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훈 Feb 26. 2019

상실

기분이 헛헛한 날엔 짧은 시 한편.

따스한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3월의 어느날,
겨울의 어떤 추위도 막아줄 것만 같은
두터운 더플코트를 옷장에 넣으며
소맷자락에 떨어져 나간 단추 하나를
발견했다.


언제, 어디서 나를 떠난건지
언제부터 나와 멀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세상의 모든 단추가 있을 것 같은 세탁소에
빈 자리를 메우러 가 보지만
똑닮은 단추는 구할 수 없어
비슷한 것으로 빈 자리를 채웠다.


내가 가득히 보이는 거울 속 나에게
코트를 입혀 보지만
예전처럼 겨울의 어떤 추위도
막아줄 것 같았지만
예전의 그 옷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주일에 두어번
나와 같이 술잔을 기울이는 내 친구도
가슴 한 켠에 달린 미묘하게 다른 단추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두터운 코트를 커버에 씌워
옷장 깊숙이 넣어 두었다.
올해 끝자락에
다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매일매일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 줄 것이다.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작가의 이전글 이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