가 떠올랐다.
성과관리와 게임의 차이는 기업의 성과관리는 전체 팀의 성과를 높이는 게 목적이고, 게임은 개인의 우승이 목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장기적으로 같은 팀 동료나 유관부서와 좋은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쌓고 협업해야 하지만, 게임에서는 잠시 동맹을 맺더라도 뒤로 갈수록 동맹을 깨고 경쟁해야 하거나, 심지어 배신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시즌 2에는 시즌 1과 달리 참가자들의 공동 미션을 통해 누적 상금을 늘린다는 컨셉이 생겨서 성과관리와 비슷하게 가나 싶었다. 그런데 늘린 상금이 여전히 1등 한 명에게만 몰아서 주어진다는 점, 그리고 공동 미션의 내용이 대부분 누군가를 탈락시켜야 한다여서 여전히 맥락이 달랐다.
또한 게임은 모든 참가자가 같은 규칙으로 한 가지 게임을 한다. 그런데 기업 내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영업은 포커를 하지만, 기획 부서는 바둑을 두고 있을 수도 있다. 포커 점수와 바둑 점수를 어떻게 비교해야 할까? 1분에 한 번씩 결과가 나오는 게임 참가자와, 한 판에 한 시간씩 걸리는 게임 참가자가 있다면 어떤 주기로 평가해야 공정할까?
반면에 성과관리와 게임이 비슷한 점도 있다.
성과관리와 게임의 유사한 점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은 규칙에 따라 점수가 정해지거나, 승자/패자가 명확히 나뉜다. 마찬가지로 성과관리도 각종 지표(KPI)와 목표, 달성율 등을 통해 개인의 성과를 측정하고자 한다. 다만 게임에 비해 숫자로 측정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아서, 정성적으로 평가해야 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 정성 평가를 얼마나 공정하게 하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게임을 하는(과업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비교하는지에 따라 제도에 대한 조직원들의 신뢰가 결정된다.
또 하나 비슷한 점은 너무 감정적으로 몰입해도 안된다는 것이다. 데블스플랜 시즌 2 참가자들은 인터뷰에서 다 '시즌 1을 볼 때는 다들 왜 저렇게까지 하지 싶었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까 그렇게 되더라' 이야기한다. 게임은 집중해서 열심히 해야 하지만, 게임에서 졌다고 내가 인생의 패배자인 건 아니다. 게임하는 동안에는 상대방과 경쟁심이 들겠지만, 게임 끝났는데도 그 사람과 적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부여된 역할과 삶이 있지만, 그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평가가 안 좋다고, 승진에 밀렸다고 너무 우울해할 필요도 없고, 회사를 위해 가족과 내 모든 삶을 포기할 이유도 없다.
아무튼 이런 서바이벌 게임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언젠가 나도 나가보고 싶다 생각은 들지만... 뽑힐 리도 없고 나가도 초반에 금방 떨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