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영학 Jun 02. 2018

브랜드의 처음

임태수 작가님과의 Be my B:ookchoice 후기

<날마다, 브랜드>, <바다의 마음 브랜드의 처음>을 쓰신 임태수 작가님의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작가라고 불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시는 듯...)



DDP CREA 세미나홀에서 열렸고, Be my B에서 주최했어요. 토요일 오전이 시간이 안돼서 그동안 잘 신청 못했는데 Be my B 모임은 두 번째 참석입니다.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전에 생각들을 끄적끄적.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니 그냥 그러려니 봐주세요.


1. 마케팅과 브랜딩



누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할까

요즘은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어떤 식으로 말하면 좋아할까


나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해

요즘 난 무엇에 관심이 많아

나는 내 방식대로 말하겠어



마케팅은 뭐고 브랜딩은 뭐냐. 저도 항상 헷갈리는 부분이었는데 오늘 멋대로 정리했습니다.


마케팅은 시장에 맞춘 것. 브랜딩은 나에게 맞춘 것.


마케팅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조사해서 그에 맞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들을 말하는 것이고, 브랜딩은 내가 좋아하는 제품/서비스를 만든 다음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고객들이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정의하고 나니 몇 가지 의문이 풀렸습니다.


왜 요즘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유행인가?


남에게 맞추기 너무 힘들거든요. 게다가 예전과 달리 사람들의 취향이라는 게 너무나 다양해져서, 시장조사를 열심히 한다 해서 대다수의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역으로 정말 대다수의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려면, 츠타야나 아마존처럼 어마어마한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회사/브랜드 입장에서는 자포자기. 나는 이게 좋은데 너희도 이거 좀 좋아해 주면 안 되겠니? 어 그런데 정말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내 브랜드를 알아주는 백 명은 없지만 사랑해주는 한 명이 있는 것. 브랜드를 만드려고 하는 사람들의 요즘 심정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는데 브랜딩은 안되고 망한 케이스는 뭔가?


다만 전제조건이 있는데 완성도는 필수입니다. 나는 이런 거 좋아해, 그런데 그게 남들이 보기에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건 그냥 아웃입니다. 배달의 민족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들이 키치한 B급 문화를 추구하지만 실행의 완성도는 B급이 아니라 S급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완성도 있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는데 아무도 안 사주는 건 글쎄요... 정말 남들과 취향이 다르시거나, 당신의 제품을 진짜 알아봐 줄 수 있는 고객이 아직 당신의 브랜드를 못 만난 것일 텐데...


Aesop, Balmuda 같은 브랜드는 왜 광고를 크게 안하나?


누군가 원할 것 같아서 만든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브랜드들이니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하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타게팅을 하려고 해도 취향을 기반으로 한 타게팅과 demographic 기반의 타게팅은 다르니까... 그냥 내 제품의 가치를 알아주는 소수와 깊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어 할 것 같고... 그래서 요새 뉴스레터가 다시 중요한 마케팅 도구가 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왜 작은 기업 중에 독특한 브랜딩을 가진 회사가 많은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기엔 일단 대기업은 '내'가 너무 많습니다. 대기업이 제대로 된 브랜딩을 하려면 현대카드처럼 아예 최고 경영진이 개입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구현하든지, 그게 아니면 각 브랜드장에게 하고 싶은 것을 온전하게 해볼 수 있도록 전권을 위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대기업은 또 금방 성과가 안 나오면 바로 브랜드장 갈릴 수도 있고...


그리고 대기업은 마케팅을 하면 되잖아요. 매출 파이를 키우려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시장조사해서 다수가 원할 것 같은 제품을 내면 되죠. 광고도 훨씬 규모 있게 가져가고. 그럴만한 리소스도 있고, 혹여 살짝 빗나가더라도 당장 망하는 거 아니고. 역설적으로(or 현실적으로) 대기업이 굳이 브랜딩을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2. 정체성


작가님이 <날마다, 브랜드>를 내신 후에 제주에서 쉬는(?) 생활을 하다가 빨리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사람들이 '작가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 하셨어요. 그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비슷한 계기로 '아싸, 이제 회사를 관두고 진짜 작가가 될 때가 되었다' 했거든요. -_-;;


작가님은 어쨌든 책을 쓰는 것을 본인이 해온 일들에 대한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셨고, 본업인 브랜딩을 계속하고 싶으셨기 때문에 주객이 전도되기 전에 다시 일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본격적으로 주객을 전도시키는 작업 중이고;;;


마지막에 Q&A 시간에 한번 여쭤보고 싶긴 했어요. 제주에 계실 때 아예 전업 작가 하실 생각은 안 드셨냐고. 저 말고 궁금해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여쭤보진 않았지만.



3. 역시 북까페 오픈하면 임태수 작가님 책은 꼭 팔아야겠다. 


북 토크도 아주 소규모 멤버로(중요!) 요청드려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쿠팡을 지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