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중성화수술은 참 아팠다
사람 고환도 떨어질 만한 추위였다. 이른 아침 금식을 위해 물그릇을 치우다 생각했다. 하필 오늘이어야 했을까.
그러나 망설임은 없었다. 가벼운 수술이라고 들었으며, 반드시 고양이에게 필요한 수술이니 뭐 상관없을 거라고. 심지어 고통도 크게 못 느낄 것이라고. 다 여름이를 위한 거라고.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너를 이동장에 넣는 일은 쉬웠다. 네 엄마가 만들어 준 네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에 쉽게도 이끌려 쏙 들어갔다. 마치 내가 네가 된 것처럼. 날이 추우니 이동장 위에 두꺼운 담요를 덮었다.
밖은 찼다. 우리 집에 네가 처음 오던 날 너는 이동장에서 쉴 새 없이 울어댔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다행히도 네가 우리에게 신뢰를 주고 있구나, 생각했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네 불안은 내게도 옮았다.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아니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도통 이동장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던 너를 억지로 꺼내 몸무게를 재기 위해 어르고 달랬다. 네 불알 두 짝을 없애는 수술에 내가 서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0초였다.
네가 수술하는 동안 나와 네 엄마는 밖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 우리가 병원 밖으로 나가기 직전 너는 두 달간 처음 내는 울음을 터트렸다. 아마 네 털을 깎기 시작했을까. 마음이 아리기 시작했다. 밖에서 먹는 햄버거 세트는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두 시간은 금세 흘렀다.
다시 동물병원으로 들어갔을 때, 내가 처음 마주한 건 눈물이 잔뜩 고인 네 모습이었다. 너는 우리를 보고 울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축 늘어뜨린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진이 다 빠져버린 모습이었다. 너는 열흘간 넥카라를 하고 있어야 했고, 우리는 열흘간 네 수술 부위를 소독해야 했다.
집에 도착해 이동장에서 나온 너는 참담해보였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네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찢어졌다. 네 엄마는 울었다.
나는 인터넷에 온통 올라와 있는, 이 수술이 별 것 아니라는 후기와 내가 바라보는 너 사이의 간극을 좁혀보려 애썼다. 쉽지 않았다. 비틀거리는 너를 보며 어쩔 줄 몰라했다. 너는 물도 넘기지 못했다. 자유로이 뛰어오르던 침대에도, 책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뒤를 돌지 못해 뒷걸음질만 쳤다.
한 시간을 괴로워하던 너는 극적으로 비틀거리지 않고 걷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오더니 한 번 야옹하고 울었다. 네 눈은 풀려 있었지만 조금 기운을 차린 듯 했다.
네가 좋아하는 게맛살 간식을 주었고, 너는 의자 위에서 깊은 잠에 들었다. 마치 누가 주문을 건 듯 했다. 나는 자는 널 보며 몇 번이나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미안하다고 아프지 말라고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