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우(별똥별)를 보기 위한 밤마실

밤하늘의 별을 오래 바라보다 유성우를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밤

by 코코넛


밤하늘의 달이나 별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였다.


초등학생 때 여름방학이면 외할머니 집이 있는 홍천이나

이모할머니 집이 있는 이천에서 방학을 보낸 기억이 많은데

여름방학엔 마당에 놓인 평상에 누워서 밤하늘을 볼 기회가 많았다.

손을 뻗으면 닿는 지근거리에는

밤참으로 삶은 옥수수나 과일이 담긴 쟁반과 소쿠리가 있었다.

할머니네 가족이 많고 이웃도 함께 모여서

평상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꽃이 피어났지만

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대신 하늘에서 빛나는 것들에게

온 마음을 쏟았었다.


유성우(별똥별)을 봤을 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백 프로 믿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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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연 이틀 밤마실을 했다.

2025년 1월 3일 오전 12시에도 별이 많이 보였다.

그때는 우주쇼가 시작된다는 정보를 몰랐을 때였고

오늘인 4일 오전 12시의 밤마실은

유성우를 보기 위한 계획된 외출이었다.



길섶


사랑이 이 길로 간다고 한다

등롱초 심어 이 길 밝히려는데

온갖 바퀴들 먼지로 뒤덮는다

사랑의 맨 처음이 이 길로 지난다 한다

등롱 걸어 깨끗한 손뼉 마련하려는데

왼갖 현수막들 터널처럼 자욱하다

사랑의 맨 뒤도 이 길이면 볼 수 있다고

등롱초 따다가 사랑이 남기고 간 것들

불 밝히려 했는데 난데없는 조명탄이

살수차를 끌고 온다


기다리거나 다짐하지 말아라

등롱초 몇 송이 등롱을 벗고 말한다

등롱초 같은 것으로 무엇을 감히

빗대려고 하지 말거라

사랑이라면 길섶 없는 길로 다니는 것

세상에 난 길가에서 기다리지 말거라

사랑이라면 길섶을 새로 만드는

새 길 열며 오는 것이다. 하여

등롱초 몇 송이 걸어 나가 길의

입구를 여는 것인데 발 아래 보니 두 발은

땅속에 박혀 뿌리를 내리고 있구나


- 이문재의 <산책시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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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우가 오전 12시 40분경에 쏟아진다는 예보로

오늘 오전 12시부터 밤길을 걷다 하늘을 보고,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다시 철수하는 반복했다.

그러나 우주의 쇼를 보지 못했고 밤 하늘에 별들이

평소보다 아주 많이 모습을 드러내고 반짝이는 광경만

오래, 목이 뻐근해질 때까지 서서 봤다.



우주쇼를 기대했다가 관측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엔,


싸라기눈이 잠시 흩뿌려진 바닥에서는 눈빛이

하늘에서는 별빛이

그 중간의 대기는 도시의 불빛이

서로의 빛을 마음껏 뽐내는 지점을 통과할 때

아이유의 <러브 포엠>을 흥얼흥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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