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누워서 죽지 않기로 했다

좌탈입망, 삶의 주권을 되찾는 마지막 수행

by 명리하는 영화

나는 지난 30년간 종교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살았다.

그곳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가 이미 또 하나의 거대한 신전을 섬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이름은 바로 ‘현대 의학’이다.


우리는 병원을 의심하지 않는다.

흰 가운은 중립이고,

의학은 과학이며,

치료는 선(善)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묻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는 치유를 믿는 것인가,

아니면 공포를 숭배하고 있는가.


『의사를 반성한다』를 읽으며

나는 오래전 종교 안에서 느꼈던 익숙한 장면을 떠올렸다.


“당신은 죄인입니다.”

그 한마디에 무릎 꿇던 시간들.


지금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당신은 환자입니다.”


그 선고 앞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삶의 주권을 내려놓는다.

내 몸의 감각보다 검사 수치를 더 신뢰하고,

내 직관보다 진단명을 더 두려워한다.


나는 이제 묻는다.

정말로 암이 나를 죽이는가.

아니면 암을 두려워하는 방식이 나를 소진시키는가.


책은 불편한 문장을 던진다.

“사람은 암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암 치료 때문에 죽는다.”

나는 그 문장에 즉시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래 붙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죽음을 막기 위해

삶을 파괴하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


요란한 사이렌 소리,

응급실의 차가운 형광등,

몸을 관통하는 관(管)들 사이에서

나는 과연 '나'로 남을 수 있을까.


연명 치료는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죽음의 연기(延期) 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무의미한 연기를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이 결심은 죽고 싶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나는 마지막까지

걷고,

숨 쉬고,

또렷한 의식으로 나의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존엄은 누군가 허락해 주는 권리가 아니라

스스로 지켜내는 태도다.


사람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는다.

비굴하게 살지 않았다면,

죽음 앞에서도 비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병원에 내 운명을 위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누워서 죽지 않기로 했다.

좌탈입망(坐脫立亡)




<브런치북 연재 예고>


[나는 누워서 죽지 않기로 했다]

: 좌탈입망, 삶의 주권을 되찾는 마지막 수행


1부. 선언 – 나는 존엄한 죽음을 선택했다

01. 남편과 함께 죽음을 계약하던 날

02. 영생의 감옥을 탈출해, 나는 서서 죽기로 했다

03. 좌탈입망을 위한 첫 자세, 가부좌(跏趺坐)

04. 심장이 멈춘 밤, 나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2부. 몸의 수행 – 끝까지 내 발로 걷기 위하여

05. 매일 천장만 바라보던 8살 소녀

06. 물구나무서서 죽은 사람을 아시나요?

07. 죽는 날까지 화장실을 내 발로 가고 싶다

08. 매일 같은 농담에 웃는 할머니들

09. 먹는 것을 줄여야 가볍게 떠날 수 있다

10. 통증, 도망치지 않고 마주 보는 연습

11. 떠날 채비를 시작하자, 비로소 삶이 소중해진다

3부. 마음의 수행 – 나를 벗고 가벼워지는 연습

12. 나는 다시 두려워졌다

13. 보이지 않는 규율의 옷을 벗다

14. 종교는 맹신이 아닌, 내 삶으로 해석하는 것

15. 내 어깨 위에는 시조새가 산다

16.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끝내 무너지지 않은 단 하나

17. 사주명리, 운명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는 법

18. 빛의 향연과 좌탈입망 – 경계 없이 가벼워지는 삶

19. 의 – 나를 벗는 연습

20. 식 – 흙의 냄새를 먹고 가벼워지다

21. 주 – 텅 빈 방의 축제

22. 돌거북의 등에 심장을 얹었을 때

23. 웃보의 철학 – 심각해지지 말자, 어차피 소풍이다


4부. 마침표 –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24. 떠나는 연습 – 사랑하지만 붙잡지 않는다

25. 나는 안락사 비용을 계산해 본 적이 있다

26. 오늘부터 시작하는 좌탈입망

27. 좌탈입망 엔딩노트 – 마지막 주권을 위한 12가지 정리

28. 미리 써보는 유서 – 나의 장례식에는 국화 대신 웃음을

[에필로그] 오늘, 나는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다





* 목차와 연재 순서는 집필 과정에서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