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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날다 Mar 06. 2022

코로나 아이러니

2022년 3월 6일

딸이 서울에 갔다. 코로나로 내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만으로 3학년을 마친 터다. 이제 4학년을 앞두고 당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휴학과 함께 학교 기숙사 고시동에 입사하게 된 것이다. 학교 다닐 때는 450km 떨어진 부산 집에만 있더니, 오히려 휴학하고 학교로 돌아가게 된 사연이 구구절절 아이러니하다. 더욱이 딸이 다니는 대학은 신입생 전원이 1년 동안 인천 송도에서 생활하게 돼있어 만 3년 만에 꿈에 그리던 신촌캠퍼스 입성이 이루어지게 된 셈이다. 환호하라! Dreams come true!

대학에 격만 하면 학교까지 데굴데굴 굴러서라도 가겠다며 기염을 토하던 딸이었다. 그 푸릇하던 새싹이 어느새 최고 학년 문턱까지 와 버렸으니. 3년째 이어진 코로나로 흘려보낸 시간이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몰리다보니 차츰 편안해지다가 급기야 꼭 손해만 보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실은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남편과 나는 시시때때로 공허함을 느꼈다. 딸의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경상도 사투리 쓰는 제 말에는 도무지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서울내기 친구들의 냉정함에 난생처음 투명인간이 되었다며 우울해 하곤 했다.

그런데 꼬박 2년의 유예기간을 얻을 수 있었으니, 준비되지 못한 이별의 아쉬움을 떨쳐내기에 충분했으며 어느새 당당함에 노련미까지 갖추게 된 딸은 그 어떤 삭막한 바람이 불어 닥치더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코로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불현 듯, ‘슬기로운 감방생활’이라는 드라마 제목이 생각난다. 감방에 갇혀 생활하는 일이 어떻게 슬기로울 수 있으랴! 하여 그 의미를 풀이해 보자면, 어차피 벌어진 일 그 안에서 나름의 방법과 길을 찾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는 초긍정 실용주의 처세를 뜻하는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지난 2년을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 이라 이름붙이면 어떨까!

“부산에 내려올 일 별로 없을 거”라며 꽤나 야무진 자신감을 내비치며 당당히 둥지를 떠난 딸.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의 너의 모든 시간은 네 생애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 분명하다. 행복해라,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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