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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투원, 진짜 신사업은 무엇일까

진짜 제로투원은 이익이 나는 순간입니다.

by 장영학

피터 틸은 『Zero to One』에서 “진정한 혁신은 1에서 100이 아니라 0에서 1로 가는 순간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존재하지 않던 것을 세상에 처음 만들어내는 그 순간, 비즈니스는 새로운 질서를 만듭니다. 하지만 실제 창업과 신사업의 세계에서 ‘제로투원’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아이디어나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부터 진짜 ‘사업’이 되는가입니다.


보통 신사업의 단계를 이렇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사람들이 무료로 사용하는 것

돈을 내는 사용자가 생기는 것

매출이 비용을 넘어서 이익이 생기는 것


전통적으로 ‘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계는 3번입니다. 하지만 한동안 스타트업 버블이 생기면서 2번 단계, 심지어 1번 단계에 머무른 회사들도 투자를 받고 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투자금으로 버티던 많은 회사들이 결국 사라지거나 축소되었습니다.


2번이 의미 있으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변동비가 작아야 합니다. 유료 사용자가 많아지면 언젠가 이익이 날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사용자 한 명을 추가로 확보할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어야 합니다. 또한 고객 한 명을 새로 데려오는 CAC(Customer Acquisition Cost)가 낮아야 합니다. 그래서 IT 서비스처럼 변동비가 작은 모델이라면 2번 단계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원가가 발생하는 실물 기반 비즈니스에서는 2번에서 3번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1번은 이제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무료 사용자는 ‘수요의 확신’을 주지 못합니다. 조금이라도 돈을 받아서 PMF(Product-Market Fit)를 검증하고 2번으로 넘어가는 것이 현실적인 길입니다. 카카오톡은 오랫동안 무료였지만, 지금의 시장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투자 환경이 바뀌었고, 이제는 “무료로 사람을 모으는 것”보다 “돈을 내는 고객을 만드는 것”이 진짜 제로투원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익이 나지 않는 회사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저서 『아메바 경영』과 여러 강연에서도 이와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이익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고객이 우리에게 진짜 가치를 느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많은 사용자가 쓰는 멋진 서비스가 진짜 혁신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사업을 시작한다면, 이미 매출과 이익이 안정적으로 나는 업종에서 작은 개선을 통해 처음부터 이익이 나는 구조를 만들 것 같습니다.


매출과 이익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든다고 말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정말 우리가 고객에게 가치를 주고 있는지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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