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훈 Aug 07. 2017

코인 노래방 예찬

스트레스야 날아가라!!

 요즘 가끔 - 이라고 하기엔 조금 자주 - 집 앞 코인 노래방을 찾곤 한다. 일이 힘들어, 혹은 사람이 힘들 다고 느낄 때에 코인노래방에 들러 노래를 부르고 나면 그 날 하루의 스트레스가 대부분 씻겨져 나간다.


 집 앞에 코인 노래방이 생긴건 두어달 전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친구들 사이에 소위 음치의 반열에 올라 있어 노래를 부르는걸 좋아하지 않는 나였기에 딱히 그 전에도 몇 개 있던 집 근처 노래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동네에 처음 생긴 코인 노래방이었고 홍대같은 번화가에서 종종 봐 왔던 터라 서울 변두리의 동네도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부흥해 가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면서 살짝 본 노래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 날은 그냥 그렇게 신기함만 간직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약 세네달 전부터 계속되는 야근에 힘들어하고 사람에 지쳐갈 때 즈음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그 코인 노래방을 봤다. 극에 달하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냥 소리나 지르고 오자는 심산으로 집으로 가던 발길을 돌려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그 코인노래방은 지하에 있는데 지하의 네모난 공간에 벽면과 같은 사각형 모양으로 나 있는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크고 작은 방이 스무개쯤 있었다. 100원을 넣고 마이크 커버 2개를 사고 한 개만 사용하고 한 개는 가방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정말 말도 안되는 크기의 작은 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후 '1000원에 4곡' 이라는 푯말에 홀리듯이 천 원을 넣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 네 곡을 천천히 불렀다. 나 혼자밖에 없는 공간에서 내 맘에 취해 노래 네 곡을 불렀을 때에 나는 전에 없던 즐거움을 맛보았다. 이미 음치인걸 알고 있어서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선뜻 나서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지 않고 계속해서 앉아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떠밀어 억지로 부를 때가 많았다. 노래를 잘 못 부르니까 장말 친한 친구들 아니면 분위기를 보고 적당히 부르다 끄곤 했다. 이렇게 부르던 노래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내가 부르고 싶은 방식으로 불렀을 때에 나는 너무도 즐거웠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큰 목소리로 노래방이 떠나가라 노래를 불렀다. 노래방을 나와 지상으로 다시 올라왔을 때에 나는 전에 없던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정말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이 때의 즐거웠던 기억으로 나는 지금까지 종종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면 집 앞 코인 노래방을 찾아 백 원으로 마이크 커버를 사고 천 원으로 노래 네 곡을 부르고 나온다.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천 원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보는건 어떠십니까??


 

작가의 이전글 고궁에 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