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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훈 Oct 03. 2016

고궁에 가요.

나만의 힐링 여행.

 짧은 봄 가을. 날이 좋은 주말의 낮 시간에는 참 할 것이 많다. 결혼식에 몇 번 가고, 결혼하는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새볔녁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와 눈을 뜨면 사라지곤 한다. 어떤 주는 회사일이 너무 바빠 그냥 집에서 조용히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없애기도 한다. 1년에 고작 세네달 정도의 짧은 시간은 보통 그렇게 사라진다.

 그래도 가끔 피곤하지도 않은데 할 일까지 없는 봄 가을의 기분 좋은 낮 시간을 맞이 할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서울 시내에 나와 고궁에 들르곤 한다. 할 일도 없이 두어시간 고궁을 걷다 보면 왠지 편안한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사람도 별로 없다.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

나까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

햇빛과 바람까지 좋다.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새소리를 듣는다.

심심해지면 다시 또 걷는다.


그렇게 걷다 앉다를 반복하다 보면 고궁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고 어느덧 시간은 훌쩍 흘러가 있다. 고궁을 나와 또 두어시간 주변을 걷다 보면 나만의 당일치기 힐링여행(?)은 끝이 난다.



 고궁을 자주 찾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 사진동아리를 하면서 부터였다. 매 주말마다 사진을 찍는다는 명분으로 서울 또는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서울 주변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었다. 동아리에서 단체로 가는 것이라 처음은 주로 무난한 고궁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도 1학년 때에 처음 이 곳에 발을 들였다.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씩 걸리는 등교길에 만나는 어마어마한 인파. 시끄러운 길거리의 음악소리. 자동차 소음. 신학기 캠퍼스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처음부터 이 모든 것에 힘겨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한문을 통과하기 직전까지 느끼던 그 수 많은 소음은 들어가자마자 사라지고 우리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소리만 가득 찼었다.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걷던 나는 일행이 저만치 멀어지고 그 웃음 소리마저 사그라드는 순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인파, 시끄러운 소음, 주변을 압도하는 고층 빌딩,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어지고 나무와 새, 그리고 밖에서는 정신 없이 움직이던 사람들이지만 안에서는 달팽이만큼 느린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편안함을 주었던 것이라 생각했었다.

 고궁은 그 때부터 나에게 바쁜 것도 없이, 괴로운 것도 없이, 주변의 시기, 질투, 미움도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종종 고궁을 찾곤 한다. 그 때에 느꼈던 감정은 회사를 다니는 지금도 똑같이 느낄 수 있고, 그 여유로움과 편암함 또한 지금도 똑같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은 예전보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도심을 떠나 저 멀리 산으로, 바다로 멀리멀리 혼자 가는건 싫다. 반나절의 짧은 시간만으로도 사람과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 사이에서 상처 받고 힘들지만 그 속에서 행복과 즐거움도 느끼는 나이기에.


 고궁은 1년에 한 두번 찾아가는 나만의 힐링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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