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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May 12. 2017

장점을 키울 것인가 단점을 보완할 것인가

사회초년생들이 자주 겪는 성장의 딜레마

우리는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완벽한 인간도 없고, 장점이 없는 인간도 없다. (난 그렇게 믿는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학생 때까지는 무엇이 자신의 장점이고 단점인지 제대로 알기 어려웠던 것 같다.


이제 와서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일단 장단점보다는 무엇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가를 생각하면서 진로를 선택했던 것 같다. 아직 어리니 좋아한다면 배워서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도 있었다.

학교에선 나와 비슷한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모집단에 bias가 있어 평균적인 내 나이 또래 대비 내 장단점을 알기 어렵다. 

학생 때 드러나는 성품/스킬 상의 장단점과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장단점이 달라서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정확하게 판단이 안되었던 것 같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보니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 편인지 금세 알게 되었다. 동시에 직장에서의 자기계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과 조언을 듣게 되었는데, 그런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다.



장점을 길러야 한다 - 갤럽의 Strength Finder


장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집단(?) 중 하나가 갤럽인 것 같다. 마커스 버킹엄과 커트 코프만이 쓴 '리더십@매니지먼트'에 보면 장점을 살려주는 동시에 약점을 관리하라고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약점을 고치려 하지 말고 동시에 완벽하게 만들려고도 하지 말라. 대신 각 개인의 재능을 발전시키기 위해 당신이 도와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주어라. 현재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도와주라." 

이 책에 의하면 탁월한 관리자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직원들 각 개인의 독특한 재능을 파악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각종 시장조사/설문조사로 유명한 갤럽답게, 나중엔 아예 개인의 강점을 파악하는 설문조사 도구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Strength Finder이다.


'강점 혁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이라는 책을 사서 그 책에 있는 코드 번호를 사이트에 입력하면 설문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기업들에서 채용 혹은 입문 단계 중 하나로 이 책을 활용하고 있어서 이미 해보신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이랜드 입사할 때 한번, 삼성 입사해서 한 번, 총 두 번 했다...)


꽤나 긴 설문을 작성하고 나면 당신의 다섯 가지 강점 테마들을 알려주는데, 전략, 미래지향, 행동주의자, 착상, 조정자, 포괄성, 이런 식이다. 결국 이 책의 메시지는 자신의 강점 테마와 어울리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어떤 테마는 무슨 업무와 관련이 있을지 떠오르는 반면(전략, 분석가 등), 어떤 테마는 그 테마로 무엇을 해야 할지 좀 덜 와 닿기도 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성향 테스트들이 있는데, 회사에서 요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찾아다니며 해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제 갓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스스로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리고 가장 정확하게 장단점을 파악하는 방법은 이런 테스트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동료들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찾은 자신의 장점으로 '엣지'를 만들든 '차별화 요소'를 삼든 계속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그럼 단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점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견이 없다. 그런데 단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90점(장점)을 95점으로 만드는 것보다 50점(단점)을 80점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쉬우니 단점을 보완하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반대로 50점을 80점으로 만드는 것이 90점을 95점으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가장 최근에 단점에 대한 조언을 본 것은 앤젤라 더크워스의 '그릿(Grit)'이었다. 일만 시간의 법칙으로도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인데, 최고에 이른 사람들은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약점에 집중해서 완벽에 다가간다는 것이다.


'약점에 집중'해서 '완벽'해지라니, 문자 그대로 보면 아까 갤럽에서 한 말과 반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조언은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할지를 선택할 때는 전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따라야 한다 (스포츠 선수가 될 것인가 피아니스트가 될 것인가?). 하지만 일단 분야를 정했다면 자신이 잘 못하는 영역을 의식적으로 연습해서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뛰어난 농구 선수들은 오른손 잡이더라도 왼손으로 오른손처럼 드리블한다).



단점에 대해 내가 들은 가장 와 닿는 조언은 내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우리 팀 PM님께 들은 조언이었다. (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커리어 초반에는 과락을 없애고, 그다음엔 자기가 잘하는 것을 키워라.


과락은 어느 한 부분이라도 일정 점수에 미달하면 탈락하게 되는 선이다. 어떤 시험을 보는데 과목들의 평균 점수가 80점을 넘어야 합격이지만 어느 한 과목이라도 60점이 안되면 불합격이라고 한다면, 그 60점이 안 되는 과목이 과락이다. 위에 언급했듯이 기본적으로 단점을 커버하기보다 장점을 더 키우는 쪽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단점이 과락 수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과락이 자신의 장점에 대한 평가까지 모두 가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락에 대한 가장 강렬한 최근 사례는 바로 이번 대선의 안철수 후보이다. 그는 평균 점수로는 꽤나 괜찮은 후보였는지 모르겠으나, 안타깝게도 대통령 후보로서 '토론'이 과락 점수였다. 대선 몇 주 전까지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던 그는 몇 차례의 토론회 이후에 그 상승세가 꺾이게 된다.


나 같은 경우 부끄럽게도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글 쓰기가 거의 과락 수준이었다. 나는 컨설팅의 본질이 '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했고, 그 부분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컨설턴트에게는 해결한 문제를 소통하는 방법도 똑같이 중요했다. 순수 공대생에 그 흔한 논술 시험 준비도 한번 해보지 않았던 나는 글쓰기에 젬병이었다. 사실 지금 브런치에 그나마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그 당시 내가 상사 분들께 수많은 피드백(갈굼)을 듣고 과락을 면하기 위해 연습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장점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는 단점을 내버려둬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성품적인 면이든 스킬적인 면이든 단점 중에 과락이 있다면 당신은 (장점도 있을지 모르나) 같이 일하기 어려운 사람이 된다. 사원이나 대리 정도까지는 자신의 단점 중에 과락 수준인 것이 없도록 기본 점수는 깔아줘야 하며, 그 허들을 일단 넘은 후에 자신만의 장점을 더 키우는 것을 추천한다.



단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방법: 팀워크


단점을 관리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좋은 관리자가 팀 차원에서 관리해준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다양한 장점을 가진 사람들로 팀을 구성한다


팀원들의 장점이 다양하다는 것은 곧 누군가의 단점을 다른 사람의 장점이 커버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단기적으로 보면 팀의 성과 자체가 나아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팀원들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이 못하는 부분을 잘하는 사람이 같은 팀 바로 옆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팀을 구성하는 팀장 입장에서는 다른 누구보다 팀장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팀원으로 확보해야 한다. 내 고백을 하자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주제에 일 중심/계획 중심인 성향이 있어서, 내 생각대로 일이 되게 하기 위해 내 의견을 밀어붙인다든지, 생각대로 일이 잘 진행이 안 될 때 주변에 스트레스를 전파하는 편이다. (남에 뭐라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나 스스로 스트레스받는 모습을 보면서 보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가급적 같은 팀에 일보다 좀 더 사람을 챙겨주는 성향의 사람과 같이 일하려 노력한다. 


물론 항상 같이 일할 사람을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팀장의 단점은 팀원의 단점보다 팀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니 팀 구성에 꼭 감안해야 한다.


약점을 연습해 볼 기회를 준다


약점은 타고난 역량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저 해볼 기회, 해볼 이유가 없었던 영역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남들 앞에서 발표를 잘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물론 태어날 때부터 남들 앞에서 떨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마이크 체질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은 그저 그런 자리에 설 기회가 별로 없어서 연습할 이유가 없었던 탓일 것이다.


'An Everyone Culture'에는 이와 관련된 두 가지 넥스트점프 사례가 나온다. 넥스트점프에서는 이렇게 개인의 약점 혹은 익숙하지 않은 영역을 '백핸드'라고 부른다(테니스에서의 그 백핸드 맞다). 사람들은 자신의 백핸드가 무엇인지를 주변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서 스스로 알고 있고, 또한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리고 다닌다. 그럼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이 자신의 백핸드를 업무 중에 자연스럽게 연습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예를 들어 아까 언급한 발표를 못하는 사람의 경우 회사에 지원해 면접을 보러 온 후보자들 앞에서 회사를 설명할 기회를 준다든지, 자신의 의견을 너무 강하게 주장하고 남의 말을 끊는 사람의 경우 업무 미팅을 할 때 미팅 시간 2/3이 지나기까지 발언을 참고 기다리게 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또한 회사 내에 문화과제(cultural initiative)라고 해서 프로젝트성의 업무들이 많이 실행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에서 개선할 점을 발견하고 직접 실행하는 식이다. 이러한 과제는 자신이 맡고 있는 본업과 상관없이 지원해서 참여할 수 있고 제안할 수도 있다. 이렇게 직원들은 회사의 실적과 직접적인 연관은 적지만 충분히 도전적인 환경하에서 자신이 익숙하지 않았던 분야를 연습해볼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어떤 부분이 약하다고, 혹은 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팀에 요청해서 일부러라도 그런 경험을 쌓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앞에 언급했듯이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 조직의 실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거나, 자신의 장점을 연습할 시간을 과도하게 소모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위의 모든 것은 팀원들이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도 안전하다고 느껴야지만 가능하다. 


여러 번 언급한 Google의 Project Aristotle에서도 성과를 내는 팀의 전제조건을 '심리적 안정감'으로 들고 있는데, 이는 'An Everyone Culture'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인 Robert Kegan과 Lisa Lahey는 서로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서로의 약점을 연습할 수 있게 해주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문화를 'Home'이라고 지칭한다. 말 그대로 내가 나일 수 있는 편안한 공간, 내 약점을 드러내도 안전한 공간, 나의 성장을 100% 지원해주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이 아닌 곳에서는 모두가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그리고 약점을 숨기는 것은 매우 힘이 든다. 약점을 숨기려 노력하는 사람은 장점을 키울 여력이 없다. 개인이 장점을 키울 수 없으면 조직의 성장도 정체된다.




결국 장점을 키울지, 단점을 보완할 지의 문제는 어느 한쪽이 꼭 맞다기보다 자신이 지금 커리어의 어느 단계인지, 어떤 조직문화에서 어떤 사람들과 일하고 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너무 뻔한가...).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단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가 필요하다. 팀원도 팀장의 단점에 대해 피드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의 약점도 장점만큼 존중해주고, 서로의 발전을 진정으로 지원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 이 글에서는 단점과 약점을 혼용해서 사용했는데, 둘 다 영어로 weakness를 의미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감상 약점은 역량의 부족을 의미하는 느낌이고, 단점은 좋고 나쁨의 느낌이 있는 것 같은데 이 글의 단점/약점은 역량의 부족에 가까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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