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
결혼 생활이라는 것은 참 힘든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막연한 생각이지만 주변 동기나 친구들의 입을 통한 간접 경험과 친누나의 결혼생활을 옆에서 조금 본 직접적인 경험에 의하면 보통 일이 아니다.
30년을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힘들 것 같다.
내가 들었던 것 중에 이런 걸로도 싸워야 하나 라고 생각했던 것은 바로 치약 짜는 방법의 차이였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짜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아무데서나 짜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충돌이 단순히 이 문제 때문에 시작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트리거가 된 것은 분명한 것 같았다.
이렇게 결혼 생활은 사소한 것 하나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새로 맞춰야 하는 작업인 것만 같았다. 싸우기도 하고 맞춰가기도 하면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기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보통이 아닌 일처럼 느껴졌다.
애가 태어나면 그런 갈등은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육아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어쩔 수 없이 여성의 역할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하고, 애기 기저귀를 갈고 목욕도 시켜줘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우는 애기를 달래 가며 밥을 줘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가끔 아침에 아기를 키우는 동기들의 다크서클을 보고 있자면 애 키우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애가 커가면서 아기와 놀아주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하는 것도 애를 위해 그리고 남자와 가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내 인생을 포기하고 와이프와 애를 위해 내 시간과 돈을 써야 하는 일인 것만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많이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이렇게 글 쓰기를 할 시간도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소설책을 읽기보다 아이를 위해 동화책을 읽어줘야 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더러 자기 인생을 사는 남자들이 주변에 있는데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밖에서 내가 쓰는 돈만큼 가족들이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어차피 내가 벌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나를 위해 소비하는 시간은 가족들과의 친밀감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와이프와 자식들과의 관계와 가정의 화목함을 위해서 꼭 조절이 필요하다. 내가 나중에 가정 내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기 해서 필요한 것도 있으니 이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은 본인을 위한 일 같지만 결국 그렇지 않기 때문에 좋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결혼 생활은 무엇인가?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가 힘든 일이다. 대부분의 시간에는 모두들 잘 생활하지만 가끔 극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힘이 되어주고 같이 힘든 일을 고민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결혼생활은 행복한 일을 나누고 서로 즐겁게 이야기하고 같이 취미 생활을 하는 시간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래도 가끔 서로 힘이 들 때 힘이 되고 서로를 이끌어 줄 수 있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문제를 피해간 이상적인 말 뿐인 것만 같다. 현실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말하기 전에 글을 썼던 현실적인 문제가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집안일. 육아. 나를 위한 시간의 포기. 시댁과 친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생활방식의 차이.
현실적인 문제와 내가 바라는 결혼 생활을 모두 만족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배우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난 그것이 희생인 것 같다. 결국 모든 것은 나와 내 시간, 내가 쓰던 모든 소비를 포기하고 와이프와 아이, 즉 가족들을 위해 내가 포기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 가족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내 인생을 이끌어 나가야 하니 완전한 포기는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의 포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어느 정도 서로의 희생을 등에 업어야만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나는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
아무에게나 내 모든 걸 희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건 모두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희생을 해도 괜찮을 때가 있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일이거나 정말 친한 친구를 위한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할 때이다. 예전에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이탈리아 여성인 크리스티나 씨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이런 말이었다. '결혼하면 엄청 힘든 일이 많다. 서로 많이 사랑해야 그 힘든 일을 같이 견뎌 나갈 수 있다.'
한 때에 '적당히 괜찮은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서른이 넘고 주변에서 '이제 사랑이 어디 있냐? 적당히 맞는 사람이랑 결혼해야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때였다. 그런 생각으로 사람을 잠깐 만난 적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오래가지 못했다. 서로 다름을 맞춰가기보다는 내 삶의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 보였다. 이는 서로를 힘들게만 할 뿐인 것 같다.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야만 행복한 삶과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른세 살이 한 달 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런 사랑타령은 조금은 사치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정말 '이제 사랑이 어디 있냐? 적당히 맞는 사람이랑 결혼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한 때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끝이 보이는 일에 시간 투자를 하기보다는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결혼할 사람은 결혼하게 되어 있다.'는 말을 믿는다. 나 같이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이 어딘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