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 이야기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읽고

by 장영학

퍼블리는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서비스입니다.


HR스타트업을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퍼블리 조직문화 리포트 발행과 브런치북 대상 수상이었거든요. 둘 다 17년 말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벌어진 일입니다. 퍼블리가 뉴닉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놀랐고, 나중에 소령님이 저자분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받고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으셨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연휴 동안 '실패를 통과하는 일'을 읽었습니다. 사실 더 빨리 읽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나서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연휴까지 기다렸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제가 사업을 정리하던 시절이 생각날 것 같았거든요.


퍼블리보다는 훨씬 작은 회사였고, 투자도 받지 못했지만, 저도 고객을 가르쳐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사업을 했습니다. (강점, 리더십, 조직문화, 성과관리...)

18년에 창업해서 19년에 BEP를 맞추고, 자신감이 생겨서 기보 대출받고 개발팀을 뽑았죠.

강의와 컨설팅으로 번 돈으로 OKR 성과관리 시스템(HR SaaS)을 만들고자 했는데, 코로나가 오면서 갑자기 강의/컨설팅 매출이 0이 되었어요.


런웨이가 급격하게 짧아지니까 그럭저럭 버티면서 지나갔던 문제들이 다 터졌습니다.

공동창업자와의 방향성 차이로 회사를 쪼개는 과정을 겪었고,

시장 규모의 한계와 급하게 개발한 시스템의 퀄리티 이슈 때문에 투자도 받지 못하고,

직원들 월급이 밀려가던 끝에 회사를 매각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사실 매각하는 결정을 했다기보다는 감사하게도 회사가 매각되어 최악의 결말은 피할 수 있었다가 맞겠네요.


첫 강의, 첫 컨설팅, 첫 시스템 고객을 확보했던 기뻤던 시기,

매일 직원들과 면담하고 멘털이 나갔었던 코로나 시기,

인수한 회사에서 다시 팀빌딩하고 프로덕트 만들던 시기,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나도 그랬던 때가 있었지'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책 초반에 보면 '처음 창업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몰라서 무적'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읽혔습니다. 한번 해본 사람은 알만큼 알아서 가장 취약하다고.


저는 전형적인 직장인으로 N년째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지금도 회사의 생존을 위해 고민하고 뛰고 있는 모든 창업자 분들을 응원합니다.



ps. 사진은 북카페이자 제 사무실이었던 가로수길의 디파지트.

창업한 지 얼마 안 되어 첫 책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 북토크 하는 사진인데,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신나 있군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주 80시간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