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순간부터

어쩌면, 다양한 감정이 그려내는 풍경화 속을 거니는 건 아닐까?

by 코코넛


기분 좋게 쌀쌀한 공기를 가르며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 일상의 피난처?

이상하게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은

일상과 완전하게 단절된 듯한 <평화>

고통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들이 잠든, 오롯이 평화다.


다사다난하다는 말이

아주 짧은 시간에 서울을, 한국을 강타한 직후라

어쩌면 더 <고통>이 잠든 장소에 대한

생각이 그리웠을 수 있다.


집으로 돌아와서 펼친 오늘의 시가

<다른 장소>인 것은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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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의 빈방의 빛



다른 장소


빛이 있는 곳으로

나는 걸어갔어


눈이 멀만큼 밝지 않고

앞을 내다보기에는 희미한 빛

그리고 나는 보았지

배 한 척

서 있는 남자

그는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었어


이곳은 다른 장소

여기 비치는 빛은 무위에 그물처럼 퍼져나가

앞으로 올 것은

예전에 이미 여기 있었어


이곳은 고통이 잠드는 거울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나라


- 마크 스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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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쿠르베의 돌을 깨는 사람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함께 에세이를 쓴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이후 마크 스트랜드는 대중에게 알려진 시인이 아닐까?

거울과 마주하면

거울 속의 나는 언제나 평화롭다.

쿠르베의 돌을 깨는 사람들처럼

깨는 것은 거울 밖의 나를 인지하는 순간과 닮지 않았을까?

그 누구도

감정이 증발된 이미지로

거울에 갇혀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루, 시간과 시간에 끼어드는

기쁨, 희열, 행복처럼 밝은 빛은

고통이나 절망과 같은 어둠이 있으므로

인지하는 상대적인 감정이라

어둠과 같이 단단한 고통이나 절망까지도 살아있다는 증거로

피어오르는 어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도 나는

빛을 좋아하는 그만큼의 어둠도

거부하기보다 끌어안으려고 했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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