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하늘에 내리는 저녁 눈

오랜만에 조선 중기의 그림화첩을 펼쳤다. 그중에서 하나를 오래 봤다.

by 코코넛


가끔은 요란하지 않은,

조용한 속삭임과 닮은 산수화에 마음이 간다.

농담의 차이로 깊이를 가늠하게 되는

그림의 배경까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이

주변의 모든 것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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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신 / 종이에 담채



위의 그림은 조선 중기의 시인이자 문인인 긍재 김득신의 작품으로

<강과 하늘에 내리는 저녁 눈>이다.

그 시대에 시와 그림에 자주 등장했던 산수화에서

소상팔경이라는 말을 많이 접하는데

소상팔경의 의미는

여덟 군데의 장소를 지시하는 게 아니고

날씨. 계절이 변하면서 나타나는 물가의 여러 정경을 묘사한 것이다.

시간대로는 낮, 석양, 저녁, 밤 등이고

계절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을 비롯한 간절기 등 다양하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가치가 있는데

조선 중기에 멋을 읊으거나

정신적인 즐거움에 취하기 좋아하는 시인과 문인화가들에게는

특히 소상팔경이 다양한 시상이나 그림의 주재를

떠오르게 하는 영감의 원천 이어서다.

즉 소상팔경을 유행시킨 배경으로

<다양성>을 말할 수 있다.


그림의 오른편 상단의 시는


숲을 지나니 푸름 사라져 지름 다리 끊어지고,

고요하고 황량한 마을에 해 저물어 쓸쓸하다.

무슨 일로 삿갓 쓴 노인네는 물러나 홀로 낚시하는가,

강은 비어 조용한데 반쪽 넉넉함 일어나네.



한문에 약한 나는

이 시를 <그림 소담 / 탁현규 지음>에서 필사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은 바뀌었어도

쓸쓸함, 황량함, 고요함이나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감성은 비슷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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