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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꽃의 취향은 닮았다?

좋아하는 영화나 꽃은 분명하게 있지만 싫어하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by 코코넛




어제, 지인이 보내주었던

<헤밍웨이는 어떻게 덴젤 워싱턴이 됐을까?>라는 아티클을 읽었던 여파일까?


<영화>를 선별해서 보는 내 취향을

한 번은 짚어봐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으로는 <영화>는 <꽃>과 같아서

좋아하는 꽃은 있어도 싫어하는 꽃까지는 생각하지 않듯이

좋아하는 영화는 있어도

굳이 싫어하는 영화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오래되어 현재로 이어질 리 없는 취향은 접어두고,

영국으로 유학 갔었던 해부터의 영화 취향은 대략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영화감상은 영화관까지 갈 형편이 아니라

주로 비디오를 통해서였다.


<큰 스크린을 통해 영화감상을 하는 일은 사치였었다>


거의 매일 영화 한 편을 봤는데,

사실 감상이기보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였기에

대사가 많은 <로맨틱 코미디>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다 보았었다.

그런 접근방식으로 영화감상을 오랜 기간 해서였는지,

어느 사이에 영화에 취향을 부여하지 않았고

이야기 중심과 배우 중심으로 영화선별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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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이 지날 즈음부터는 빌려서 보는 돈도 아까워서

돈을 조금 더 보태서 비디오테이프를 샀었다.

물론, 유럽의 팔방식과 한국의 NTS 식 이라나?

비디오의 방식이 달라서 귀국하면서 아까웠지만, 비디오는 모두 버리고

비디오 커버의 종이만 빼서 가져왔는데,

백 오십 개가 조금 넘는 분량이다>




맥 라이언이나 리처드 기어처럼

밝음이 나쁜 배우가 출연한 영화는 덕분에 반복해서 보았는데,

<Sleepless in Seattle,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Pretty Woman, 귀여운 여인>은

아마 제일 여러 번 시청했던 영화로 뽑을 수 있다.

대사를 따라서 할 정도로?


영화의 내용이 심오하거나

시청 후 심란해지거나 우울해지는 영화는 기피 대상이었다.

영국 날씨도 우중충했었고, 당시의 내 상황이 아차 잘못하면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때라서

가볍게 그리고 시청 후 기분이 산뜻해지는

이야기 위주로 영화를 선택했다.


”지금 내가 성인이 되어 말하는 것을, 그때는 알 수 없었고,

정확하게 느끼지 못했다.

다만 무언가 비슷한 것을 느꼈을 뿐이다.

어쩌면 그는 미남이었을 것이고,

어쩌면 내 마음에 들었을 것이고, 어쩌면 거슬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것 또한 구분되지 않았다.

내가 본 것은, 오직 그가 우리와는 다르다는 사실,

그가 한 마리 짐승 아니면 유령 아니면 어떤 형상 같다는 것이었다. “


-헤르만 헤서의 데미안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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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선택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줄리아 로버츠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녀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시청하는 열혈 팬이 되었다.

물론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조지 포스터 등이 출연하면 믿고 보는 편이고

앤 해서웨이와 같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배우도 여럿 있다.

남자배우 중에도 다수가 있으나

배역에서의 캐릭터 때문에 좋은 이미지로 남은 듯하다.

물론 덴젤 워싱턴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가 맡은 배역에서의 이미지 덕분일 듯하다.


영화의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관람하는 요즘은

스릴러, 형사물, 애니메이션, 멜로, 드라마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이야기는 모두 좋다.

어떤 이야기를 마주해도 내가 그 이야기에 갇혀서

허우적 댈 나이가 지나가서일까?

객관화가 잘 된다는 현실이 어떤 면에서는 조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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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닌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배우나 가수와 같은 사람들의 선호도는

결국 그 사람이 맡았던 배역에서의 역할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주연이 아닌 조연급 배우들의 이름은

기억에 선명하게 각인되기 어렵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그냥 스쳐 지나가거나 어디서 봤었던 사람 같은데?

누구였지?

정도에 그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연히 기대하지 않았던 연예인과 마주친 경험이 몇 번 있었다.

처음엔 꽃을 파는 강남의 어느 가게에서 꽃을 사고 있었는데,

남자배우가 가게로 들어왔다.

들어온 순간 아는 얼굴이라 활짝 웃어주었고,

그가 누군지 생각나지 않아서

<제가 기억이 선명하지 않아서 그러는데,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된 사이였지요?>

라고 말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 배우의 이름은 지금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는 웃으면서 <텔레비전에서 보셨겠죠?>하고 대답했었다.

얼마나 무안하고 창피했었는지,

그 이후에는 아주 유명한 배우와 마주쳤을 때

혹시라도 내가 또 상대에게 인사하거나 웃을까 봐 고개를 돌리곤 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연예인과 마주친 사람 중에 혹시 나와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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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면 안 돼.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어 놓았다면,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

더러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그런 나무람도 그만두어야 하네,

불을 들여다보고 구름을 바라보게,

예감들이 떠오르고 자네 영혼 속에서 목소리들이 말하기 시작하거든

곧바로 그 목소리에 맡기고 묻지는 마.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지 혹은 그 어떤 하느님의 들까 하고 말이야.

그런 물음이 자신을 망치는 거야.

그런 물음들 때문에,

인도로 올라가고 화석이 되어가는 거지. “


-헤르만 헤서의 데미안에서 발췌




지금도 영화를 선별해서 보는 편에 속하지만,

장르에 편견을 갖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출연진을 먼저 확인한 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그다음은 제작사나 시나리오 작가, 감독을 살핀다.

어떤 영화는 다른 게 모두 꽝인데, 음악이 좋을 때도 있고,

또 어떤 영화는 스틸컷마다 시처럼 아름다울 때도 있다.


그래서 총감독, 음악 감독, 미술감독처럼 제작진의 이름도 확인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편견도 사라지길 바라는데,

아직은 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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