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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날다 Jan 05. 2020

노인이 되어 죽음과 마주한다는 것

2020년 첫 달 다섯 번째 날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나이가 든, 족히 70 중반은 넘겼을 것으로 보이는 여성 노인이 홀로 앉아 있다. 그녀는 입을 오물거리며 빵을 씹었고 그 빵을 넘기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잘 빗은 머리, 방금 목욕을 하고 나온 듯 깨끗한 얼굴, 단정하게 잘 차려 입은 옷……나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를 보고 있었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혼자서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고 있지 않을까...’ 그녀가, 아니 그곳 북적이는 커피숍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 누구라도 이런 내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하게…… 나는, 그녀를 훔쳐보았다.       

시어머니! 지난해 11월, 그녀는 병을 확인했다. 꽤나 치명적인 위중한 병이었다. 불과 2개월,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 그녀가 가장 견디기 힘든 병은 혼자되는 두려움이 아닐까? 함께 라고 느꼈던 많은 이들로부터 홀로 떨어지는 것. 

죽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죽음이 어떤 얼굴을 하고 나타날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죽음의 순간을 맞닥뜨린 그녀 혹은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그녀 혹은 그가 본 것을 전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것이 죽음이다. 

그래서 죽음은 두려움이다. 다만 더듬어 가늠하고 상상해 짐작할 수밖에. 가늠하고 짐작하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죽음은 곁으로 가까이 와, 우리를 외롭고 두렵게 만든다.      


혼자인 노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부질없는 상념이 예사롭지 않은, 평범한 일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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